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이현주 기자] 파리의 상징 에펠탑이 힌두교 단체 방문 과정에서 여성 직원들이 근무지에서 배제됐다는 논란으로 하루 동안 폐쇄됐다. 프랑스 최초의 전통 힌두사원 개관을 기념하려던 종교·문화 행사가, 공화국의 핵심 가치인 성평등 원칙과 충돌하면서 노동쟁의와 정치권의 비판으로 확대된 것이다.
프랑스24와 BBC, indulgexpress, freepressjournal, ndtv, thenews, indiatoday, euronews 등에 따르면 에펠탑 직원들은 9월 7일 파업에 들어갔고, 운영사인 SETE(Société d’Exploitation de la tour Eiffel)는 같은 날 에펠탑을 ‘예외적 상황’으로 폐쇄했다. 갈등의 직접적인 계기는 직전 9월 5일 토요일 약 100명 규모의 BAPS(Bochasanwasi Akshar Purushottam Swaminarayan Sanstha) 관련 방문단이 에펠탑을 비공개 방문했을 때 이뤄진 운영 조치다.
“여성 직원과의 접촉 최소화” 요청 인정
에펠탑 직원들을 대변한 프랑스 노동총동맹(CGT)은 방문단 동선에 맞춰 여성 직원들이 “성별을 이유로 배제되고, 남성으로 대체되며, 보이지 않게 됐다”고 비판했다. 노조와 현장 관계자들의 설명에 따르면 일부 여성 직원은 평소 근무지를 떠나 다른 곳으로 이동하라는 지시를 받았고, 일부 근무 지점에는 남성 직원이 대신 배치됐다. 또 여성 직원들은 대표단이 머무는 동안 특정 구역을 통과하거나 가로지르지 말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이 사안의 핵심은 단순한 의전상 배려를 넘어, 공공 관광시설의 고용·업무 환경에서 성별에 따른 물리적 분리가 실제로 실행됐다는 점이다. CGT 측 관계자인 디안 다부안은 로이터통신에 “대표단 방문 중 여성들은 자리를 떠나고 남성이 그 자리를 대신하도록 요구받았다”며 여성 직원들이 굴욕감을 느꼈다고 설명했다.
운영사 SETE는 대표단 측이 방문 시 “여성과의 상호작용을 제한해 달라”고 요청한 사실을 인정했다. SETE는 이 조건을 수용한 데 대해 “받아들였어서는 안 되는 조건이었다”고 밝히면서, 해당 조치가 회사의 가치 및 여성·남성 평등 원칙과 맞지 않았다고 사과했다. 아리엘 베유 SETE 대표는 “명백히 받아들일 수 없는 관행”이라며 “에펠탑은 공화국 가치와 여성·남성 평등에 확고히 헌신한다”고 강조했다.
‘사원 봉헌’ 직후 불거진 역설
논란의 중심에 선 BAPS는 인도계 힌두교 조직인 보차사나와시 악샤르 푸루쇼탐 스와미나라얀 산스타로, 이번 프랑스 방문은 파리 동부 교외 뷔시생조르주(Bussy-Saint-Georges)에 세워진 BAPS 스와미나라얀 힌두 만디르의 봉헌식과 문화행사에 맞춰 이뤄졌다. BAPS에 따르면 이 사원은 프랑스 최초의 전통 힌두사원으로 소개됐으며, 2026년 9월 2일부터 14일까지 13일간의 ‘문화 축제(Festival of Culture)’ 프로그램에 맞춰 문을 열었다.
마한트 스와미 마하라지가 주관한 봉헌식은 9월 6일 열렸으며, BAPS 측은 해당 사원을 수십 년간의 공동체 노력과 종교·문화적 비전의 결과물로 설명한다. BAPS는 2022년 9월 부지 기초석 행사를 열었고, 2024년 6월부터는 본격적인 기초 공사를 시작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즉, 사원 건립 프로젝트는 적어도 2022년 공식 착공 행사 이후 약 4년간 진행됐고, 조직 내부에서는 요기지 마하라지가 제시한 장기 비전의 실현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뷔시생조르주는 파리 동쪽 센에마른주에 위치한 도시로, 프랑스 국립통계경제연구소(INSEE) 기준 2022년 인구는 2만6334명이다. 프랑스 수도권의 이민·종교·문화 다양성이 교차하는 지역에 대형 종교·문화 거점이 들어선 셈이다.
그러나 봉헌식 직후 불거진 에펠탑 사태는 종교 공동체의 문화적 존재감 확대가 공공영역의 보편적 규범과 어떻게 조화를 이뤄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역설적 장면이 됐다. 특히 이번 사안은 방문단의 종교적 요청 그 자체보다, 공공시설 운영자가 그 요청을 수용하는 과정에서 여성 근로자의 동등한 근무권과 이동권을 제한했다는 데 비판의 초점이 맞춰져 있다.
파리시·정치권 “환대가 가치 포기는 아니다”
에마뉘엘 그레구아르 파리시장은 여성 직원 배제에 대한 직원들의 분노가 정당하다고 평가하고 조사 착수를 예고했다. 그는 “여성과 남성의 평등은 역사적 기념물 앞에서도, 파리 어디에서도 멈춰서는 안 된다”며 해당 조치가 에펠탑이 지켜야 할 가치와 부합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프랑스 국민의회 의장 야엘 브라운-피베 역시 “외국 방문객의 요구를 충족하기 위해 여성들이 비켜서도록 강요받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지적했다. 가브리엘 아탈 전 총리는 “프랑스에서는 어떤 문화·신념·예배도 여성의 자리를 지시할 수 없다”고 밝혔고, 마린 르펜 국민연합(RN) 대표도 “프랑스에서는 여성의 존재를 제한하는 일을 결코 용납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정치적 성향이 다른 인사들까지 비판 대열에 합류했다는 점은 이번 사건이 프랑스 사회에서 종교 문제보다 성평등·공화주의·공공서비스 원칙의 문제로 인식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BAPS 파리 사원 측은 7일 저녁 성명을 내고 우려를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인다”며 “초래된 고통이나 불편에 대해 사과한다”고 밝혔다. 다만 사원 측은 약 100명 규모의 대표단 방문이 다른 이용객의 불편을 줄이기 위해 정규 개장 초기 시간대에 에펠탑 측과 조율돼 진행됐으며, 자신들이 아는 한 누구도 에펠탑 출입을 거부당하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 해명은 쟁점의 일부만 다룬 것으로 보인다. 논란의 본질은 일반 관람객의 출입 제한 여부가 아니라, 여성 노동자가 성별을 이유로 정상적인 업무 수행과 이동에서 배제됐는지, 그리고 그 지시를 누가 어떤 근거로 승인했는지에 있다. SETE가 “수용해서는 안 됐다”고 공식 인정한 만큼, 향후 조사는 현장 지시의 경위, 책임 소재, 민간 방문단의 요구와 공공시설 운영 원칙의 경계에 집중될 가능성이 크다.
‘종교 자유’와 ‘차별 금지’의 경계선
이번 사건은 프랑스식 라이시테(정교분리) 논쟁의 전형적 사례와는 결이 다르다. 종교의 자유나 특정 종교행사 자체를 제한하는 문제가 아니라, 종교적·문화적 요청을 수용하는 과정에서 공공시설이 여성 직원에 대해 차별적 업무 배치를 했는지가 본질이기 때문이다.
이번 사태는 프랑스 최초 전통 힌두사원 개관이라는 다문화 사회의 상징적 성취가 공공영역에서의 성평등 원칙과 충돌할 경우 얼마나 빠르게 사회적·정치적 논쟁으로 전환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향후 사건의 관건은 BAPS의 사과 여부보다 SETE와 파리시가 여성 직원 배제 지시의 승인·집행 과정을 어디까지 규명하고, 공공 관광시설에서 유사한 요구를 차단할 구체적 운영기준을 마련하느냐에 달려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