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김희선 기자] 농심 창업주 고(故) 신춘호 회장의 장손이자 신동원 농심 회장의 장남인 신상열 농심 부사장이 오는 9월 13일 SK텔레콤에 재직 중인 여성과 결혼식을 올릴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생활의 새 출발과 맞물려, 올해 사내이사로 이사회에 공식 진입한 신 부사장은 농심의 승계 구도와 ‘비전 2030’ 실행을 동시에 떠안은 차세대 경영자로 부상하고 있다.
결혼으로 한 가정의 가장이 되는 개인적 전환점은 올해 사내이사로 이사회에 합류하며 농심의 차세대 책임경영을 본격화한 시기와 맞물린다. 창업주 고(故) 신춘호 회장의 장손이자 신동원 회장의 장남인 그는 이제 ‘오너 3세’라는 혈통의 상징을 넘어, 글로벌 확장과 신사업 발굴이라는 농심의 성과를 책임져야 할 위치에 섰다. 결혼식의 웨딩마치가 울린 뒤, 신 부사장에게는 가정의 가장과 농심의 미래를 설계할 경영자라는 두 개의 책임이 동시에 시작된다.
결혼과 경영 전면화
TV조선은 4일 재계 취재를 인용해 "신 부사장이 SK텔레콤 직원과 13일 결혼하며, 예비 신부는 평사원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두 사람은 농심 대표 제품인 신라면을 활용해 웨딩 사진을 촬영한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예비 배우자의 구체적 신상, 직무, 교제 경위 등은 알려지지 않았다.
신 부사장은 1993년생으로 미국 컬럼비아대 산업공학과를 졸업한 뒤 2019년 농심 경영기획실에 입사했다. 이후 2020년 대리, 2021년 부장에 이어 같은 해 구매실장 상무로 승진했고, 2024년 상무, 2025년 전무를 거쳐 2026년 정기 임원인사에서 부사장에 올랐다. 2019년 입사 후 약 7년 만에 부사장과 등기임원 지위에 도달한 셈이다. 특히 2015년부터 2년간 인턴으로 농심을 경험한 바 있어 현장 이해도가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신 부사장은 지난 3월 20일 열린 농심 제62기 정기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로 선임됐다. 오너 3세가 실무 보직을 넘어 이사회 의사결정과 법적 책임이 따르는 등기임원 자리에 진입했다는 점에서, 이번 인사는 단순한 직급 승진보다 무게가 크다. 신동원 회장 역시 주총 직후 장남의 사내이사 선임과 관련해 “충분히 자격이 있다고 생각한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혔다.
‘승계자’보다 중요한 과제
신상열 부사장을 둘러싼 핵심은 혼인 자체보다, 농심이 그에게 요구하는 경영 성과의 내용이다. 농심은 국내 라면 시장의 구조적 저성장, 원재료와 환율 변동, 글로벌 경쟁 심화에 맞서 라면 중심의 수익 구조를 넓혀야 하는 과제에 직면해 있다.
농심의 2025년 연결 매출은 3조5143억원, 영업이익은 1839억원으로 각각 전년보다 2.2%, 12.8% 증가했다. 매출이 완만하게 늘어난 반면 영업이익 증가율이 더 높았다는 것은 수익성 개선이 이뤄졌음을 뜻한다. 다만 성장의 지속성은 해외 확장과 비(非)라면 사업 육성에 달려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농심은 ‘비전 2030’을 통해 2030년 매출 7조3000억원, 영업이익률 10%, 해외 매출 비중 61%를 목표로 제시했다. 2025년 연결 매출을 기준으로 계산하면 2030년 목표 매출은 약 3조7857억원을 추가로 늘려야 하는 수준이다. 2025년 실적을 출발점으로 단순 환산하면 5년간 매출을 약 2.08배, 연평균 약 15.8%의 성장률이 필요하다. 이는 국내 라면 수요의 자연 증가만으로 달성하기 어려운 목표여서 해외시장, 스낵, 신사업에서의 실행력이 관건이 된다.
농심의 공식 사업보고서도 국내 라면 시장을 인구 구조와 생활 패턴 변화에 따른 “양적 저성장 추세”로 진단했다. 회사는 이를 보완하기 위해 중국·미국·캐나다·일본·호주·베트남·유럽을 전략 거점으로 삼고, 신라면을 비롯해 너구리·짜파게티·순라면 등 프리미엄 제품을 키우겠다고 밝혔다.
라면 67%, ‘스낵의 역설’
농심의 국내 사업은 여전히 라면 의존도가 높다. 2025년 국내 매출 2조4542억원 가운데 라면 매출은 1조6378억원으로 약 66.7%, 스낵 매출은 4251억원으로 약 17.3%를 차지했다. 라면은 농심의 확실한 현금창출원인 동시에, 성장의 천장을 드러내는 사업 구조이기도 하다.
이에 따라 농심은 라면과 스낵을 양대 축으로 세우는 ‘듀얼 코어’ 전략을 전면에 내세웠다. 스낵은 국내에서 라면보다 비중이 훨씬 작지만, 세계 시장에서 브랜드와 제품군을 넓힐 수 있는 확장성이 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농심은 지난해 스낵 신제품 9종을 내놓았고, 바나나킥 이후 50년 만의 ‘킥’ 시리즈 신제품인 ‘메론킥’을 비롯해 와사비 새우깡, 먹태깡 고추장마요맛 등을 출시했다.
신 부사장이 맡아온 미래사업 영역의 성패는 결국 이 대목에서 평가될 가능성이 크다. 오너 일가의 경영 참여가 승계의 정당성을 얻으려면, 라면 중심의 국내 기업을 다층적 글로벌 식품기업으로 바꾸는 구체적 성과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의미다.
이사회 입성의 무게
사내이사 선임은 ‘후계자’라는 상징에 그치지 않는다. 등기임원은 회사의 핵심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한편, 회사와 주주에 대해 선관주의 의무와 충실의무를 부담한다. 신 부사장은 이제 투자, 신사업, 해외법인 운용, 자본배분, 리스크 관리 등 농심의 중장기 의사결정에 보다 직접적인 책임을 지게 됐다.
농심의 2025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회사는 2025년 3월 네덜란드에 유럽 법인인 ‘NONGSHIM EUROPE B.V.’를 설립했다. 농심은 유럽 현지 유통·물류 인프라를 확보하고, 유럽 전역에서 통합 영업·마케팅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회사는 전 세계 100여개국에 제품을 수출하고 있으며, 해외 전략 거점은 미국·중국·일본·호주·베트남·유럽 등으로 넓어지고 있다.
그러나 글로벌화에는 비용과 위험도 뒤따른다. 농심은 사업보고서에서 밀가루·팜유·포장재 가격이 기후, 전쟁, 국제 원자재 가격, 유가, 환율, 미국 통상정책 등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명시했다. 유럽·북미·중국 시장에서의 경쟁, 현지 유통망 진입 비용, 환율 변동과 공급망 불안도 수익성에 직접 영향을 미칠 변수다.
재계 관계자는 "신상열 부사장에게 주어진 과제는 ‘농심가 장손’이라는 혈통의 상징을 ‘글로벌 식품기업 전환’이라는 실적으로 바꾸는 일이다"면서 "결혼을 계기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지금, 시장이 주목할 대상은 웨딩 사진 속 신라면이 아니라 그가 이사회에서 만들어낼 다음 성장 방정식이다"고 강조했다.
농심의 지배구조와 계열사 현황
한편 농심(32.72%) 최대주주인 농심홀딩스(072710)의 지분 구조는 오너 일가 중심으로 안정적이며, 최대주주 신동원 회장이 42.92%로 지배력을 유지하고 있다. 2026년 3월 기준 발행주식총수 463만7491주 중 최대주주 등(본인+특수관계자) 지분율은 66.74%(309만5062주)로, 개인 투자자 32.1%, 기관 3.15%, 외국인 지분 2.94%수준이다.
상위 주주 현황은 신동원 42.92%, 신동윤 13.18%, (재)율촌재단 2.01%, 신상열 1.41%, 농심근로복지기금 1.44%, 신수정 0.35%, 기타 오너 친인척(13명) 4.3%를 보유중이다.
농심그룹은 창업주 故 신춘호 회장의 세 아들이 계열사를 나눠 경영하고 있다. 신춘호 회장은 신격호 롯데그룹 창업주의 셋째 동생이다. 장남 신동원 부회장이 지주회사인 농심홀딩스와 농심을, 차남 신동윤 부회장은 포장재 계열사인 율촌화학, 삼남 신동익 부회장은 유통 계열사 메가마트를 물려받았다.
장남 신동원 부회장과 차남 신동윤 부회장은 일란성 쌍둥이다. 신동윤 부회장은 10분 늦게 태어나 차남이 됐다. 농심 신대방동 사옥에 가면 두 마리의 말 조형물이 있는데, 쌍둥이 형제를 형상화했다는 소문이 자자하다. 농심가의 막내 딸인 신윤경 씨는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과 결혼해 농심과 아모레퍼시픽은 사돈관계다. 신동원 부회장은 고려대 화학공학과를 졸업후, 1986년 연세대 영문학과를 나온 민선영씨와 중매로 만나 두달 반만에 결혼했다. 민씨는 민철호 전 동양창업투자 사장의 장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