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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

[이슈&논란] 트럼프, 이란 하르그섬 '산산조각 AI 영상' 게시한 까닭…‘가짜 폭격’도 진짜 리스크 "군사·물류·금융 압박 3중주"

 

[뉴스스페이스=이종화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의 핵심 원유 수출 거점인 하르그섬이 “산산조각 나고 있다”고 주장하며 AI로 생성된 것으로 보이는 영상을 게시했다. 다만 같은 날 미군의 라라크섬 로켓 발사대 공습과 이란의 보복 공격, 호르무즈 해협 항행 급감, 대이란 금융 제재 강화가 겹치면서 시장이 주목해야 할 핵심은 ‘하르그섬 공격의 진위’보다 에너지·해상물류·금융을 동시에 겨냥한 확전 구조라는 분석이 나온다.

 

AI 영상과 실제 타격의 경계


트럼프 대통령은 8월 30일 밤(미국 현지시간) 트루스소셜에 항공기 내부 시점에서 석유 저장탱크와 정박 중인 유조선 등이 폭발하는 장면의 영상을 올리고 “Kharg Island being blown to smithereens!!! President DJT”라고 적었다. 그러나 게시 후 수 시간 동안 하르그섬이 실제 공격받았다는 독립적 증거는 나오지 않았다. 로이터는 AI 조작 영상 탐지 소프트웨어 분석을 근거로 해당 영상이 합성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이란 측 반응도 초기에는 엇갈렸다. 보도 초기 이란 관영 매체의 즉각적인 확인은 없었으나, 이후 이란 당국자는 해당 게시물을 “웃기는 일(laughable)”이라고 일축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확인 가능한 사실은 트럼프 대통령이 하르그섬 파괴를 묘사한 AI 추정 영상을 게시했다는 점이며, 실제 공격 발생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문제는 이 영상이 단순한 온라인 게시물을 넘어선다는 데 있다. 하르그섬은 이란 원유 수출의 거의 90%를 처리해 온 전략 시설이다. 이 섬을 실제로 타격했다는 인식만으로도 원유 공급 차질, 해상보험료 상승, 선박 우회와 운항 중단 같은 시장 반응이 촉발될 수 있다. AI로 만든 전장 이미지가 군사적 사실과 금융시장의 기대를 혼재시키는 새로운 위험 변수로 작동한 셈이다.

 

실제 충돌은 라라크섬에서


실제 군사행동은 하르그섬이 아니라 호르무즈 해협 인근의 라라크섬에서 발생했다. 미국 측은 미군이 라라크섬의 이란 로켓 발사대 2곳을 타격했다고 밝혔으며, 이는 7월 말 이후 알려진 첫 미국의 이란 영토 직접 타격으로 보도됐다. 미국 당국자는 이란 혁명수비대가 해협에 기뢰를 투하하거나 해상 기뢰 탑재 로켓을 발사할 준비를 하고 있었고, 이에 대한 제한적·정밀한 대응이었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라라크섬은 하르그섬에서 동쪽으로 약 660km 떨어진 곳이다. 두 섬을 혼동하면 안 된다. 하르그섬은 이란 원유 수출의 대규모 적재·선적 거점인 반면, 라라크섬은 호르무즈 해협 입구와 맞물린 군사·항행 통제의 전략적 공간이다. 이번 충돌의 1차 목표가 이란 원유 수출설비 자체가 아니라 호르무즈 해협 내 기뢰 위협 및 항행 차단 능력을 억제하는 데 있었다는 해석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다.

 

이란은 공습 뒤 요르단 내 미군 기지 2곳을 겨냥해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고 주장했다. 이란 측은 무와파크 살티 공군기지와 킹 후세인 공군기지에 피해를 입혔다고 밝혔지만, 피해 규모는 독립적으로 검증되지 않았다. 요르단군은 자국 영공에 진입한 미사일 8발을 요격했다고 발표했다. 이란군은 이어 아랍에미리트(UAE)의 알민하드 공군기지도 드론으로 타격했다고 주장했다.

 

 

하르그섬, ‘공격설’만으로도 유가를 흔든다


하르그섬은 페르시아만 북동부에 위치한 이란의 최대 원유 수출 관문이다. 선박 추적업체 클레플러(Kpler)와 에너지 컨설팅사 에너지 애스펙츠에 따르면 이 섬은 통상 이란 원유 수출의 약 90%를 처리해 왔다. 대형 원유운반선이 접안할 수 있는 심해 항만 조건을 갖춘 것이 핵심 경쟁력이다.

 

다만 이 시설은 이미 7월 31일부터 비활성화 상태였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클레플러와 에너지 애스펙츠의 추적 자료에 따르면 하르그섬의 가동은 중단된 것으로 나타났으며, 해양정보업체 윈드워드(Windward)의 위성 분석에서는 3개 선적 부두가 장기간 비어 있는 모습이 포착됐다. 이는 하르그섬이 사실상 선적 기능을 멈춘 상태였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그럼에도 하르그섬의 상징성은 압도적이다. 실제 시설이 이미 저활동 상태라 해도, 저장탱크·항만·해저 파이프라인·접안시설이 파괴될 경우 복구 기간은 단순한 선박 입출항 중단보다 훨씬 길어질 수 있다. 특히 이란이 대체 수출 경로와 저장 능력을 어느 정도 확보했는지, 주변국 항만 및 선박 간 환적 방식으로 어느 정도 우회할 수 있는지에 따라 글로벌 원유 공급 충격의 강도도 달라질 수 있다.

 

해협 통행은 하루 5척…군사·물류·금융의 동시 압박


호르무즈 해협의 가시적 상품운반선 통과량은 주말 기준 하루 5척으로 떨어진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선박 위치정보를 토대로 식별된 수치이며, 일부 선박이 AIS(자동식별장치)를 끈 상태일 수 있어 실제 항행량은 이보다 많을 수 있다. 그럼에도 해협의 상업운항이 급격히 위축됐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호르무즈 해협은 분쟁 이전 세계 원유와 LNG 해상 수송의 약 5분의 1이 지나가던 병목 수로다. 단순히 유조선이 지연되는 문제가 아니라 중동 산유국의 수출 일정, 아시아 정유사의 원료 조달, 유조선 운임, 전쟁위험 보험료, 현물 프리미엄, 전략비축유 방출 논의까지 연쇄적으로 자극할 수 있는 지정학적 리스크다.

 

미 중부사령부는 8월 30일 기준 상업선박 83척의 항로를 전환시키고, 3척을 무력화했으며, 2척에 승선해 규정 준수 여부를 점검했다고 밝혔다. 이 수치는 해협의 위험이 단순한 경고 차원을 넘어 실제 선박 운항 결정과 해상 보안 작전에 영향을 주고 있음을 보여준다. 다만 ‘무력화’의 구체적 방식과 대상 선박의 성격은 공개된 자료만으로는 충분히 확인되지 않는다.

 

국제유가도 즉각 반응했다. 8월 31일 장중 브렌트유는 배럴당 90.61달러까지 상승했고, WTI는 85.53달러로 올랐다. 이는 전장 확대 가능성과 호르무즈 해협의 실질적인 운항 위축이 결합되며 공급 리스크 프리미엄이 유가에 반영된 결과로 볼 수 있다. 

 

제재는 은행부터…달러 결제망이 다음 전장


워싱턴은 군사 대응과 병행해 이란에 대한 금융 압박도 강화하고 있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은 로이터 인터뷰에서 이란 관련 신규 2차 제재를 매주 발표할 가능성이 높으며, 첫 표적은 은행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란 자금을 보유하거나 이란 정권을 지원하는 은행은 용인되지 않을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겠다고 말했다.

 

미국은 앞서 이란과의 금융 연계를 이유로 이집트 국영 방크 미스르(Banque Misr)의 UAE 지점에 제재를 부과했다. 베선트 장관은 다음 단계로 특정 기관을 달러 기반 금융시스템에서 완전히 차단하는 조치도 검토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이는 단순한 자산동결이나 거래금지보다 강도가 높은 조치로, 달러 결제망 접근성 상실은 해당 금융기관의 국제 거래와 대외 신용에 광범위한 제약을 줄 수 있다.

 

결국 이번 국면은 세 층위의 압박이 겹친 구조다. 라라크섬 공습은 해협의 군사적 접근을 차단하려는 작전이고, 호르무즈 통항량 급감은 해상물류의 실물 충격이며, 은행 제재 확대는 이란 및 거래 상대국의 금융 중개 기능을 겨냥한다. 하르그섬 AI 영상은 실제 폭격의 증거가 아니라는 점에서 사실 검증이 필요하지만, 이 세 갈래 압박을 상징적으로 압축한 메시지로 시장과 외교가에 읽힐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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