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스페이스=김정영 기자] 미국 국방·안보 전문매체 디펜스뉴스의 2026년 글로벌 방산기업 TOP100에서 한화·LIG넥스원·현대로템·한국항공우주산업(KAI) 등 한국 기업 4곳이 2년 연속 동반 진입했다.
2025년 방산 매출을 기준으로 한화는 전년보다 6계단 상승한 16위에 올랐고, LIG넥스원 52위, 현대로템 61위, KAI 74위를 기록했다. 4개사의 방산 매출 합계는 약 178억달러로 집계돼, ‘K-방산’이 단순 수출 호황을 넘어 글로벌 방산 공급망의 한 축으로 부상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화의 방산 매출은 약 104억4000만달러로 1년 만에 36억2000만달러가량 증가했다. 한국 기업 중 처음으로 디펜스뉴스 순위 20위 안에 재진입했을 뿐 아니라, 독일 라인메탈(15위) 바로 다음 순위에 자리했다. 한화의 방산 매출은 중국 국영 조선그룹 CSSC(17위·약 102억1000만달러)를 앞섰으며, 스웨덴 사브(20위·약 75억달러), 이스라엘 엘빗시스템즈(21위·약 74억1000만달러)보다도 컸다.
‘한화 16위’의 의미
한화는 2025년 전체 매출 525억9990만달러 가운데 20%인 104억3764만달러를 방산 부문에서 올렸다. 전년 방산 매출 68억1735만달러 대비 53.1% 늘어난 규모다. 전체 매출 증가율도 약 28.8%였지만 방산 매출이 그보다 훨씬 빠르게 늘어나면서 순위 상승을 이끌었다.
순위표의 상단부는 미국과 유럽 대형 방산업체가 여전히 장악했다. 1위 록히드마틴의 2025년 방산 매출은 721억3700만달러로 한화의 약 6.9배였고, 2위 RTX는 460억달러, 3위 제너럴다이내믹스는 394억달러였다. 다만 한화가 16위까지 올라선 것은 세계 방산시장의 최상위권과 한국 기업 간 거리도 매출 규모 측면에서 좁혀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특히 한화는 방산 전문기업과 달리 전체 매출에서 방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20%에 그친 복합 산업그룹이다. 그럼에도 방산 매출 절대액 기준 글로벌 16위에 올랐다는 것은 지상체계·탄약·엔진·우주·조선방산 등 포트폴리오 확장의 결과로 읽힌다. 방산 의존도가 100%인 라인메탈이나 MBDA와는 다른 방식으로 외형을 키우며 글로벌 대형 공급자로 진입하고 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빅4의 서로 다른 궤적
LIG넥스원은 방산 매출 30억2923만달러를 기록하며 52위에 올랐다. 전년의 23억6000만달러와 비교하면 28.4% 증가했으나 순위는 53위에서 한 계단 오르는 데 그쳤다. 방산 매출 비중이 100%인 전업 방산기업이라는 점에서, 유도무기·감시정찰·전자전 등 고부가 체계의 실적이 기업 전체 성과를 사실상 좌우하는 구조다. 같은 순위권에서 노르웨이 콩스베르그가 51위, 튀르키예 아르카 사분마가 53위를 기록해 LIG넥스원은 유럽 및 튀르키예 방산기업과 중위권 경쟁을 벌이고 있다.
현대로템은 방산 매출이 17억4000만달러에서 24억6410만달러로 41.6% 급증하면서 67위에서 61위로 6계단 상승했다. 디펜스뉴스 기준 전체 매출 41억6827만달러 가운데 방산 비중은 60%였다. K2 전차를 비롯한 지상무기체계가 실적 개선의 중심축으로 작동한 것으로 해석된다. 현대로템은 이탈리아 핀칸티에리(63위), 튀르키예 로켓산(64위)보다 앞섰다.
KAI는 2025년 방산 매출이 18억6262만달러로, 전년 19억3762만달러보다 3.9% 감소했다. 이에 따라 순위도 62위에서 74위로 12계단 밀렸다. KAI는 총매출 25억9983만달러 중 방산 비중이 72%로 집계됐다. 다만 순위 하락을 곧바로 기업 경쟁력 약화로 단정하기는 어렵다. 디펜스뉴스 순위는 달러화 환산 매출과 경쟁사들의 성장률이 동시에 반영되는 상대평가이기 때문이다.

수출 호황, ‘매출’과 구분해야
K-방산의 순위 상승은 세계 방산 수요 확대와 한국 업체의 납기·생산능력·현지화 전략이 맞물린 결과로 분석된다.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에 따르면 2021~2025년 세계 주요 무기 국제이전 물량은 2016~2020년보다 9.2% 증가했고, 유럽의 무기 수입은 같은 기간 210% 급증했다. 유럽의 재무장 수요가 전 세계 방산 생산능력 경쟁을 촉발한 셈이다.
SIPRI는 한국의 주요 무기 수출 비중이 2020~2024년 세계 시장의 2.2%로, 10년 전 0.9%에서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같은 기간 한국은 세계 10위 무기 수출국이었고, 유럽이 한국 주요 무기 수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으며 폴란드 비중만 46%에 달했다. K9 자주포, K2 전차, 항공기, 함정 중심이던 수출 품목도 장갑차·미사일·방공체계 등으로 넓어졌다는 평가다.
다만 ‘수출액’과 ‘수주액’, ‘방산 매출’을 혼동해서는 안 된다. 디펜스뉴스의 이번 순위는 직전 연도 방산 매출을 기준으로 하며, 계약 체결 규모나 정부 발표 수주 금액과는 산식이 다르다. 실제 방산 사업은 장기 납품계약이 일반적이어서 수주가 매출로 전환되는 시점에 따라 연도별 순위가 크게 움직일 수 있다. 따라서 이번 결과는 K-방산의 계약 파이프라인 자체보다, 그 파이프라인이 실적에 반영되기 시작했다는 신호로 읽는 것이 정확하다.

랭킹연구소의 결론
이번 디펜스뉴스 TOP100은 K-방산이 ‘4개사 동반 진입’이라는 양적 성과를 2년 연속 유지하는 동시에, 한화의 글로벌 16위 도약으로 질적 전환의 문턱에 섰음을 보여준다. 빅4의 2025년 합산 방산 매출은 177억9362만달러로 전년보다 38.4% 늘었다. 증가분만 약 49억3880만달러에 이른다.
그러나 지속 가능성은 별개의 문제다. SIPRI는 한국 방산업체가 빠른 납기, 가격 경쟁력, 현지 생산·기술협력 제안을 앞세워 유럽 수요를 흡수했지만, 유럽연합(EU)의 역내 공급망 강화와 현지 생산 유도 정책이 중장기 진입장벽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현지화는 수주 확보의 무기이지만, 기술이전과 현지 생산 확대는 장기적으로 경쟁자를 키울 위험도 품고 있다.
결국 한화의 16위는 종착점이 아니라 시험대다. K-방산이 다음 순위 상승을 이어가려면 단기 수주 성과를 넘어서 탄약·지상체계·항공·유도무기·MRO·소프트웨어·무인체계 등 전 영역에서 공급망 자립도와 독자 연구개발 역량을 높여야 한다. ‘빨리 만들고 싸게 납품하는 방산’에서 ‘현지 산업생태계와 차세대 기술을 함께 설계하는 방산’으로 진화할 수 있느냐가 글로벌 TOP10 도전의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