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이은주 기자] 올해 상반기 증권가 보수 1위는 최고경영자(CEO)가 아니라 유안타증권의 리테일 영업 이종석 리테일전담이사였다. 6개월 보수만 227억2100만원으로, 같은 회사 뤄즈펑 대표이사 보수의 24.4배에 이른다. 증시 거래대금 급증이 PB·리테일 영업 인력의 성과급으로 직결되면서, ‘회사 대표보다 많이 버는 영업맨’이 증권가 보수 지형을 다시 썼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제출된 주요 증권사 반기보고서를 기준으로 보면 이 이사의 보수는 급여 1300만원, 기타 근로소득 500만원, 상여 227억300만원으로 구성됐다. 전체 보수의 99.9%가량이 사실상 성과급인 셈이다. 유안타증권은 그가 리테일 사업부문 투자전담직 계약직원으로서 개인별 계약에 따라 보수를 받으며, 개인 인정수익에 일정 지급률(Share율)을 적용한 뒤 손익분기점(BEP)을 차감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이번에 지급된 성과급에는 2025년 12월부터 2026년 5월까지의 영업 실적이 반영됐다.
이종석 이사의 보수는 단순히 ‘고액 연봉’이라기보다 증권사의 초성과 연동형 보상 구조가 극단적으로 드러난 사례다. 지난해 연간 보수 74억3200만원, 2024년 83억3200만원을 이미 웃돌았던 그가 올해는 반년 만에 200억원대를 넘어섰다.
CEO보다 센 영업 현장
증권가의 상반기 보수 순위는 ‘CEO 중심’에서 ‘수익 창출자 중심’으로 이동했다. 유안타증권 내에서도 박환진 리테일전담이사가 약 59억원, 박종민 이사가 약 47억원, 정우석 이사가 약 37억원, 윤은영 이사가 약 28억원을 받았다. 한 회사의 보수 상위권에 리테일 인력이 대거 포진한 것은 이번 랠리가 기관·IB만의 장세가 아니라 개인 주식거래와 고객자산 운용이 함께 폭발한 시장이었다는 방증이다.
회사별로도 CEO를 제친 영업·전문인력이 적지 않았다. 메리츠증권에서는 박영권 부사장이 81억원을 받아 경영진 보수를 웃돌았고, 부국증권에서는 류찬열 상무가 74억6100만원, 진현수 차장이 62억9000만원을 수령했다. 류 상무의 상여는 74억1200만원, 진 차장의 상여는 62억5300만원으로 집계돼 각각 총보수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보수 순위는 직급표가 아니라 개인 또는 조직이 실제로 만들어낸 수익의 배분표에 가까워진 셈이다.
한국투자증권에서는 김성환 대표이사가 45억8900만원으로 현직 증권사 CEO 가운데 높은 수준의 보수를 받았다. 그러나 압구정PB센터 이정란 부장도 43억700만원을 받아 대표와의 격차가 2억8200만원에 불과했다. 이 부장의 보수 중 급여는 7900만원, 상여는 42억2700만원이었다. 하나증권 김용기 부장(24억5300만원), 신한투자증권 이정민 패밀리오피스 광화문센터장(약 28억원), 한화투자증권 이한솔 차장(18억2000만원) 등도 고액 보수자 명단에 포함됐다.
‘불장’이 만든 보수 랭킹
성과급 급증의 배경은 거래대금이다. 한국거래소 통계에 따르면 코스피 일평균 거래대금은 올해 1분기 29조6500억원에서 2분기 42조8100억원으로 약 44% 증가했다. 특히 5월과 6월에는 월간 일평균 거래대금이 각각 50조원을 웃돌았다. 주식 위탁매매 수수료와 고객자산 유입에 직접 노출된 리테일·WM 인력에게는 가장 우호적인 영업 환경이었다.
증권사의 위탁매매 수수료 수익도 이를 반영했다. 54개 증권사의 올해 상반기 위탁매매 수수료 수익은 약 10조228억원으로 전년 동기 4조3902억원보다 185%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시장별로는 코스피 관련 수수료가 5조8855억원으로 약 60%를 차지했고, 전년 동기 대비 증가율은 322.9%에 달했다. 미래에셋증권의 위탁매매 수수료는 1조850억원, KB증권은 1조206억원, NH투자증권은 8775억원, 키움증권은 8682억원, 삼성증권은 8624억원으로 나타났다.
실적도 동반 개선됐다. 유안타증권의 별도 기준 상반기 영업이익은 1593억원으로 전년 동기 399억원보다 299.0% 증가했고, 순이익은 324억원에서 1298억원으로 300.6% 늘었다. 영업 관련 수익 가운데 위탁영업 비중은 56%였다.
증시 활황은 주요 증권사의 실적 개선으로도 이어졌다. 미래에셋증권, KB증권, 신한투자증권, 삼성증권, 키움증권, NH투자증권 등이 호실적을 냈다. 개인 영업 성과와 회사의 브로커리지 수익이 같은 방향으로 팽창한 것이다.
PB 일색 넘어 IB 귀환
올해 보수 랭킹의 또 다른 특징은 PB·리테일의 독주 속에서도 투자은행(IB) 인력의 존재감이 커졌다는 점이다. KB증권에서는 양현종 IB2그룹장 전무가 17억7700만원, 주태영 IB부문장이 16억7600만원을 받아 WM부문 대표 보수 14억9000만원을 웃돌았다. NH투자증권 이주현 투자금융본부장 상무는 34억5500만원을 받았는데, 이 중 주식기준보상 24억2600만원에는 2022~2024년 성과에 대한 이연분이 포함됐다.
이는 PB·리테일 보수와 IB 보수의 성격이 다르다는 점을 보여준다. 리테일·WM은 시장 거래대금, 고객매매, 자산 유입 같은 당기 시장 여건이 비교적 빠르게 보수에 반영된다. 반면 IB는 기업금융·인수금융·자본시장 딜의 장기 성과와 주식기준보상, 이연성과급이 수년 뒤 지급되면서 특정 시점에 고액 보수로 나타날 수 있다. 따라서 ‘올해 연봉이 높다’는 사실만으로 당해 연도에 그만큼의 수익을 새로 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하반기에도 227억은 가능한가
관건은 거래대금의 지속성이다. 코스피 일평균 거래대금은 6월 50조원대에서 7월 36조원대로 낮아졌고, 8월 25일까지는 약 26조원대로 더 감소했다. 코스닥시장 거래대금도 6월 약 10조원 수준에서 7~8월 6조원대로 축소됐다. 거래대금이 줄면 브로커리지 수수료 수익과 영업 인력 성과급의 증가 속도 역시 둔화할 가능성이 크다.
다만 급격한 둔화가 곧 실적 악화를 뜻하는 것은 아니다. SK증권은 7월 일평균 거래대금이 99조5000억원으로 2분기 118조1000억원보다 감소했지만, 1분기 84조8000억원보다는 높은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하반기 보수 랭킹은 2분기 ‘불장’의 열기가 얼마나 유지되는지, 그리고 리테일 영업의 당기 성과급과 IB의 이연보상이 어떤 시점에 겹치는지에 따라 다시 달라질 전망이다.
올해 상반기 증권가의 227억원은 한 명의 ‘연봉 신기록’보다 더 큰 메시지를 남긴다. 시장 활황기 증권사의 보수 체계는 조직도상의 직급보다 고객과 거래, 딜이 만들어낸 수익을 더 빠르고 크게 보상한다. CEO 보수 24배라는 숫자는 그래서 개인의 고액 연봉 논란을 넘어, 국내 증권업이 어떤 성과에 얼마를 배분하는지를 보여주는 가장 선명한 지표가 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