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이승원 기자] 미국 뉴멕시코주에서 출발한 고고도 비행선이 성층권을 따라 태평양을 1만5000km 이상 횡단해 일본 상공에서 일반 스마트폰 통신을 구현했다. 일본 소프트뱅크와 미국 항공우주기업 Sceye가 진행한 이번 시험은 HAPS(High-Altitude Platform Station·고고도 플랫폼 스테이션)가 위성·지상 기지국 사이의 새로운 통신 인프라 계층으로 작동할 수 있는지를 검증한 사례다.
SoftBank, kipost, themalaysianreserve, coalvalleynews, rcrwireless에 따르면, 소프트뱅크는 9월 2일(현지시간) Sceye와 함께 일본 공역에서 HAPS 기반 이동통신 시험을 완료했다고 발표했다. 회사 측에 따르면 Sceye의 LTA(Lighter Than Air·공기보다 가벼운) 방식 비행선은 8월 9일 미국 뉴멕시코주에서 이륙해 성층권을 통과했고, 약 13일 뒤인 8월 23일 오전 7시 11분 일본 공역에 도달했다. 비행 거리는 1만5000km 이상이다.
이번 비행은 단순한 장거리 체공 기록이 아니라, 일본 통신사업자의 실제 코어망에 성층권 비행체를 연결해 음성·데이터·재난통신·드론 제어를 종합적으로 확인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소프트뱅크는 공개정보를 기준으로 이번 시험이 일본 영공에서 HAPS와 스마트폰, HAPS와 드론 간 통신을 성공적으로 구현한 첫 사례라고 밝혔다.
고도 16.5km, 일반폰 연결
시험기 ST1은 고도 약 16.5km, 약 5만4000피트 상공에서 운용됐다. 이는 일반 여객기 운항 고도보다 높은 성층권 영역이다. 해당 비행체에는 4G LTE급 기지국 장비가 탑재됐으며, 지상 게이트웨이를 통해 소프트뱅크 코어 네트워크와 연결됐다.
양사는 고치현 무로토시와 무로토곶 인근 해역의 시험 지역에서 일반 스마트폰을 이용해 음성통화, 문자메시지, 인터넷 애플리케이션 접속, 영상통화 및 동영상 스트리밍을 시연했다. 지상 단말을 별도로 개조하지 않고 통신을 제공했다는 것이 핵심이다. 실증에는 지진 조기경보와 쓰나미 경보를 위한 긴급재난문자 시스템, 일본 해상보안청의 해양 긴급신고번호 ‘118’ 음성통화 시험도 포함됐다.
특히 HAPS는 일본 관리 공역에서 7일 이상 체공하면서 목표 시험 지역 상공에서 최소 반경 5km 수준의 정점 유지 비행을 수행했다. 성층권은 강한 바람과 계절별 기류 변화가 존재하는 환경이라는 점에서, 장거리 횡단 뒤 특정 서비스 지역에 머무르며 통신을 제공하는 능력은 HAPS 상용화의 핵심 조건으로 꼽힌다.
이번 실증은 ‘멀리 날아갈 수 있는 비행체’와 ‘지정 지역에 머물며 기지국 역할을 할 수 있는 통신 플랫폼’ 사이에는 기술적 간극이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Sceye와 소프트뱅크가 1만5000km 이상 이동한 뒤 반경 5km 범위의 위치 유지까지 제시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68밀리초의 의미
이번 시험에서 가장 주목할 대목은 성층권 엣지컴퓨팅이다. Sceye 비행체에는 이동통신 코어 네트워크와 웹 서버가 탑재됐고, 스마트폰의 요청을 지상 클라우드까지 보내지 않고 비행체 안에서 처리한 뒤 결과를 단말에 되돌려 보내는 구조를 검증했다.
소프트뱅크에 따르면 비행체 탑재 서버의 평균 왕복 처리 응답 시간은 68밀리초였으며, 인터넷 기반 클라우드 처리 대비 통신 지연시간을 40% 이상 줄였다. 양사는 이를 모바일 코어망과 처리용 웹 서버를 HAPS에 함께 탑재해 온보드 응답 처리를 구현한 세계 최초의 성공적 기술 실증이라고 설명했다.
68밀리초라는 수치 자체가 모든 서비스에서 곧바로 초저지연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원격지의 지상 클라우드로 데이터를 왕복시키지 않고, 서비스 지역 상공의 HAPS에서 일부 연산을 처리할 수 있다면 재난 현장 영상 분석, 드론 비행 제어, 산간·도서지역 감시, 물류·인프라 점검과 같은 지연 민감형 업무의 응답성을 개선할 수 있다.
소프트뱅크는 HAPS의 광역 커버리지와 엣지컴퓨팅을 결합해 피지컬 AI와 실시간 영상 분석 분야의 활용처를 넓히겠다는 구상이다. 드론 실증에서는 HAPS 통신을 통해 원격 자동비행, 위치정보 전송, 영상 전송이 안정적으로 이뤄졌다고 밝혔다.
‘500개 기지국’의 경제성
Sceye가 탑재한 SceyeCELL은 성층권에서 광역 이동통신을 제공하기 위해 설계된 안테나 시스템이다. Sceye는 완전한 규모의 HAPS 1기가 지상 기지국 약 500개에 해당하는 범위를 커버하도록 설계됐다고 설명한다. 다만 이는 실제 상용 운용에서 보장된 서비스 면적이나 가입자 처리용량이 아니라 기업 측의 설계 목표라는 점에서, 향후 주파수 대역·출력·지형·인구밀도·동시접속자 수를 반영한 별도 검증이 필요하다.
HAPS의 사업성은 ‘넓은 커버리지’만으로 판가름 나지 않는다. 장기간 체공 안정성, 태양광 발전과 에너지 저장, 성층권 기상 대응, 비행체 회수·정비, 항공안전 및 주파수 인허가, 지상망과의 간섭 관리, 단말당 서비스 품질과 요금 체계가 동시에 풀려야 한다.
이번 시험에서 양사는 지상 기지국과의 전파 간섭을 줄이면서 지상망과 동등한 수준의 통신 성능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실제 상용망에서의 다운로드·업로드 속도, 주파수 대역폭, 셀 경계 성능, 동시 접속 가능 이용자 수, 기상 조건별 가용성 등은 공개되지 않았다.
2027년 상용화 겨냥
소프트뱅크는 2017년부터 HAPS 기술을 연구해 왔으며, 2021년에는 HAPSMobile을 설립하고 알파벳의 중단된 고고도 풍선 프로젝트 ‘Loon’ 관련 특허를 확보하는 등 성층권 통신에 장기 투자해 왔다. 소프트뱅크는 2025년 Sceye에 투자했고, 이번 실증 데이터를 토대로 2027년 이후 일본 내 HAPS 서비스 상용화를 목표로 운영 체계와 통신 품질을 고도화할 방침이다.
소프트뱅크의 최종 구상은 지상망·위성망·HAPS를 결합한 ‘3차원 통신 네트워크’다. 평상시에는 산간·도서·해상 지역의 연결성을 보완하고, 지진·쓰나미·태풍 등으로 지상 기지국이나 광케이블이 훼손될 경우에는 성층권 기지국을 재난통신망으로 활용하겠다는 전략이다. 드론과 도심항공교통 등 공중 모빌리티가 늘어나는 환경에서는 지상만을 중심으로 설계된 기존 이동통신망의 공간적 한계를 보완하려는 목적도 있다.
Sceye는 앞서 2026년 4월 뉴멕시코에서 브라질 해안까지 약 1만300km를 12일간 비행한 바 있다. 이번 ST1 임무는 그보다 긴 1만5000km 이상을 비행한 뒤 일본 상공에서 7일 넘게 통신 실증을 수행했다는 점에서, 비행거리·체공시간·실제 통신 서비스의 세 요소를 함께 시험한 단계로 볼 수 있다.
미야카와 준이치 소프트뱅크 사장 겸 CEO는 이번 실증을 HAPS 상용화를 향한 중요한 단계라고 평가했다. Sceye의 미켈 베스테르고르 프란센 창업자 겸 CEO 역시 미국에서 일본까지의 성층권 횡단 비행이 AI, 엣지컴퓨팅, 6G 시대를 위한 새로운 인프라 계층의 성능을 입증했다고 밝혔다.
결국 이번 시험의 성패는 ‘하늘 위에서 스마트폰이 연결됐다’는 상징성보다, 성층권 비행체가 재난 때 얼마나 신속하게 배치되고 얼마나 오래 안정적으로 서비스를 유지하며, 지상망 대비 어느 정도의 비용과 품질 경쟁력을 보일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소프트뱅크와 Sceye의 다음 과제는 2027년 상용화를 앞두고 이 질문에 이용자 수용량, 서비스 품질, 운용비, 인허가라는 수치로 답하는 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