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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항공

[우주칼럼] ‘허블 100대의 시야’ 로만, 암흑우주 향한 43억달러의 출항…표준우주론 시험대 올린다

 

[뉴스스페이스=이승원 기자] NASA의 차세대 플래그십 천문 관측 장비인 낸시 그레이스 로만 우주망원경(Nancy Grace Roman Space Telescope)이 30일 오전 7시 26분(미 동부시간·한국시간 30일 오후 8시 26분) 미국 플로리다 케네디우주센터 39A 발사대에서 스페이스X의 팰컨 헤비에 실려 발사될 예정이다.

 

NASa, mashable.com, scientificamerican.com, wral news, nbcnews에 따르면, NASA는 이번 발사를 ‘최신 위대한 관측소(next great observatory)’의 출발로 규정하고 있다. 발사 중계는 같은 날 오전 6시 20분(미 동부시간)부터 NASA 라이브 채널에서 시작된다.

 

로만은 발사 후 지구에서 약 150만㎞ 떨어진 태양-지구 제2 라그랑주점(L2)으로 이동한다. L2는 태양·지구 중력이 균형을 이루어 망원경이 태양 반대편의 우주를 안정적으로 관측하기에 유리한 지점이다.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JWST) 역시 이 인근에서 운용 중이다. 로만은 약 100일 동안 이동·기기 점검·초기 보정 과정을 거친 뒤 본격적인 과학 관측에 들어갈 예정이다.

 

사업비는 약 43억달러로 집계된다. 1차 임무 기간은 5년이며, NASA는 운용 목표를 최대 10년으로 잡고 있다. 이는 망원경을 단순한 천문 영상 장비가 아니라, 암흑에너지·암흑물질·외계행성·은하 진화까지 아우르는 대형 우주 데이터 인프라로 활용하겠다는 구상이다.

 

허블의 해상도, 100배 넓은 시야


로만의 핵심 경쟁력은 2.4m 주경과 광시야 적외선 관측 능력의 결합이다. 주경 직경은 허블 우주망원경과 같다. 하지만 로만의 시야각은 허블보다 최소 100배 넓다. 허블이 특정 천체를 정밀하게 확대 촬영하는 ‘우주 현미경’에 가깝다면, 로만은 높은 해상도를 유지하면서 넓은 우주 영역을 한 번에 훑는 ‘우주 전수조사 장비’에 가깝다. NASA는 로만이 일생 동안 약 10억 개 은하의 빛을 측정할 잠재력이 있다고 설명한다.

 

탑재된 광시야 장비는 3억 화소 적외선 카메라다. 관측 대상은 가시광선으로는 포착하기 어려운 먼지 뒤편의 별 형성 영역, 먼 우주의 은하, 은하 중심부의 별 집단 등이다. 적외선은 우주 먼지를 상대적으로 잘 통과하기 때문에, 은하수 중심부나 초기 우주의 멀고 붉게 이동한 천체를 파악하는 데 강점을 가진다.

 

로만의 주경은 애초 미국 정부기관이 보유했던 정찰위성용 광학계에서 유래했다. 2012년 NASA가 2개의 2.4m급 거울을 넘겨받으면서 기존 광시야 적외선 우주망원경(WFIRST) 구상은 더 큰 구경의 설계로 전환됐다. 다만 이 거울은 곧바로 쓸 수 있는 부품은 아니었다. NASA는 저온 우주환경에서 작동하도록 광학 처방과 구조를 변경해야 했고, 이 과정은 초기 비용·일정 부담의 요인이 됐다.

 

‘표준모형’을 향한 대규모 검증


로만의 가장 중요한 과학적 질문은 “우주는 왜 점점 더 빨리 팽창하는가”다. 현재의 표준 우주론 모형은 우주 에너지·질량 구성의 대부분을 직접 관측하기 어려운 암흑에너지와 암흑물질이 차지한다고 본다. Space뉴스는 로만 프로젝트 과학자인 줄리 맥에너리의 설명을 인용해 암흑에너지와 암흑물질이 우주의 약 95%를 이루지만 그 본질은 여전히 미해결 상태라고 전했다.

 

로만은 대규모 은하 분포, 초신성 밝기 변화, 중력렌즈 효과 등을 광범위하게 축적해 우주의 팽창 역사를 재구성한다. 이를 통해 암흑에너지가 시간에 따라 변하는지,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이 우주론적 규모에서도 설명력을 유지하는지, 혹은 현행 표준모형 바깥의 물리가 필요한지를 검증하게 된다.

 

핵심은 ‘발견’보다 ‘통계’다. 우주의 가속 팽창처럼 극도로 미세한 차이를 판별하는 연구에서는 몇 개의 대표 천체보다 방대한 표본이 필요하다. 로만은 수십억 은하와 대규모 천체 표본을 정밀 비교해, 관측 오차와 우주론적 불확실성을 줄이는 역할을 맡는다. NASA가 로만을 암흑에너지 탐사의 차세대 핵심 장비로 보는 이유다.

 

프로젝트는 공식 발사 준비 기준일이던 2027년 5월보다 약 9개월 앞서 발사를 추진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개발비에 약 4억달러 규모의 부담을 줬고, 과거 미국 행정부의 사업 취소 제안도 있었던 점을 고려하면, 일정 단축은 NASA의 대형 과학 임무 관리 측면에서도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외계행성 ‘인구조사’의 시작


로만은 외계행성 탐사 방식도 넓힌다. 지금까지 외계행성 발견은 주로 행성이 별 앞을 지나며 별빛이 미세하게 어두워지는 ‘트랜싯(식) 방식’에 의존해 왔다. 로만은 여기에 중력 마이크로렌즈 관측을 본격적으로 결합한다. 전경의 별 또는 행성이 배경 별빛을 중력으로 휘게 해 일시적으로 밝아 보이게 하는 현상을 추적하는 방식이다.

 

이 방식의 장점은 항성과 멀리 떨어진 차가운 행성, 혹은 항성을 공전하지 않는 자유부유 행성까지 탐색 범위를 넓힐 수 있다는 점이다. NASA는 로만이 은하 중심 방향의 혼잡한 별밭에서 수억 개 별을 계속 관측할 계획이며, 전체적으로 약 10만 개 행성을 발견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이는 ‘지구와 비슷한 행성이 존재하는가’라는 질문을 넘어, 행성계가 우주에서 얼마나 흔한지, 태양계의 구조가 보편적인지 예외적인지, 행성이 별에서 떨어진 거리와 형성 환경에 따라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통계적으로 규명하는 조사다. 로만이 외계행성 연구에서 수행할 역할은 표적별 정밀 분석보다, 은하 단위의 행성 분포도를 만드는 데 있다.

 

또 다른 장비인 코로나그래프는 별빛을 정밀 차단해 별 주변의 희미한 행성이나 원시행성 원반을 직접 관측하는 기술 시연 장비다. 코로나그래프는 과학 관측 장비인 동시에, 장차 지구형 외계행성을 직접 촬영할 차세대 망원경 개발에 필요한 차광·파면 제어 기술을 검증하는 시험대다.

 

‘허블의 어머니’가 남긴 이름


망원경의 이름은 NASA 최초의 천문학 수석 책임자였던 낸시 그레이스 로만을 기리기 위해 붙여졌다. 로만은 미국 우주과학 행정에서 우주망원경 개념을 제도화하고, 훗날 허블 우주망원경으로 이어지는 프로그램의 토대를 만든 인물로 평가받는다. NASA는 그를 ‘허블 우주망원경의 어머니(Mother of Hubble)’로 소개한다.

 

로만의 출발은 망원경 한 대의 발사 이상이다. 허블이 좁고 깊게 우주를 바라보는 시대를 열었고, 제임스 웹이 초기 우주와 적외선 정밀관측의 경계를 넓혔다면, 로만은 ‘넓고 깊은 우주’를 대량 데이터로 해석하는 시대로 천문학을 밀어 넣는다. 암흑에너지의 정체가 확인될지, 표준우주론의 균열이 커질지, 태양계 밖 행성의 분포 지도가 새로 그려질지는 발사 이후 수년간 축적될 로만의 관측 데이터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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