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김희선 기자] 현대자동차가 보스턴다이내믹스의 휴머노이드·4족 보행 로봇을 기존 자동차 딜러망을 통해 판매하고, 현대캐피탈의 할부금융까지 연결하는 방안을 공식 검토하기 시작했다. 로봇을 공장 자동화 장비에 머물게 하지 않고 제조·유통·판매·금융을 아우르는 독립 사업으로 키우겠다는 구상이다.
현대차는 26일 서울에서 열린 ‘2026 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2030년까지 글로벌 판매 555만대, 영업이익률 9% 이상을 달성하겠다는 목표와 함께 로보틱스를 핵심 성장축으로 제시했다. 호세 무뇨스 현대차 CEO는 “딜러 파트너를 통한 로봇 판매를 위한 잠재적 유통망이 이미 존재한다”며 “현대캐피탈도 로봇 판매 금융의 타당성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자동차 판매망을 로봇 채널로
이번 발언의 핵심은 현대차가 로봇 사업을 기술 시연이나 내부 제조혁신의 영역에서 꺼내, 자동차 산업이 오랫동안 축적해 온 판매 인프라에 접목하려 한다는 점이다. 자동차 딜러는 통상 전시장 운영, 지역 고객 관리, 시승·납차, 정비 연계, 할부·리스 상품 판매를 담당한다. 현대차의 구상대로라면 이 역할이 로봇의 전시·상담·기업 고객 발굴·금융 알선·사후 서비스 접점으로 확대될 수 있다.
다만 현 시점에서 딜러망의 주 고객이 일반 소비자인지, 공장·물류센터·건설현장·에너지 설비 운영사 같은 기업 고객인지는 명확하지 않다. 기존 보스턴다이내믹스 제품의 수요처를 고려하면 초기에는 기업간거래(B2B)가 현실적인 시나리오다. Spot은 설비 점검과 데이터 수집, Stretch는 컨테이너 하역·물류 작업을 겨냥한 산업용 제품이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이들 로봇과 향후 Atlas까지 생산·배치·유통·금융을 연결하는 구조를 제시했다.
여기서 현대캐피탈의 역할은 단순한 판매 보조를 넘어설 수 있다. 로봇은 초기 장비 가격뿐 아니라 소프트웨어, 센서, 유지보수, 원격 모니터링, 현장 통합 비용이 함께 발생한다. 특히 Spot과 Stretch는 현재 일률적인 공개 정가보다 고객별 견적 중심으로 공급되는 구조다. 로봇 도입을 차량 할부처럼 월 납입금 모델, 리스, 구독형 서비스와 결합할 수 있다면 기업 고객의 초기 투자 부담을 낮추는 수단이 될 수 있다.
Atlas는 2028년 공장부터
현대차의 로봇 상용화는 우선 자사 공장을 시험 무대로 삼는다. 현대차는 2028년부터 미국 조지아주의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에 전기식 휴머노이드 로봇 Atlas를 투입해 부품 시퀀싱 업무를 맡길 계획이다. 이후 적용 범위를 확대하는 방식이다. 현대차그룹은 앞서 Atlas가 사람 중심 스마트팩토리 전환의 일부로 부품 배열 업무를 지원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내 로봇 생산도 2028년 시작한다. 현대차는 연간 3만대 생산능력을 갖춘 로봇 생산체제를 목표로 제시했으며, 국내 보도에 따르면 Atlas 첫해 상용 물량은 2만5000대로 정해졌다. 초기 생산분의 상당 부분은 외부 판매보다 현대차·기아의 미국 생산시설에 먼저 투입될 가능성이 크다.
이 전략은 내부 현장에서 성능·안전성·작업 효율을 검증한 뒤 외부 고객에게 확산하는 전형적인 산업장비 사업 모델에 가깝다. 자동차 제조사가 최대 초기 고객이자 테스트베드가 되고, 검증된 운영 사례를 딜러·금융망을 통해 다른 제조업체와 물류 기업에 판매하는 구조다. 현대차가 지난 6월 미국에 개소한 로봇 메타플랜트 애플리케이션 센터(RMAC)를 연말까지 10배로 확장하기로 한 것도 현장 적용 역량을 키우려는 행보로 해석된다.
‘완전 자회사’가 된 보스턴다이내믹스
현대차그룹의 로보틱스 전략은 보스턴다이내믹스 지배력 강화와 맞물려 있다. 현대차그룹은 2021년 소프트뱅크로부터 보스턴다이내믹스 지분 80%를 약 11억달러 가치 기준으로 인수했다. 이후 소프트뱅크 잔여 지분 인수를 추진하면서 보스턴다이내믹스를 완전 자회사 체제로 편입하는 절차를 밟아왔다.
완전 소유는 로봇 기술을 자동차·부품·물류·스마트팩토리 전략과 보다 직접적으로 결합할 수 있게 한다. 보스턴다이내믹스의 기술은 로봇 본체 판매에만 쓰이지 않는다. 현대차 입장에서는 로봇의 구동기·배터리·센서·제어 소프트웨어·인공지능 모델·공장 운영 데이터를 결합한 ‘피지컬 AI’ 역량을 내재화하는 수단이다.
무뇨스 CEO가 현대차를 “로봇과 로보택시를 생산·배치하는 피지컬 AI 기업”으로 규정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현대차는 2026년 4분기부터 알파벳 산하 웨이모에 아이오닉 5 기반 로보택시를 공급할 계획이며, 로봇과 자율주행을 모두 AI 기반의 실물 이동·작업 시스템으로 묶고 있다.
현대차는 북미 시장에서 2030년까지 하이브리드 신차 세대 10종 이상을 도입하고, 하이브리드가 지역 판매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도록 하겠다는 목표도 내놨다. 로봇 사업은 전기차·하이브리드 확대와 별개의 신사업이면서, 미국 제조 거점 확대에 따른 인력·생산성 문제에 대응하는 생산기술 투자이기도 하다.
판매 선언보다 중요한 ‘운영 증명’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은 경쟁이 빠르게 달아오르고 있다. BMW 공장에는 Figure의 휴머노이드 로봇이 투입되고 있으며, 메르세데스-벤츠는 Apptronik의 Apollo를 현장 테스트에 활용해 왔다. 현대차가 진입 장벽을 만들려면 Atlas의 동작 능력만으로는 부족하다. 공장에서 얼마나 안정적으로 가동되는지, 사람과 협업하는 환경에서 안전성과 생산성이 얼마나 검증되는지, 그리고 고객사가 실제로 감당 가능한 방식으로 가격·금융·정비 패키지를 제시하는지가 관건이다.
결국 현대차의 실험은 “휴머노이드 로봇을 만들 수 있느냐”가 아니라 “자동차처럼 사고, 빌리고, 정비받을 수 있는 제품으로 만들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2028년 조지아 공장의 Atlas 투입과 미국 연 3만대 생산 체제는 그 답을 가늠할 첫 번째 실전 무대가 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