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이은주 기자] 탈중앙화 예측시장 플랫폼 폴리마켓이 암호화폐·주식·지수·원자재 가격을 대상으로 최대 20배 레버리지를 적용할 수 있는 무기한 선물 서비스 ‘폴리마켓 퍼프스(Polymarket Perps)’를 공개했다. 그동안 선거·금리·스포츠 등 특정 사건의 발생 확률을 거래하던 폴리마켓이 가격 변동 자체에 베팅하는 파생상품 시장으로 외연을 넓힌 것으로, 예측시장과 레버리지 거래를 한 플랫폼에 결합하는 실험에 나선 셈이다.
67개 계약 상장…주식·코인·원자재 한 화면에
bloomingbit, coinlaw, tokenpost, coingape, cryptonews에 따르면, 폴리마켓은 9월 3일 공식 채널을 통해 퍼프스 출시를 알리며 “암호화폐, 주식, 원자재 등에서 최대 20배 레버리지”를 제공한다고 밝혔다. 무기한 선물은 만기일이 정해진 일반 선물과 달리, 투자자가 필요한 증거금을 유지하는 한 롱(상승 베팅)이나 숏(하락 베팅) 포지션을 계속 보유할 수 있는 파생상품이다.
서비스 공개 시점 기준으로 폴리마켓 퍼프스에는 총 67개 계약이 편입됐다. 구성은 주식 연계 계약 36개, 암호화폐 24개, 원자재 4개, 주가지수 3개다. 비트코인(BTC), 이더리움(ETH), 솔라나(SOL), XRP, 하이퍼리퀴드(HYPE), BNB, 도지코인(DOGE) 등 가상자산은 물론 엔비디아, 테슬라, 메타, 코인베이스, 로빈후드, 마이크론, SK하이닉스, 삼성전자, ASML 등 국내외 기업 관련 상품도 포함됐다.
전통 자산군에서는 S&P500, 나스닥100, 금·은, WTI와 브렌트유 등이 거래 대상이다. 특히 폴리마켓은 비트코인, S&P500, 금, 은, 원유 등 주요 시장에서 최대 20배 레버리지를 제시했고, 일부 실물자산 연계 계약은 이보다 낮은 한도로 운영한다. S&P500과 WTI 원유 상품에는 격리마진과 교차마진 방식도 지원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연준 예측하고 S&P500 숏”…두 시장을 한데 묶다
이번 출시의 핵심은 폴리마켓이 기존의 이벤트 기반 예측시장과 가격 기반 파생상품 시장을 연결했다는 데 있다. 기존 예측시장은 ‘연방준비제도(Fed)가 이번 회의에서 금리를 인하할 것인가’처럼 사전에 정해진 사건의 결과에 따라 계약이 결제된다. 반면 무기한 선물은 금리 결정 전후 비트코인, 금, S&P500 등 실제 자산 가격의 움직임에 지속적으로 노출된다.
예컨대 투자자는 폴리마켓에서 연준 금리 인하 가능성을 예측시장 계약으로 거래하는 동시에, 인하 결정이 위험자산 랠리를 촉발할 것이라고 판단하면 비트코인 롱 포지션을 취할 수 있다. 반대로 인하 이후 경기 둔화 우려가 부각될 것으로 보면 S&P500 숏 포지션을 병행하는 식이다. 폴리마켓이 “비트코인을 롱하고, 연준을 예측하고, S&P500 반응을 숏하라”는 메시지를 전면에 내세운 배경이다.
이는 단순히 상품 라인업을 늘린 수준을 넘어선다. 사건의 확률과 사건 이후의 가격 반응을 별도 계약으로 거래할 수 있게 되면서, 폴리마켓은 ‘집단지성 기반 확률시장’에서 종합 트레이딩 플랫폼으로 진화하려는 전략적 방향을 드러냈다. 다만 예측시장 이용자가 변동성과 청산 위험이 훨씬 큰 레버리지 파생상품 이용자로 실제 전환될지는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
최대 20배의 양면성…2.5% 유지증거금과 강제청산
최대 20배 레버리지는 적은 담보금으로 큰 규모의 포지션을 잡을 수 있게 하지만, 손실과 청산 위험도 같은 비율로 증폭시킨다. 단순 계산으로 20배 레버리지에서는 증거금 1달러로 최대 20달러 규모의 노출을 만들 수 있다. 기초자산 가격이 포지션 방향과 반대로 움직일 경우, 손실률도 빠르게 누적된다.
폴리마켓 퍼프스의 유지증거금은 ‘0.5 ÷ 최대 레버리지’ 공식으로 산정되며, 최대 20배 시장의 유지증거금률은 2.5%다. 유지증거금의 3분의 2보다 낮아지면 보험기금이 해당 포지션을 인수하는 구조로 알려졌다. 20배 레버리지 계약에서는 작은 가격 변동도 증거금 상태에 직접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의미다.
펀딩비는 매시간 정산되며, 시간당 상한은 롱·숏 어느 한쪽 기준으로도 4%다. 주문장 가격을 바탕으로 산출되는 프리미엄 지수는 5초마다 샘플링된다. 무기한 선물은 현물 기준가격과 계약가격의 괴리를 줄이기 위해 롱과 숏 보유자 간 펀딩비를 주고받는 구조인데, 장기 보유자는 방향성 판단뿐 아니라 누적 펀딩비 부담까지 감안해야 한다.
수수료는 30일 거래량을 기준으로 차등 적용된다. 기본 구간에서 테이커 수수료는 0.04%, 메이커 수수료는 0.0125%이며, 30일 누적 거래량이 10억달러를 넘는 최상위 구간에서는 테이커 수수료가 0.02%까지 낮아지고 메이커에게는 0.005% 리베이트가 제공된다.
미국·캐나다는 주문 제한…규제 경계가 확장 속도 좌우
폴리마켓 퍼프스는 전 세계 이용자에게 일괄 개방된 서비스가 아니다. 폴리마켓 측 문서에 따르면 미국, 캐나다, 쿠바, 이란, 북한, 시리아, 크림반도, 도네츠크, 루한스크에서는 주문 제출이 허용되지 않는다. 서비스는 레버리지 파생상품 거래가 법적으로 허용된 관할권에서만 제공된다는 것이 회사의 공식 입장이다.
미국 배제는 폴리마켓의 과거 규제 이력과 맞닿아 있다.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는 2022년 폴리마켓 운영사 블록라타이즈(Blockratize)가 미등록 거래시설을 통해 이벤트 기반 바이너리옵션을 제공했다고 판단했고, 회사는 140만달러의 민사제재금을 내고 비준수 시장을 정리하기로 합의했다. 이후 국제 서비스에서 미국 이용자의 접근을 차단하는 조치가 유지돼 왔다.
미국 예측시장과 이벤트 계약을 둘러싼 규제 해석은 주(州) 규제기관과 연방 당국, 법원 사이에서 계속 다투어지고 있어, 폴리마켓의 파생상품 확장도 서비스 제공 지역과 상품 설계에 따라 규제 리스크가 달라질 수 있다.
거래소 변신의 시험대, 유동성 확보
폴리마켓은 이번 출시로 하이퍼리퀴드 등 대형 암호화폐 무기한 선물 거래소와 직접 경쟁하는 구도에 들어섰다. 공개 첫날 67개 퍼프스 시장의 거래량을 단순 합산하면 약 7300만달러로 집계됐으며, 이더리움이 900만달러, 비트코인이 700만달러, 금이 500만달러 수준으로 거래량 상위를 기록했다. 다만 이 수치는 플랫폼 화면에 표시된 수치를 합산한 것이며, 해당 수치의 집계 기간이 명확히 고지되지 않았다는 한계가 있다.
비교 대상인 하이퍼리퀴드는 같은 보도 기준 최근 24시간 무기한 선물 거래량이 70억4000만달러, 최근 30일 거래량은 2098억1000만달러로 집계됐다. 폴리마켓 퍼프스 첫날 거래 규모는 하이퍼리퀴드 하루 거래량의 약 1% 수준에 그친다는 분석도 나온다. 즉 상품 수와 레버리지 한도만으로는 경쟁력이 완성되지 않으며, 호가 깊이, 스프레드, 청산 안정성, 오라클 가격의 신뢰도, 대규모 주문 처리 성능이 실제 성패를 가를 변수다.
폴리마켓의 퍼프스 출시는 예측시장이라는 틈새 서비스를 ‘사건의 확률’과 ‘사건 이후 가격’을 함께 거래하는 플랫폼으로 확장하려는 전환점으로 평가할 수 있다. 다만 최대 20배 레버리지는 거래 참여를 끌어올릴 수 있는 장치인 동시에 급격한 청산과 이용자 손실, 국가별 규제 충돌을 키울 수 있는 양날의 검이다. 결국 폴리마켓이 예측시장의 화제성을 지속 가능한 파생상품 유동성으로 바꿀 수 있을지, 그리고 제한된 관할권 속에서 신뢰 가능한 거래 인프라를 증명할 수 있을지가 다음 관전 포인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