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이승원 기자] 카메라·마이크·디스플레이·생성형 AI가 결합된 스마트 안경이 시험 부정행위의 새 통로로 떠오르면서, 감독관의 육안 감시와 전통적 필기시험만으로 개인의 실제 역량을 검증하기 어려운 단계에 진입했다.
timeshighereducation, nzherald, usali, scmp, edulegit, nationthailand에 따르면, 뉴질랜드 오클랜드대 사례부터 한국 국가기술자격시험의 연쇄 적발까지, 문제의 핵심은 ‘안경을 금지할 것인가’가 아니라 AI가 상시 접속된 환경에서 무엇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로 옮겨가고 있다.
적발은 늘었지만, 탐지는 우연에 가깝다
뉴질랜드 오클랜드대는 9월 시험에서 스마트 안경을 착용한 학생을 적발해 안경을 압수하고 시험은 계속 보게 했으나, 사후 학업윤리 제재를 내렸다. 학교 측은 시험 감독관에게 관련 기기의 외형과 대응법을 숙지시키고 있다고 밝혔지만, 컴퓨터과학 선임강사 울리히 슈파이델은 향후 스마트 안경이 콘택트렌즈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형태가 되면 (이를 발견하거나 차단할 현실적 수단이 거의 사라져) “체크메이트”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체크메이트(checkmate)’는 원래 체스에서 상대 킹이 공격받고 있으면서도 피할 수 있는 모든 수가 막힌 패배 확정 상태를 뜻한다. 일상적으로는 “더는 대응 방법이 없는 결정적 패배”, “사실상 끝난 상황”이라는 비유로 쓰인다. 즉 전통적인 감독형 시험이 대응할 수 있는 선택지 자체가 사라지는 결정적 국면이라는 경고인 셈이다.
호주 디킨대 평가·디지털학습연구센터의 토머스 코빈 연구원은 현재 공개된 사례를 “빙산의 일각”으로 규정한다. 실제 적발은 시스템적 탐지라기보다 감독관의 의심, 우연한 관찰, 제보에 기대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 그의 진단이다. 안경만이 아니라 소형 이어버드, 블루투스 연결기기, 외부 조력자, 생성형 AI 서비스가 결합할 수 있어 프레임의 두께나 렌즈 모양만 보고 부정행위를 판별하는 방식에는 구조적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스마트 안경 부정행위는 기존의 ‘쪽지’나 ‘휴대전화 반입’과 성격이 다르다. 시험지를 촬영한 뒤 외부인에게 전송하던 방식에서 나아가, 카메라가 문제를 포착하고 AI가 답안을 생성해 렌즈 디스플레이나 음성 장치로 답을 전달하는 자동화된 보조 체계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시험장 안에서 수험생의 행동은 최소화되지만, 답안 생성 능력은 시험장 밖의 AI와 네트워크에 연결되는 셈이다.
한국, 두 달간 5건…제도 개정 착수
한국에서는 국가기술자격시험을 관리하는 한국산업인력공단 관련 자료에서 지난 5~6월 두 달 사이 스마트 안경을 활용한 부정행위가 최소 5건 적발된 것으로 나타났다. 적발된 응시자들은 광주·목포·대구·서울·울산 등에서 시험을 치렀고, 정보처리기사·소방설비기사·전기 분야 산업기사 등과 연관된 사례가 보고됐다.
적발 수법도 기존 감독 방식의 취약점을 드러낸다. 목포에서는 응시자가 안경 다리의 버튼을 누르자 렌즈에 푸른색 화면이 나타났고, 대구에서는 안경에서 전자음이 들렸다. 서울에서는 정보처리기사 시험 응시자의 안경테에서 카메라 렌즈가 발견됐으며, 울산에서는 렌즈와 디스플레이가 내장된 기기가 확인됐다. 5명 모두 부정행위 제재를 받았고, 광주·목포·대구 3건은 불구속 상태로 검찰에 송치됐다.
고용노동부는 현행 국가기술자격법 시행규칙이 휴대전화·디지털카메라·카메라 펜 등은 예시로 들면서도 스마트 안경을 명시하지 않은 점을 보완하기 위해 규정 개정을 검토하고 있다. 기술이 나올 때마다 기기명을 추가하는 방식 대신, 향후 등장할 신종 전자·통신기기까지 포괄할 수 있도록 금지 조항을 넓히겠다는 방향이다. 한국산업인력공단은 지난 5월부터 스마트 안경을 시험장 반입 금지 전자·통신기기 목록에 포함시켰다.
이 사례가 갖는 의미는 작지 않다. 단 두 달간 5건이 확인됐다는 사실은 스마트 안경이 극히 예외적인 ‘해외 기술 이슈’가 아니라 한국의 고위험 자격시험 현장에 이미 유입됐음을 보여준다. 다만 공개된 수치는 적발 건수일 뿐, 실제 시도 건수나 미적발 규모를 뜻하지는 않는다. 따라서 현 단계에서 부정행위가 얼마나 광범위한지 정확히 추정하기는 어렵다.
AI 답안, 100점 만점에 92.5점
시험의 신뢰를 뒤흔드는 대목은 AI의 실제 문제 해결 성능이다. 홍콩과학기술대(HKUST) 연구진이 공개한 통제 실험에서 AI 스마트 안경을 쓴 응시자는 3학년 ‘컴퓨터 네트워크 원리’ 시험에서 100점 만점에 92.5점을 받았다. 100명 이상이 수강한 해당 과목에서 상위 5위권에 해당하는 점수였다. 해당 응시자는 안경 카메라로 시험 문제를 촬영하고, 연동된 AI가 만든 답을 렌즈에 표시하면 이를 옮겨 적는 방식으로 약 30분 만에 시험을 마친 것으로 전해졌다.
물론 이 실험 하나만으로 모든 전공·모든 유형의 시험에서 AI 안경이 고득점을 보장한다고 일반화할 수는 없다. 시험 과목, 문제 유형, 네트워크 환경, AI 모델의 종류와 성능, 감독 강도, 질문이 요구하는 추론·서술·실험 역량에 따라 결과는 달라질 수 있다. 그럼에도 최소한 지식 회수형·정답 선택형·정형화된 계산형 시험에서는 AI 보조 장치가 상위권 성적을 낼 수 있다는 실증 사례라는 점에서 충격이 크다.
이는 시험이 측정하는 대상 자체를 되묻게 한다. 폐쇄된 시험장에서 인터넷과 외부 도움을 차단한다는 전제가 무너지면, 일정 시간 안에 답안을 재현하게 하는 방식은 학생의 기억력·개별 문제풀이 역량보다 ‘기기를 얼마나 은밀하게 연결하느냐’를 겨루는 시험으로 변질될 수 있다.
미국도 ‘스마트 안경 전면 금지’
미국 칼리지보드는 SAT 시험에서 스마트 안경을 비롯한 웨어러블 기기를 금지 장비로 명시하고 있다. SAT 규정은 스마트 안경뿐 아니라 인터넷 또는 AI 기능·서비스 접근이 가능한 안경, 스마트워치, 피트니스 트래커, 녹음·청취 장비, 블루투스 기능이 있는 이어버드 등을 시험 중은 물론 휴식시간에도 접근하지 못하도록 한다.
특히 칼리지보드의 PSAT/NMSQT 규정은 감독관이 스마트 안경 등 금지 물품을 의심할 경우 안경을 검사해 규정 준수 여부를 확인하도록 요구할 수 있다고 밝힌다. 이미지·영상·스크린샷 촬영, 인터넷 접근, AI 서비스 또는 타인과의 통신이 가능한 것으로 의심되는 안경을 소지한 응시자에게 시험 응시를 막을 수 있다는 조항도 포함됐다. 단순히 기기의 전원을 껐는가가 아니라, 기기가 외부 접속·촬영·통신 기능을 갖고 있는가를 시험 보안의 판단 기준으로 삼는 흐름이다.
‘탐지 경쟁’ 아닌 평가 재설계
금지와 단속은 당분간 불가피하다. 고위험 자격시험, 입학시험, 채용시험처럼 공정성과 보안이 핵심인 현장에서는 스마트 안경·스마트워치·이어버드의 시험장 반입 금지, 표준화된 안경 검사 절차, 보관 규정, 부정행위 제재 고지, 감독관 교육이 최소 방어선이 될 수 있다. 그러나 기기 형태가 경량화·은닉화되고 AI와 통신 기능이 분산될수록, ‘더 잘 찾아내는 감독’만으로는 비용과 정확성 모두에서 지속 가능하지 않다.
호주 고등교육 규제기관 TEQSA는 생성형 AI 시대의 평가 개혁 자료에서 학습 성과를 신뢰성 있게 보증하면서도 학생이 AI를 책임 있게 활용할 역량을 기르도록 하는 접근을 제시했다. 2026년에는 AI 통합 환경에서 학습의 질을 보장하기 위한 증거 기반·실행 가능한 방안을 담은 자료도 추가로 냈다. 이는 AI를 전면 금지하는 이분법보다, 어떤 과제에서 AI를 허용하고 어떤 평가에서 개인의 수행을 직접 검증할지 설계해야 한다는 정책 방향으로 읽힌다.
결국 스마트 안경은 시험 부정행위의 도구를 하나 더 늘린 사건이 아니다. AI가 개인의 시야와 청각, 통신망 속으로 들어온 환경에서 ‘답을 맞히는 능력’과 ‘지식을 이해하고 판단·검증·책임지는 능력’을 어떻게 구분해 측정할 것인지에 대한 평가 체계의 근본적 시험대다.
코빈 연구원이 지적한 대로, 기술을 금지하는 규정만으로는 낮아진 진입장벽과 빠른 우회 수단을 따라잡기 어렵다. 앞으로의 시험 경쟁력은 감독관의 단속 기술보다, AI가 있어도 학생 자신의 사고과정과 전문적 판단을 드러내게 만드는 평가 설계에서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