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김희선 기자] 국내 패션 플랫폼 무신사가 코스피 상장 예비심사를 청구하며 ‘10조원 몸값’ 도전에 공식 착수했다. 2001년 스니커즈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출발한 회사가 25년 만에 국내 자본시장의 대형 IPO 후보로 부상한 것이다.
다만 10조원이라는 목표 가치는 2023년 KKR·웰링턴 투자 당시의 3조원대 중반 평가보다 약 세 배 높은 수준인 만큼, 시장은 매출 성장보다 지속 가능한 이익률, 해외 확장 실적, 지배구조와 내부통제 리스크의 해소 여부를 더 엄격하게 따질 것으로 보인다.
코스피 예심 청구…상장 여부는 아직 ‘검토 단계’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무신사는 7일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위한 예비심사신청서를 제출했다. 공동 대표주관사는 한국투자증권과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이며, KB증권과 JP모간증권 서울지점이 공동주관사로 참여한다. 예심 통과 후 증권신고서 제출, 기관 수요예측 및 일반청약을 거치면 이르면 2027년 상반기 코스피 상장을 추진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무신사는 상장을 확정한 것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회사는 예비심사가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한 자금조달 옵션으로서 상장의 타당성을 살펴보기 위한 목적”이라며, 심사 과정에서 상장 요건 충족 여부와 상장을 통한 실익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즉 이번 신청은 공모 일정과 공모가를 확정한 단계라기보다, 거래소의 질적·양적 심사를 공식적으로 받는 첫 관문에 들어선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
시장에서는 무신사의 상장 후 기업가치를 8조~10조원 범위로 거론한다. 블룸버그는 익명의 관계자를 인용해 최대 10조원, 약 74억4000만달러 수준의 가치가 가능하다고 보도했다. 반면 국내 IB업계에서는 시장 여건과 공모 할인, 투자자 보호를 감안하면 실제 공모 단계의 목표 시가총액은 8조원 안팎으로 제시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따라서 ‘10조원’은 확정된 공모가 산정 결과가 아니라 회사 및 주관단이 염두에 둔 상단 목표치에 가깝다.
매출 1조4679억원…성장과 수익성의 엇갈린 신호
무신사의 2025년 연결 매출은 1조4679억원으로 전년보다 18.1% 증가했고, 연결 영업이익은 36.7% 늘어난 1405억원을 기록했다. 단순 계산하면 연간 연결 영업이익률은 약 9.6%다. 플랫폼 거래 확대와 자체 브랜드·오프라인 사업의 성장이 실적을 견인했다는 평가가 가능하다.
올해 상반기에도 외형은 커졌다. 연결 매출은 전년 동기 6705억원에서 8217억원으로 22.5% 증가해 반기 기준 최대를 기록했다. 특히 별도 기준 매출은 7847억원으로 30.0% 늘었고, 별도 영업이익도 657억원으로 13.1% 증가했다. 핵심 플랫폼 사업 자체의 수익성은 여전히 개선 흐름을 보였다는 의미다.
그러나 연결 기준으로 보면 다른 장면이 나타난다. 상반기 연결 영업이익은 523억원으로 11.2% 감소했고, 영업이익률은 약 6.4%로 전년 동기의 8.8%보다 약 2.4%포인트 낮아졌다. 무신사는 부자재·공임비 등 원가 상승, 거래액 확대에 따른 운반비와 지급수수료 증가, 해외 및 오프라인 확장 비용을 주요 요인으로 제시했다.
IPO 투자자에게 핵심은 매출이 아니라 성장에 투입한 비용이 어느 시점에 회수돼 연결 이익으로 전환되는가다. 무신사는 일본·중국·동남아 등 해외 사업과 국내 오프라인 거점을 동시에 넓히고 있다. 상반기 수출액이 37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배 이상 늘어난 것은 해외 확장 스토리를 뒷받침하는 수치지만, 절대 규모가 연결 매출의 약 4.5% 수준이라는 점에서 아직은 해외 사업의 수익화 능력보다 성장 속도를 먼저 입증하는 단계로 볼 수 있다.
10조원 몸값, 비교기업 선정이 승부처
무신사는 2023년 KKR 주도의 시리즈C 투자에서 웰링턴 매니지먼트와 함께 약 1억9000만달러, 당시 약 2400억원을 유치했다. 당시 알려진 기업가치는 3조원대 중반으로, 무신사 측도 3조원 이상 가치 평가를 받았다고 밝힌 바 있다.
이를 기준으로 8조~10조원의 IPO 목표가치는 약 2.3~2.9배 높다. 3년여 사이 매출과 영업이익이 크게 성장한 점은 재평가의 근거지만, 공모시장은 과거 투자 유치 라운드보다 훨씬 보수적으로 현금흐름, 상장주식 유통량, 할인율, 비교기업 멀티플을 따진다.
가령 2025년 연결 영업이익 1405억원을 기준으로 단순 환산하면 8조원 기업가치는 약 57배, 10조원은 약 71배의 영업이익 배수에 해당한다. 이는 PER이 아니라 EV/영업이익에 가까운 매우 단순한 참고 계산이므로 실제 공모가 산정에 그대로 적용할 수는 없다. 하지만 전통 국내 패션 유통·제조업체와 비교할 경우 높은 밸류에이션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반대로 무신사가 자신을 패션 플랫폼, 브랜드 인큐베이터, 자체 브랜드, 글로벌 커머스를 결합한 ‘플랫폼 기업’으로 정의하고 해외 동종 플랫폼을 비교군에 포함한다면 더 높은 멀티플을 주장할 여지는 생긴다.
결국 공모가의 본질은 무신사를 ‘국내 의류 판매채널’로 볼지, ‘브랜드·콘텐츠·데이터·오프라인·글로벌 유통을 결합한 패션 플랫폼’으로 볼지에 달려 있다. 시장이 후자의 서사를 받아들이려면 해외 매출의 지속성, 자체 브랜드의 수익성, 입점 브랜드 생태계의 경쟁력, 고객 획득비용과 재구매율 등 정량지표가 공모 과정에서 설득력 있게 제시돼야 한다.
세무조사와 개인정보 유출, 예심의 질적 변수
예심 국면에서 가장 민감한 변수는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의 특별 세무조사다. 투자은행 업계와 복수 언론 보도에 따르면 국세청은 최근 무신사 본사에서 세무·회계 자료를 확보했고, 조만호 총괄대표가 지분 100%를 보유한 개인회사 라펠과 무신사 간 자금 거래 및 거래 조건, 주식 담보의 적정성 등을 들여다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상장 심사에서는 조사 자체보다도 조사 결과가 재무제표 수정, 우발채무, 특수관계자 거래 공시, 경영 투명성 판단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가 중요하다. 예비심사는 단순히 실적과 시가총액 요건을 확인하는 절차가 아니라 경영 안정성, 내부통제, 공시 신뢰성 등을 함께 보는 질적 심사다. 세무조사가 장기화하거나 중대한 세무·회계 이슈로 확장될 경우 공모 일정과 할인율 모두에 부담이 될 수 있다. 반대로 빠른 조사 종결과 충분한 공시·소명이 이뤄진다면 불확실성을 낮추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정보보안 리스크도 새로 부상했다. 무신사가 운영하는 29CM에서는 지난 8월 주문정보 조회 API에 대한 비정상 접근으로 고객 개인정보 15만9852건이 유출됐다. 이 중 13만8841건은 이름만, 2만1011건은 이름·이메일 주소·휴대전화번호·배송정보가 함께 유출된 것으로 집계됐다. 회사는 결제 정보와 아이디·비밀번호 등 계정정보는 유출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후 무신사·29CM 입점 브랜드 관계자 개인정보가 추가로 유출됐다는 보도도 나왔다.
침체 IPO 시장의 시험대
무신사의 도전은 국내 IPO 시장이 회복보다 선별 국면에 가까운 시점에 시작됐다. 올해 상반기 국내 IPO 공모금액은 1조1000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48.7% 줄었다. 신규 상장 종목의 공모가 하회가 이어지면서, 시장이 성장주에 무조건 높은 가격을 부여하기보다 실적의 질과 공모가 적정성을 가려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블룸버그 집계 기준으로도 올해 서울거래소 신규 상장 공모금액은 10억달러를 조금 넘는 데 그친 반면, 앞선 3개 연도는 각각 30억달러를 웃돌았다. 무신사가 실제 공모로 이어질 경우 단순히 대형 딜 하나가 추가되는 것을 넘어, 국내 IPO 시장이 10조원급 플랫폼 기업의 밸류에이션을 소화할 수 있는지 검증하는 시험대가 될 가능성이 크다.
무신사의 IPO 성패는 세 가지 질문으로 압축된다. 첫째, 매출 고성장을 연결 기준 이익 증가로 전환할 수 있는가. 둘째, 3조원대 중반이던 비상장 가치가 8조~10조원으로 재평가될 만큼 해외·브랜드·플랫폼의 프리미엄을 숫자로 입증할 수 있는가. 셋째, 세무조사와 개인정보 유출로 불거진 거버넌스 및 내부통제 우려를 상장 전까지 얼마나 투명하게 해소할 수 있는가.
패션 커뮤니티에서 시작한 무신사가 ‘국내 1위 패션 플랫폼’의 외형을 넘어, 공모시장에서 글로벌 성장기업으로 인정받을 수 있을지는 이 세 가지 숙제를 푸는 과정에서 판가름 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