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이은주 기자] 고용노동부가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성과급으로 배분하라’는 이른바 N% 성과급 요구를 의무적 단체교섭과 노동쟁의 대상에서 제외하면서, 반도체·자동차·조선 등 고성과 업종을 중심으로 확산하던 이익배분 갈등에 제도적 경계선을 그었다. 다만 이번 조치는 행정지침이어서 법원을 직접 구속하지 않으며, 노조의 법적 대응과 현장 교섭의 우회전략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성과급’ 아닌 ‘이익 처분’의 문제
고용노동부는 3일 발표한 「경영성과급 등 노동쟁의 대상 시행지침」에서 매출액·영업이익·당기순이익 등 기업이익의 일정 비율에 연동한 경영성과급 요구를 노동조합법상 의무적 교섭 대상, 노동위원회 조정 대상, 쟁의행위 대상으로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노조가 이를 요구할 수는 있지만, 사용자가 교섭을 거부해도 원칙적으로 부당노동행위가 성립하기 어렵고, 해당 요구를 주된 목적으로 파업에 들어갈 경우 쟁의행위의 정당성도 법원 판단에서 흔들릴 수 있다는 의미다.
노동부의 논리는 성과급 그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요구 산식에 따라 법적 성격을 구분한다는 데 있다.
노동부는 매출은 비용이 차감되기 전 수익이어서 잉여이익으로 단정하기 어렵고, 영업이익은 이자·법인세·배당 이전의 이익으로 주주·채권자·국가의 법적 권리와 연결돼 있다고 설명했다. 당기순이익에는 이자수익·배당수익 등 근로 제공과 직접 관련이 없는 영업외수익도 포함된다는 점도 근거로 들었다. 결국 노동부는 이익의 일정 부분을 성과급으로 선배분하도록 강제하는 요구가 기업의 투자·R&D·재무건전성·배당 판단을 제약하고, 주주 등 제3자의 권익과 충돌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삼성전자 분쟁이 촉발한 기준선
이번 지침의 직접적인 배경은 삼성전자 반도체(DS) 부문 노사가 벌인 성과급 갈등이다. 삼성전자 노조는 연간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 재원으로 설정하고, 기존 연봉 50% 수준의 성과급 상한을 폐지할 것을 요구했다. 노사 갈등은 노동위원회 조정을 거친 뒤에도 이어졌고, 올해 5월 파업 직전의 협상 국면에서 정부 중재가 가세했다.
삼성전자 노사는 당시 DS 부문에 사업성과의 10.5%를 특별경영성과급 재원으로 연동하는 방안에 합의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 제도는 향후 10년간 유지되는 구조이며, 이번 지침은 이미 체결된 성과급 합의의 효력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즉, 정부가 새 지침으로 기존 협약을 무효화한 것이 아니라, 앞으로 유사한 N% 요구가 나오더라도 사용자가 법적으로 반드시 교섭하거나 이를 둘러싼 파업을 감수해야 하는 구조는 아니라는 점을 명확히 한 것이다.
이는 삼성전자만의 문제가 아니다. AI 수요를 등에 업은 메모리 반도체 호황으로 대기업의 영업이익이 급증하면서, 임금 인상보다 ‘성과 공유’를 요구하는 방식이 노조 교섭의 핵심 의제로 떠올랐다. 반도체뿐 아니라 자동차·조선·정유·배터리 등 실적 변동성이 크고 성과급 비중이 높은 업종에서도 영업이익 연동형 보상 요구가 반복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지침은 산업 전반의 임금교섭 문법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파업은 줄어들되, 교섭은 더 정교해진다
이번 조치가 현장에 미칠 첫 번째 효과는 파업 리스크의 의제별 분리다. 앞으로 노조가 ‘영업이익의 15%’처럼 기업이익 자체에 직접 연동한 요구만을 주된 쟁점으로 내세울 경우, 노동위원회 조정 단계에서 요구안을 수정하라는 행정지도를 받을 수 있다.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노동조합법상 노동쟁의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판단이 나올 수 있고, 합법 파업으로 이어지는 절차적 경로도 좁아진다.
노동부도 기업이익과 직접 연동하지 않는 방식으로 성과급의 기준·시기·대상 등을 노사가 협의하는 것은 가능하다고 명시했다. 따라서 ‘이익 공유 요구 금지’가 아니라, 이익 배분을 강제하는 교섭·파업은 제한하고 임금·근로조건 중심의 성과보상 협상은 열어둔 것으로 해석하는 편이 정확하다.
투자·AI·공장 이전의 ‘후속 효과’가 새 쟁점
지침의 또 다른 축은 경영상 결정 자체와 그에 따른 근로조건 변화를 분리한 데 있다. 공장 신설·이전, 해외 투자, 사업 매각·인수, 기업분할, AI·자동화 설비 도입 등은 그 자체로 의무교섭 대상이 아니다. 회사의 투자 시기·부지·규모·이전 지역 등 경영판단에 대해 노조가 철회나 반대를 요구하더라도, 원칙적으로 사용자는 법적 교섭 의무를 지지 않는다는 의미다.
다만 실제 현장에서는 투자 결정 자체보다 그 후속 효과가 더 큰 분쟁이 될 수 있다. 노동부는 정리해고, 구조조정에 따른 배치전환, 근무형태 변경, 근무지 이전, 임금·수당·통근비·이주비 지원 등 근로조건 변화가 객관적으로 예상되면 해당 부분은 의무교섭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회사 내부 문서, 사내 공지, 노사협의회 자료, 단체교섭에서 사용자의 확인·언급 등을 통해 인력운영 계획이 수립 중이거나 확정된 사실이 확인되면 노조는 교섭을 요구할 수 있다.
삼성전자의 남서부권 반도체 생산거점 투자도 같은 기준이 적용된다. 정부는 6월 남서부 지역 반도체 생산기지 조성에 기업 투자 800조원을 유치하는 계획을 발표했지만, 투자 발표만으로는 의무교섭 사안이 아니다. 반면 해당 사업이 기존 인력의 전보·재배치, 근무지 변경, 근무체계 조정이나 고용조정으로 구체화될 경우 그 후속 조치는 교섭 대상이 될 수 있다.
행정지침의 한계와 향후 관전 포인트
가장 큰 변수는 이번 기준이 법률이나 시행령이 아니라 행정지침이라는 점이다. 노동부는 단체교섭, 노동쟁의 조정, 부당노동행위 사건 처리에서 지침을 정부의 해석·운영 기준으로 적용하겠다고 밝혔지만, 법원을 직접 구속하는 규범은 아니다. 실제 파업의 정당성, 교섭 거부의 부당노동행위 해당 여부는 결국 개별 사건의 사실관계와 법원의 판단에 좌우될 수 있다.
노동계는 즉각 반발했다. 한국노총은 행정부가 국회가 개정한 법률의 교섭 범위를 축소하고 헌법상 노동3권을 제한할 수 없다며 사용자 측의 교섭 거부에 법적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노총도 노동 없이 기업성과가 발생할 수 없는데 지침이 주주 이익을 우선시한다고 비판했다. 반대로 경영계는 배치전환 등 ‘근로조건 변화가 객관적으로 예상되는 경우’의 판단 여지가 넓어 현장 갈등이 계속될 수 있다며 노동쟁의 정의를 법률에서 더 명확히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법원 판결과 보완 입법의 방향
노동부 지침이 현장 분쟁을 줄이는 준거로 작동할지, 또는 노조의 소송과 법원 판단을 통해 흔들릴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다. 법률 전문가들이 시행령 위임 또는 별도 입법을 통한 세부 기준 마련을 요구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결국 이번 조치는 “기업 이익의 직접 배분”과 “근로조건에 대한 성과보상”을 분리하려는 정부의 시도다. 단기적으로는 N% 성과급을 둘러싼 파업의 법적 공간을 축소해 대기업 노사관계의 불확실성을 낮출 수 있다. 그러나 임금·성과·투자·고용안정이 얽힌 산업 대전환기에는 갈등의 소재가 사라지기보다, 성과급 산식과 구조조정의 구체성, AI 도입의 고용효과를 둘러싼 더 복합적인 교섭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