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이승원 기자] 연구팀이 화성의 남부 내부가 북부보다 섭씨 200~400도 더 뜨겁고 부분적으로 용융 상태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번 발견은 표면의 남북 비대칭이 지각에 그치지 않고 심부 맨틀까지 이어진다는 관측으로, 화성의 지질 진화와 고대 물·생명 거주 가능성을 재해석하게 할 연구 결과로 주목받고 있다.
nature, phys, scientificamerican, arxiv, 404media에 따르면, 8월 26일 국제학술지 Nature에 게재된 이번 연구(애리조나대 알렉산더 번 박사후연구원 등)는 NASA의 화성 궤도선 3기, 즉 마스 글로벌 서베이어(Mars Global Surveyor), 마스 오디세이(Mars Odyssey), 마스 리커너선스 오비터(Mars Reconnaissance Orbiter)가 16년간 수집한 중력 측정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다. 연구팀은 '조석 토모그래피(tidal tomography)'라는 기법을 화성에 처음으로 적용해 행성 표면 아래를 들여다보고 맨틀의 온도 차이를 지도화했다.
‘표면의 경계’가 맨틀까지 내려갔다
화성은 태양계에서 가장 뚜렷한 남북 지질 비대칭을 보이는 행성이다. 북반구는 상대적으로 낮고 평탄한 저지대가 넓게 펼쳐져 있는 반면, 남반구는 고도가 높고 크레이터가 빽빽한 고지대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기존 지각 모델에서는 북부 지각의 대표 두께가 약 32㎞, 남부는 약 58㎞로 추정돼 평균 약 25㎞ 안팎의 격차가 제시돼 왔다.
새 연구의 핵심은 이 격차가 단순한 지각 구조가 아니라는 데 있다. 연구진의 모델링 결과, 더 단단한 북부 맨틀과 더 부드러운 남부 맨틀의 경계는 지표에서 확인되는 남북 이분법의 경로를 대체로 그대로 따른다. 남부 고지대와 북부 평원의 대조가 ‘껍질’이 아니라 화성 내부의 열·물성 구조를 반영할 수 있다는 의미다.
궤도선 속도 변화로 ‘화성의 맥박’ 읽었다
연구진은 화성의 내부를 직접 시추하거나 여러 지점에 지진계를 설치하지 않았다. 대신 태양이 화성에 가하는 조석력, 즉 계절과 공전 위치에 따라 달라지는 미세한 중력 변형을 활용했다.
화성은 타원형 궤도를 돌고 자전축도 기울어져 있어 태양의 중력 인력이 화성에 미치는 방식이 화성년 동안 달라진다. 이 변화는 화성의 형태와 중력장을 극미세하게 흔들고, 그 결과 궤도선의 속도에도 감지 가능한 작은 차이를 만든다. 연구진은 세 궤도선의 전파 추적 자료에서 이 신호를 추출한 뒤, 행성 내부의 강성·점성 구조를 역산하는 ‘조석 토모그래피’를 적용했다. 이 기법이 화성에 적용된 것은 처음이다.
분석 결과는 구형 대칭, 즉 화성의 어느 방향으로나 내부 물성이 비슷하다고 가정한 모델과 최대 300%까지 차이를 보였다. 이를 설명하려면 남북 맨틀의 유효 전단탄성률이 20% 이상 달라져야 하는 것으로 계산됐다. 북부 맨틀은 상대적으로 강성이 크고, 남부 맨틀은 더 무르고 고온이라는 해석으로 이어진다.
다만 ‘강성 차이 20%’를 즉각적인 온도 차이로 단순 환산하면 1000℃ 이상이라는 비현실적 수치가 나올 수 있다. 연구진은 화성이 짧은 시간에 탄성적으로 변형되는 물체가 아니라, 화성년 주기에 걸쳐 점성적으로 천천히 변형되는 특성을 반영해야 한다고 봤다. 이 보정 뒤 산출된 남북 온도 차이가 섭씨 약 200~400도이며, 남부 맨틀 일부가 부분 용융 상태일 가능성도 제시됐다.
자기 이상·지진파 소멸의 연결고리
이번 결과는 남부에서 관측된 기존의 수수께끼들에 물리적 설명을 제공한다. 화성 남반구 지각에는 북부보다 강한 잔류 자화, 즉 과거 자기장의 흔적이 남아 있는데, 남부 맨틀의 열적 특이성이 고대 자기장 형성 및 보존 환경과 연결됐을 가능성이 있다.
NASA 인사이트(InSight) 착륙선이 탐지한 화성지진 자료와도 맥이 닿는다. 인사이트는 2018년부터 2022년까지 북부 저지대에서 관측했지만, 남쪽에서 전달되는 지진파 에너지가 더 빨리 약화되는 양상을 포착했다. 고온이거나 부분 용융된 물질은 차갑고 단단한 암석보다 지진파 에너지를 더 크게 감쇠시킬 수 있어, 이번 맨틀 모델이 그 관측을 뒷받침하는 하나의 해석이 될 수 있다.
‘과거 바다’와 생명 탐사의 새 변수
화성 남북 이분법은 과거 물의 분포와도 직결된다. 북부 저지대는 한때 대양 또는 대규모 수역이 있었을 가능성이 거론돼 온 지역이며, 남북 지각·맨틀 구조의 차이는 분지 형성, 화산 활동, 열수 순환, 지하수의 이동 및 보존 조건에 장기적으로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 공동저자인 아미르호세인 바게리 박사후연구원은 이 비대칭을 이해하는 일이 물을 담았을 법한 분지의 형성 등 화성 수문학 과정의 단서를 제공한다고 밝혔다.
다만 이것이 화성 남부가 생명체에 더 적합했다는 직접 증거는 아니다. 온도 차이와 부분 용융은 수십억 년 전의 고환경을 그대로 복원한 결과가 아니라, 현재까지 남아 있는 내부 구조의 신호다. 생명 거주 가능성으로 연결하려면 당시의 지하수 존재 기간, 화학 에너지원, 대기 보존, 방사선 환경을 함께 검증해야 한다.
이번 연구의 더 큰 성과는 화성 내부 탐사의 방식 자체를 넓혔다는 데 있다. 단일 착륙선의 지진계에 의존하지 않고, 기존 궤도선의 정밀 중력 자료만으로도 행성 내부의 3차원 비대칭을 추적할 수 있음을 보였기 때문이다. 향후 화성의 남·북 여러 지점에 지진계와 열류 측정 장비를 배치해 결과를 검증한다면, ‘표면만 갈라진 행성’으로 보였던 화성이 실제로는 심부부터 서로 다른 진화 경로를 밟은 행성인지 한층 선명하게 가려낼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