[뉴스스페이스=이현주 기자] 스마일게이트 창업자 권혁빈 최고비전제시책임자(CVO)가 배우자와의 이혼소송 1심에서 약 2조5500억원 상당의 재산을 분할하라는 판결을 받았다. 공개적으로 알려진 국내 이혼 재산분할 사건 가운데 가장 큰 규모다. 다만 이는 ‘2조원대 위자료’ 판결이 아니라 비상장 게임기업 지분을 중심으로 한 재산분할 판결이며, 위자료 청구는 기각됐다는 점이 핵심이다.
2조5500억원의 산식
서울가정법원 가사합의3부는 9일 이씨의 이혼 청구를 인용하면서 권 CVO가 보유한 스마일게이트 주식 35%를 현물로 이전하고, 별도로 현금 650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법원이 평가한 권 CVO 보유 스마일게이트 주식 가액은 약 7조1049억원이다. 이 가운데 35%는 약 2조4867억원이며, 현금 650억원을 합하면 약 2조5517억원, 통상 보도상 약 2조5500억원으로 집계된다.
재판부는 양측의 혼인관계가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파탄에 이르렀다고 판단해 이혼을 인정했다. 그러나 파탄 책임은 부부 양측에 대등하게 있다고 봤고, 따라서 이씨의 위자료 청구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즉 법원이 인정한 거액은 혼인파탄에 따른 정신적 손해배상인 위자료가 아니라, 혼인 기간 중 형성·유지·증식된 공동재산을 기여도에 따라 나누는 재산분할이다.
‘창업자 개인재산’의 벽 넘었다
이번 판단의 더 큰 의미는 스마일게이트가 혼인 이후 창업·성장한 비상장 기업이라는 데 있다. 권 CVO와 이씨는 2001년 결혼했고, 권 CVO는 이듬해인 2002년 스마일게이트를 창업했다. 이씨 측은 창업 초기 지분을 보유했고 대표이사·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렸으며, 경영과 회사 성장에 기여했다고 주장해 왔다. 동시에 장기간 가사와 자녀 양육을 맡은 점도 재산 형성 기여로 주장했다.
재판부는 이씨가 회사 설립·성장 과정에 관여한 이력, 장기 가사·양육 기여, 초기 경제적 지원 등을 종합해 스마일게이트 관련 주식을 재산분할 대상에 포함했다. 반면 창업과 경영, 사업 판단이 회사 성장에 미친 기여도도 크게 반영해 최종 기여비율을 권 CVO 65%, 이씨 35%로 정했다.
이 판결은 ‘상장주식인지, 비상장 창업주 지분인지’보다 해당 자산이 혼인 중 어떻게 형성·유지·증가했는지, 배우자가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어느 정도 기여했는지가 재산분할 판단의 중심이라는 점을 다시 부각한다. 특히 창업 초기의 지분 보유 및 임원 등재 이력, 경영 관여 여부, 가사·양육을 통한 간접 기여가 결합될 경우 대주주 보유 지분도 분할 대상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다만 이 사건은 아직 1심이다. 지분 평가액, 기여도 35%, 현물분할 방식, 회사 가치 산정의 기준 시점 등을 놓고 항소심에서 다툼이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권 CVO 측도 판결문을 검토한 뒤 향후 절차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냈다. 따라서 ‘국내 최고액 재산분할’이라는 기록은 판결 확정 전까지는 1심 기준이라는 단서를 달아야 정확하다.
현금 아닌 주식…경영권은 지켰다
재판부가 택한 방식은 ‘2조5500억원을 현금으로 지급하라’는 명령이 아니다. 핵심은 스마일게이트 주식 35%의 현물 이전이다. 권 CVO의 재산 대부분이 비상장인 스마일게이트 주식에 집중돼 있어, 전액을 현금으로 지급하도록 할 경우 대규모 지분 처분이나 자금조달이 필요해질 수 있다는 현실을 고려한 것으로 해석된다.
판결이 확정되면 스마일게이트의 지분 구조는 권 CVO 100% 단일주주 체제에서 권 CVO 65%, 이씨 35%의 복수주주 체제로 바뀌게 된다. 권 CVO가 과반을 크게 넘는 65%를 확보하는 만큼 대표이사 선임과 일반적 주주총회 결의 등에서 즉각적인 경영권 상실 가능성은 낮다.
그러나 35%는 단순한 소수지분이 아니다. 향후 배당정책, 계열사 재편, 합병·분할, 신규 투자, 기업공개(IPO), 지분 매각 등 굵직한 자본·지배구조 의사결정에서 새 주요 주주의 존재는 현실적 변수로 작동할 수 있다. 특히 상법상 특별결의가 필요한 사안에서는 35% 지분이 사실상 거부권에 가까운 영향력을 가질 여지가 있다. 이 부분은 실제 정관, 계열사별 지분 구조, 주주 간 협의 및 향후 항소심 결과를 함께 봐야 하므로, 현시점에서 구체적 경영 충돌을 단정하기는 이르다.
최태원·노소영 사건과의 차이
직전까지 공개된 국내 재벌가 이혼소송 재산분할 최고액으로 평가받은 사례는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 사건의 9440억원이었다. 서울고법은 2026년 7월 24일 파기환송심에서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9440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다만 이 사건 역시 재상고심이 진행 중이며, 최 회장 측은 7000억원까지는 수긍하되 초과분 2440억원에 대해서는 법리 다툼을 계속하겠다는 취지의 신청을 냈다.
두 사건은 ‘거액의 재산분할’이라는 공통점이 있지만 성격은 다르다. 최 회장 사건은 상장 대기업 집단 핵심 주식의 분할 대상성, 가치 산정 시점 및 현금 지급이 중심 쟁점이었다. 반면 권 CVO 사건은 비상장 게임회사 창업주 지분을 직접 이전하는 현물분할이 핵심이다. 최 회장 사건에서는 재산분할 9440억원과 별개로 위자료 20억원이 확정됐지만, 권 CVO 사건에서는 위자료가 인정되지 않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