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이현주 기자] 이란전 장기화로 미국의 패트리엇·사드(THAAD)·토마호크·정밀타격미사일 재고가 빠르게 줄었다는 보도가 이어지자, 미 국방부가 합동참모본부 소속 군·민간 인력 약 50명을 상대로 거짓말탐지기 조사를 벌인 것으로 전해졌다.
axios, aljazeera, cnn, usatoday, moneycontrol에 따르면, 이번 사안의 본질은 단순한 ‘기밀 유출 색출’이 아니다. 세계 최대 군사력을 자랑해 온 미국조차 고강도 장기전에서 첨단 유도무기의 생산·비축·배분 한계에 부딪혔으며, 그 사실 자체가 중국·러시아·이란 및 동맹국에 전략 신호가 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이번 대규모 내부 조사로 표출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누가 흘렸나’보다 중요한 질문
뉴욕타임스(NYT) 보도에 따르면, 미 정부 조사관들은 지난 8월 합참에서 근무하는 군 장교와 민간 직원 약 50명을 대상으로 언론에 기밀을 제공했는지, 특히 장거리 타격미사일과 패트리엇 요격미사일 등의 감소 현황을 외부에 전달했는지를 캐물었다. 조사 대상에는 현역 군인뿐 아니라 합참 업무에 관여하는 민간 직원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조사의 규모와 대상은 이례적이다. NYT는 군 수뇌부에 가까운 합참 조직을 상대로 수십 명에게 동시다발적으로 거짓말탐지기를 적용한 사례가 전례를 찾기 힘든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익명의 관계자들은 이 조치가 실제 유출자를 특정하는 동시에, 향후 언론 접촉을 생각하는 내부자들에게 강한 억지 신호를 보내기 위한 목적도 가졌다고 NYT에 설명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무기 재고 부족 보도를 “반역적 유출로 규정"하며 강한 대응을 주문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 체제의 국방부가 단순한 보안 점검을 넘어, 전쟁 수행능력에 관한 불리한 내러티브가 확산되는 것을 통제하려 했다는 분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다만 미 국방부는 개별 인사 및 조사 사안을 언급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유지하면서도, 국가안보 관련 기밀 유출은 매우 심각하게 다루고 조사한다는 입장을 냈다.
숫자로 본 미국 무기고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분석을 인용한 로이터 보도에 따르면, 미국은 지난 2월부터 7월까지 패트리엇 요격미사일의 약 65%를 소진했고 사드 요격미사일 재고도 전쟁 개시 시점보다 최소 38% 줄었다. 로이터는 복수의 관계자를 인용해 미 육군의 ATACMS와 차세대 정밀타격미사일 PrSM은 “사실상 전량”이 소모됐으며, 토마호크도 전 세계 보유분 가운데 절반에 약간 못 미치는 물량이 사용됐다고 전했다. 다만 로이터 역시 개별 재고 숫자는 독자적으로 검증하지 못했다고 명시했다.
CSIS 추정에 따르면 패트리엇은 전쟁 전 약 2,330발에서 7월 27일 기준 759~827발로 줄었고, 사드는 452발에서 234~278발 수준으로 감소했다. 두 체계를 합하면 약 2,800발이던 첨단 방어 요격탄이 약 1,100발 규모로 축소된 셈이다. 이는 이란전의 전장 소모가 중동 지역 작전에 국한되지 않고, 유럽·인도태평양·한반도 유사시의 억지력 계산에도 영향을 줄 수 있음을 뜻한다.
CNN도 미군 내부 재고자료에 정통한 복수 소식통을 인용해 사드 요격탄은 전쟁 전 대비 거의 80%가 소진됐고, 패트리엇은 약 절반이 사용됐다고 보도했다. CSIS·CNN·로이터의 수치가 완전히 일치하지 않는 것은 산정 기준일, ‘보유 재고’와 ‘가용 재고’의 구분, 기밀 재고의 추정 방식이 서로 다르기 때문으로 보인다.
생산능력이 전쟁의 병목
문제는 단지 재고 감소가 아니라 복구 속도다. CSIS 분석을 인용한 미국 언론 보도에 따르면, 현 생산 속도를 기준으로 패트리엇 재고를 이란전 이전 수준으로 되돌리는 데는 적어도 3년, 사드는 4년가량이 걸릴 수 있다. 토마호크 재고는 2030년 또는 2031년이 돼야 전쟁 전 수준을 회복할 수 있다는 전망도 제시됐다.
이는 ‘첨단 무기 생산은 버튼을 누르면 즉시 늘릴 수 있다’는 통념과 거리가 멀다. 패트리엇·사드·토마호크·ATACMS·PrSM 같은 체계는 추진체, 탐색기, 고성능 전자부품, 고체연료, 탄두, 시험·인증 절차, 전문 인력과 하청 공급망이 맞물린 복합 제조품이다. 평시 소량·장기계약 중심으로 설계된 방산 생산라인은 갑작스러운 대량 소모를 신속히 따라잡기 어렵다.
미 국방부가 방산업체들에 생산 가속 방안을 요구했다는 보도는 이런 구조적 병목을 반영한다. 미국 정부가 예산을 늘리고 긴급 계약을 체결하더라도 생산설비 증설, 공급망 확보, 품질검증, 납품까지는 수년 단위의 시간이 필요한 경우가 많다.
특히 패트리엇과 사드는 중동의 미군 기지 방어뿐 아니라 유럽의 러시아 위협 대응, 인도태평양 지역의 미사일 방어, 한국·일본·걸프 동맹국에 대한 지원 및 수출과 연결된다. 미국의 잔여 재고가 줄면 워싱턴은 어느 전구에 어떤 무기를 우선 배치할지 선택해야 하고, 이 선택은 곧 동맹국의 안보 신뢰와 방산 조달 계획에도 영향을 준다.
거짓말탐지기의 정치성
거짓말탐지기는 생리 반응을 측정하는 조사 도구일 뿐, 그것만으로 특정인의 기밀 유출을 법적으로 확정할 수 있는 증거는 아니다. 미 군사재판에서는 군사증거규칙(Military Rule of Evidence) 707이 거짓말탐지기 결과, 검사관 의견, 검사 실시·거부 사실의 증거 제출을 원칙적으로 금지한다. 다만 검사 과정에서 나온 자백이나 진술 자체는 별도의 증거능력 요건을 충족하면 다뤄질 수 있다.
민간 연방법원 역시 거짓말탐지기 결과를 일률적으로 허용하는 체계는 아니다. 법원과 관할에 따라 예외적으로 판단될 수 있지만, 신뢰성·배심원 편견 가능성 등을 이유로 대체로 배제되는 경향이 강하다. 따라서 이번 조사는 법정 유죄 입증보다 내부 보안조사, 심리적 압박, 조직 내 경고 효과에 더 무게가 실렸다고 보는 편이 타당하다.
여기에는 역설도 있다. 헤그세스 장관은 앞서 민간 메신저 시그널 단체 대화방에서 예멘 공격 관련 민감한 정보를 공유해 논란을 낳았던 인물이다. 현 국방부가 내부 유출에 강경 대응하는 장면은 ‘기밀 관리의 원칙’과 ‘정치적으로 민감한 정보의 통제’가 어떻게 교차하는지 보여주는 사례가 됐다. 이 대목은 단순한 보안 사건을 넘어, 전쟁 지속능력에 관한 정보가 백악관과 펜타곤에 얼마나 정치적 부담이 되고 있는지를 드러낸다.
한국에 주는 신호
한국의 관점에서 이번 사안은 미국의 ‘무기 부족설’ 진위 공방으로만 볼 일이 아니다. 정확한 잔여 재고는 기밀이므로 단정할 수 없지만, 복수 언론과 CSIS의 공개 분석이 공통으로 가리키는 방향은 분명하다. 미국이 장기 고강도 전쟁을 수행하면서 중동·유럽·인도태평양의 동시 수요를 맞닥뜨릴 경우, 고가의 유도무기와 요격탄이 전략 자산이자 배분 대상이 된다는 사실이다.
이번 합참 거짓말탐지기 조사는 그래서 ‘누가 기밀을 흘렸는가’라는 질문으로 끝나지 않는다. 더 본질적인 질문은 미국이 드러난 재고 공백을 얼마나 빨리 메우고, 그 과정에서 동맹국에 약속한 방어 공약과 무기 공급을 어느 수준까지 유지할 수 있느냐에 있다. 무기고의 숫자는 기밀일 수 있지만, 장기전이 첨단무기 재고와 방산 생산능력을 시험한다는 사실만은 더 이상 감출 수 없는 전략 현실이 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