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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테크

[빅테크칼럼] “AI의 석유는 전력·GPU”…앤트로픽, 11개월간 5170억달러 컴퓨팅 선점

 

[뉴스스페이스=이승원 기자] 클로드(Claude) 개발사 앤트로픽이 2025년 10월 이후 약 11개월 동안 총 5,170억달러 규모의 AI 컴퓨팅 계약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reuters, ibtimes, techtimes, moomoo에 따르면, 최소 14.8기가와트(GW)의 연산 인프라를 장기 계약으로 묶었다는 보도도 나왔다. 이는 단순한 클라우드 사용료 확대가 아니라 AI 모델 기업이 전력·반도체·데이터센터를 사실상 장기 조달하는 ‘산업 인프라 기업화’의 신호로 읽힌다.

 

‘모델 회사’에서 전력 구매자로


AI 산업의 경쟁 축이 알고리즘 성능만으로 설명되기 어려워지고 있다. 초거대 언어모델의 학습뿐 아니라, 기업 고객이 실제 서비스를 이용할 때 발생하는 추론(inference) 수요까지 급증하면서 GPU와 전력, 냉각, 데이터센터 부지를 누가 먼저 장기간 확보하느냐가 사업 확장의 제약조건이 됐기 때문이다.

 

앤트로픽의 컴퓨팅 계약은 Amazon, Google, Microsoft 같은 하이퍼스케일러뿐 아니라 SpaceX, Nscale, Lambda, Riot Platforms 등 AI 데이터센터·‘네오클라우드’ 사업자와 암호화폐 채굴 인프라 전환 기업까지 포괄한다. 이는 AI 인프라 공급망이 기존 빅테크 클라우드에서 GPU 전문 임대 사업자, 전력 확보형 데이터센터 개발사, 채굴장 기반 사업자로 빠르게 넓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최소 14.8GW라는 보도 수치는 산업적 함의가 크다. GW 단위는 이제 개별 데이터센터 한 곳의 규모를 넘어선다. AI 기업이 수년 뒤 필요할 수요까지 선계약하는 방식은 공급 부족 국면에서 가격과 물량을 먼저 고정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수요 전망이 빗나가거나 데이터센터 건설이 지연될 경우 막대한 고정비·계약 이행 부담으로 되돌아올 수 있다.

 

5,170억달러의 실체…‘연간 지출’과는 다르다


이번 숫자를 해석할 때는 계약 기간과 용량, 계약 구조를 분리해 볼 필요가 있다. 공개·보도된 주요 건만 보더라도 계약 기간은 6년에서 20년에 이르고, 일부는 2027년 이후에야 전력과 GPU가 실제 제공될 예정이다.

 

더구나 SpaceX 계약에는 90일 해지 조항이 있다는 보도도 나온다. 표면상 계약 총액이 커도 계약 해지권, 최소구매의무, 서비스 수준 협약(SLA), 공사 지연 책임, GPU 세대교체 조항에 따라 경제적 실질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Nscale 450억달러 계약이 보여주는 것


가장 상징적인 거래는 영국계 AI 인프라 기업 Nscale과의 계약이다. Reuters는 앤트로픽이 웨스트버지니아 데이터센터 캠퍼스의 약 460MW 용량을 6년간 빌리기 위해 450억달러를 지출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Nscale은 앤트로픽 수요 대응을 위해 Nvidia의 차세대 Vera Rubin 칩을 배치할 예정이며, 해당 용량은 2027년 말 가동이 목표다.

 

계약 금액을 기간으로 나누면 연평균 약 75억달러, MW당 연평균 약 1,630만달러 수준이다. 이는 단순 전력요금이 아니라 GPU 서버, 네트워크, 건물, 냉각, 운영, 자본비용, 공급 위험 등을 포함하는 AI 연산 서비스 가격으로 이해해야 한다. 

 

이 계약은 Nscale의 자본시장 전략과도 직결된다. Reuters는 Nscale이 잠재 투자자들에게 약 1,030억달러의 총 계약 매출을 보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고 보도했다. 검토된 자료상 계약 평균 기간은 5.7년이며, 이를 단순 환산하면 연간 계약매출은 약 180억달러 수준이다. 앤트로픽의 450억달러 계약은 Nscale이 IPO 또는 프리IPO 자금조달에서 제시할 수 있는 핵심 수주 잔고가 된 셈이다.

 

그러나 여기에는 양면성이 있다. Nscale에는 앤트로픽이라는 대형 앵커 고객이 생기지만, 앤트로픽에는 아직 구축되지 않은 2027년 이후 용량에 대한 장기 이행 리스크가 생긴다. 데이터센터 건설 지연, 송전망 접속, 변압기·냉각장치 조달, Nvidia 신제품 공급, 전력 인허가가 어느 하나라도 차질을 빚으면 양사의 계획 모두 영향을 받는다.

 

Claude 수요가 만든 선계약 경쟁


앤트로픽이 이처럼 공격적으로 공급을 선점하는 배경에는 Claude 및 코딩 도구 수요의 확대가 있다. Reuters는 Claude 매출 급증 이후 앤트로픽이 Microsoft Azure 300억달러, Nscale 약 450억달러, SpaceX 월 12억5,000만달러 등 대형 컴퓨팅 계약을 연이어 체결했다고 전했다.

 

시장 보도에 따르면 Claude Code는 연환산 매출 기준 25억달러를 넘어섰고, 앤트로픽 매출의 상당 부분은 기업 고객에서 나온다. 다만 Claude Code의 성장률, 전사 매출 300억달러, 수익성 수준 등은 앤트로픽의 정기 공시가 아닌 민간기업 보도 수치에 크게 의존한다. 따라서 기사 작성 시에는 “보도에 따르면”, “연환산 매출 기준으로 알려졌다”는 표현을 유지하는 것이 안전하다.

 

실무적으로 더 중요한 대목은 AI 모델의 비용 구조 변화다. 과거에는 모델 훈련이 가장 큰 비용으로 인식됐지만, AI가 업무용 소프트웨어와 코딩 도구, 고객지원, 검색, 에이전트 서비스로 확산될수록 매일 반복되는 추론 비용이 장기 수요를 만든다. 앤트로픽의 계약은 ‘더 큰 모델을 한 번 훈련하기 위한 GPU 확보’라기보다, 기업용 Claude 사용량이 늘어날 것을 전제한 장기 추론 인프라 확보 성격도 강하다.

 

빅테크를 넘어 ‘채굴장’으로 번진 AI 인프라


Riot와 Hut 8 사례는 AI 인프라 시장의 또 다른 변화를 상징한다. 비트코인 채굴 기업이 확보해 둔 전력계통 접속, 대규모 부지, 냉각·운영 경험이 AI 데이터센터 사업으로 전환 가능한 자산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Riot은 Rockdale 부지의 191MW 규모 20년 임대계약에서 기본 계약기간 동안 91억달러의 계약매출을 예상한다고 밝혔다. 계약의 첫 96MW는 2027년 12월, 전체 구축은 2028년 6월까지 완료될 것으로 전해진다. 이는 AI 인프라 수요가 기존 데이터센터 개발보다 빠르게 암호화폐 채굴 산업의 전력 자산을 재평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Lambda 계약 역시 Nvidia가 부지 임차 계약을 갖고, Lambda가 GPU를 운영하며, 앤트로픽이 컴퓨팅을 구매하는 구조로 알려졌다. AI 밸류체인에서 칩 제조사, 데이터센터 개발사, GPU 클라우드 사업자, 모델 기업의 역할이 얽히면서 각 기업의 매출과 자금조달이 서로를 뒷받침하는 구조가 나타나고 있다. 이른바 ‘순환거래’ 또는 ‘순환자금’ 논란이 제기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결국 앤트로픽의 5,170억달러 컴퓨팅 계약은 AI 산업이 “모델 성능 경쟁”에서 “전력·칩·데이터센터 조달 경쟁”으로 이동했음을 보여주는 사건이다. 앤트로픽이 선계약으로 공급 부족을 돌파한다면 Claude의 기업용 확장을 지탱하는 진입장벽이 될 수 있다. 반대로 계획된 데이터센터가 지연되거나 AI 사용량이 장기 약정을 소화하지 못하면, 막대한 계약 잔액은 성장 투자보다 재무적 부담으로 평가받을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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