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김정영 기자] 오픈AI가 자체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을 공식화하면서 생성형 AI 경쟁은 챗봇·에이전트 시장을 넘어 기계 설계와 부품 조달, 제조·안전 검증이 결합된 ‘피지컬 AI’ 전쟁으로 확대되고 있다. 다만 오픈AI는 시제품, 양산 일정, 생산 목표, 제조 파트너를 공개하지 않아 현시점에서 이를 완성 로봇 사업 진입 선언으로 평가하기보다는, 수직 통합을 염두에 둔 연구·인력 확보 단계로 봐야한다는 분석이다.
올트먼 “반드시 휴머노이드 만든다”
forbes, venturebeat, humanoidsdaily에 따르면,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Sources 팟캐스트에서 휴머노이드 개발 여부를 묻는 질문에 “우리는 분명히 휴머노이드를 할 것(We will definitely do a humanoid)”이라고 답했다. 그는 휴머노이드 외에도 다른 형태의 로봇을 개발할 것이라고 밝혀, 오픈AI의 하드웨어 전략이 인간형 로봇 한 종에 한정되지 않을 가능성을 시사했다.
올트먼의 논리는 단순하다. 인간이 생활하고 일하는 공간 자체가 사람의 신체 규격에 맞춰 설계됐다는 것이다. 계단과 문, 선반, 주방, 공장 작업대, 각종 공구를 바꾸지 않고 활용하려면 두 팔과 두 다리, 손을 가진 인간형 로봇이 범용성 면에서 유리하다는 판단이다. 이는 로봇을 특정 공정용 장비가 아니라, 다양한 환경에서 작동하는 범용 노동 플랫폼으로 보겠다는 의미다.
그러나 ‘휴머노이드를 만들겠다’는 말은 곧바로 소비자 판매나 조기 상용화를 뜻하지는 않는다. 오픈AI가 현재까지 공개한 내용에는 프로토타입의 외형·성능, 안전 기준, 원가 구조, 양산 시점, 생산 거점, 제조 협력사가 포함되지 않았다. 반면 올트먼은 조니 아이브와 함께 개발 중인 탁상형 AI 기기의 출시 시점을 2027년 초로 언급한 것으로 전해진다. 로봇 사업은 그보다 훨씬 장기적 과제로 분류되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모델 회사’에서 풀스택 제조사로
오픈AI의 로봇 전략에서 주목할 대목은 단순히 로봇 제어용 AI 모델을 공급하는 수준을 넘어, 몸체의 핵심 하드웨어까지 직접 설계하려는 정황이다. 외신이 확인한 오픈AI 채용 공고에 따르면 샌프란시스코 근무지 기준 로보틱스 관련 공개 채용은 19개로 집계됐다. 로보틱스 조직 출범 당시의 11개에서 증가한 수치다.
특히 액추에이터 설계와 전자기 설계, 기어 설계, 시험 인프라, 열 구조 등에 초점을 둔 인력 수요가 두드러진다. 액추에이터는 전기 신호를 실제 팔·다리·손가락의 운동으로 바꾸는 구동계 핵심 부품이다. 모터, 감속기, 센서, 전력 제어, 냉각 설계가 결합돼야 하며, 휴머노이드의 보행 안정성·힘·정밀도·배터리 효율·원가를 좌우한다. 오픈AI가 모터·변속기·센싱·열 설계를 포괄하는 맞춤형 전기기계식 액추에이터 개발 인력을 찾고 있다는 사실은, 범용 로봇 섀시를 구매해 AI만 얹는 방식보다 깊은 하드웨어 통제를 염두에 둔 것으로 읽힌다.
이 대목에서 오픈AI의 선택지는 두 갈래다. 첫째는 직접 설계한 부품과 신체 구조를 중심으로 완전한 수직 통합형 휴머노이드를 구축하는 길이다. 둘째는 핵심 구동계와 제어·데이터 수집 플랫폼만 장악하고, 프레임·양산은 전문 제조업체와 협업하는 방식이다. 현재 공개된 채용 정보만으로 어느 쪽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다만 액추에이터와 열관리, 제조 가능성까지 내부에서 설계하려는 구인은 최소한 ‘AI 두뇌 공급자’에만 머물지 않겠다는 신호로 볼 수 있다.
오픈AI는 과거 2021년 로보틱스 연구를 중단한 전력이 있다. 당시에는 실제 환경에서 학습할 데이터가 충분하지 않다는 문제가 컸다. 하지만 최근 대규모 언어모델, 비전언어모델(VLM), 비전언어행동모델(VLA), 시뮬레이션 데이터, 원격조작(teleoperation) 데이터 수집 기술이 고도화되면서 다시 로봇으로 돌아왔다. 로보틱스는 이제 언어를 이해하는 모델이 카메라 영상과 힘·촉각 센서 정보를 해석한 뒤, 손가락·관절·바퀴·다리를 제어하는 문제로 바뀌고 있다.
경쟁의 본질은 ‘몸-뇌-데이터’ 결합
오픈AI의 참전은 휴머노이드 시장의 경쟁 구도를 한층 선명하게 만든다. 이제 승부는 “가장 사람 같은 로봇을 누가 먼저 공개하느냐”보다, 고성능 AI 모델과 기구·구동부, 대규모 행동 데이터, 안전성 검증, 양산 공급망을 누가 가장 빠르게 결합하느냐에 달려 있다.
Google DeepMind는 7월 30일 시각·언어 입력을 실제 모터 제어로 전환하는 VLA 모델인 Gemini Robotics 2를 공개했다. 이 모델은 손끝부터 발끝까지 전신을 제어할 수 있도록 설계됐으며, 다단계 작업 계획과 인간과의 상호작용을 맡는 Gemini Robotics ER 2, 로봇 기기에서 직접 구동되는 Gemini Robotics On-Device 2도 함께 제시했다. DeepMind가 직접 로봇 몸체를 만들기보다 Apptronik, 보스턴다이나믹스(Boston Dynamics), Agile Robots 같은 파트너 하드웨어에 AI를 확산시키는 방식에 가깝다는 점에서 오픈AI의 자체 하드웨어 행보와 대비된다.
엔비디아는 칩과 개발 생태계의 우위를 휴머노이드로 넓히고 있다. 엔비디아는 6월 Unitree H2 Plus 휴머노이드 몸체, Sharpa의 촉각형 다섯 손가락 로봇 손, Jetson Thor 온보드 컴퓨팅, Isaac GR00T 소프트웨어·모델을 통합한 ‘Isaac GR00T 레퍼런스 휴머노이드’를 공개했다. 엔비디아는 이 설계를 연구용 오픈 레퍼런스 플랫폼으로 규정했으며, Unitree를 통해 2026년 말 공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는 로봇 제조사들이 각자 AI·센서·컴퓨팅·시뮬레이션 스택을 처음부터 구축하지 않도록 해 개발 속도를 끌어올리는 전략이다.
Skild AI가 1월 14억 달러 규모의 시리즈 C 투자를 유치하고 기업가치 140억 달러 이상을 인정받은 것도 자본시장이 ‘범용 로봇 두뇌’에 얼마나 큰 가치를 부여하는지 보여준다. 이 라운드는 소프트뱅크가 주도했고 엔비디아 벤처스, 맥쿼리 캐피털, 베이조스 익스페디션 등이 참여했다. 휴머노이드 하드웨어의 외형과 공급자가 달라져도 작동하는 범용 제어모델을 만들겠다는 전략이다.
Figure AI는 오픈AI와의 협력을 끝낸 뒤 독자 노선을 택했다. 브렛 애드콕 CEO는 2025년 2월 “완전한 엔드투엔드 로봇 AI”에서 자체 돌파구를 만들었다며 오픈AI와의 계약에서 벗어나겠다고 밝혔다. Figure 측 설명은 경쟁사 주장이라는 점에서 독립 검증이 필요하지만, 로봇 산업에서는 언어모델을 기성 하드웨어에 단순 결합하는 방식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며, 데이터·제어모델·손·관절·센서·구동계를 함께 최적화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을 드러낸다.
오픈AI가 넘어야 할 세 관문
첫째는 행동 데이터다. 언어모델은 웹 문서와 코드 등 방대한 데이터로 훈련할 수 있지만, 로봇은 물체의 무게·마찰·변형, 손끝 접촉, 예기치 못한 사람의 움직임처럼 현실 세계의 데이터를 반복 학습해야 한다. 오픈AI가 과거 로보틱스 연구를 접은 이유도 이 데이터 문제였다. 이제는 원격조작, 합성 데이터, 시뮬레이션, 시각·언어 모델의 발전으로 문턱은 낮아졌지만, 현장 데이터의 양과 품질은 여전히 핵심 병목이다.
둘째는 하드웨어와 원가다. 사람처럼 걷고 물체를 다루는 로봇에는 고출력·저발열 액추에이터, 정밀 감속기, 힘·촉각 센서, 고에너지밀도 배터리, 충돌 안전장치, 다관절 손이 필요하다. 올트먼이 ‘뇌’의 중요성을 강조했더라도, 실제 제품 경쟁력은 고장률과 유지보수 시간, 부품 원가, 생산수율, 공급망 복원력에서 판가름 난다. 오픈AI의 액추에이터 채용 확대가 중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셋째는 안전과 책임이다. 화면 안에서 잘못된 답을 내는 AI와, 수십 킬로그램의 기계가 실제 공간에서 오작동하는 문제는 위험의 성격이 다르다. 가정·병원·물류창고·공장에 휴머노이드가 들어갈수록 사람과의 충돌, 물체 낙하, 작업 지시 오인, 개인정보·영상 데이터 처리, 원격 업데이트의 보안, 사고 발생 시 제조사·운영사·사용자의 책임 소재가 핵심 쟁점이 된다. 오픈AI가 ‘모든 사람이 로봇을 가져야 한다’는 장기 비전을 현실화하려면 AI 정렬 문제뿐 아니라 산업안전·제품책임·개인정보 규제까지 통합적으로 풀어야 한다.
즉 오픈AI의 휴머노이드 선언은 단기적으로 테슬라나 Figure AI의 시장을 곧바로 잠식할 제품 출시 뉴스라기보다, 피지컬 AI 가치사슬의 주도권 경쟁이 ‘소프트웨어 대 하드웨어’ 구도를 넘어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누가 얼마나 깊이 통합하느냐’의 싸움으로 변했다는 신호다.
중국은 완성 로봇과 부품 공급망, 미국 빅테크는 범용 AI 모델·반도체·시뮬레이션 플랫폼·자본에서 상대 우위를 갖고 있다. 오픈AI가 자체 휴머노이드 개발에 성공한다면 단순한 로봇 한 대의 출시가 아니라, 챗GPT로 축적한 멀티모달 AI와 에이전트 기술을 실제 공간에서 일하는 ‘행동형 AI’로 확장하는 전환점이 될 수 있다. 반대로 제조·안전·원가의 벽을 넘지 못하면, 오픈AI는 완성 로봇 제조사보다 로봇용 AI 두뇌·데이터·제어 플랫폼 공급자로 남을 가능성도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