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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

[지구칼럼] 네팔 재난, ‘대홍수·지진’ 아니라 빙하붕괴였다?…빙하붕괴가 만든 30분짜리 9m 급류, 히말라야의 '경고'

 

[뉴스스페이스=이종화 기자] 네팔과 중국 티베트 접경 히말라야에서 발생한 대규모 홍수는 단순한 집중호우나 지진 피해가 아니라, 고지대의 빙하·암석 붕괴와 토석류가 연쇄적으로 빚은 복합 산악재난일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미국지질조사국(USGS)은 처음 규모 4.4 지진으로 분류했던 관측 신호를 재분석한 뒤, 실제 지진이 아니라 규모 5.2에 해당하는 빙하붕괴·토석류 사건이었다고 정정했다.

 

Reuters, thehindu.com, globalnation.inquirer.net에 따르면, 8월 26일(현지시간) 발생한 이 재난으로 네팔에서 시신 157구가 수습됐고, 티베트 쪽 사망자 3명을 더해 최소 160명이 숨진 것으로 집계됐다. 네팔 당국은 관광객 403명이 실종됐다고 밝혔으며, 이 가운데 외국인은 341명이다. 피해 지역의 수력발전소 공사 현장 인근에서는 한국인 9명도 연락이 끊긴 상태로 전해졌다.

 

지진처럼 관측된 ‘빙하·암석 산사태’


이번 사태의 핵심은 “지진이 홍수를 일으킨 것”이 아니라 “빙하붕괴와 토석류가 지진파와 유사한 신호를 만들고, 그 붕괴가 홍수를 촉발했다”는 데 있다.

 

USGS에 따르면 현지시간 26일 오전 8시 37분 네팔·중국 국경 부근에서 규모 5.2의 지진성 신호가 관측됐다. 초기에 관측 시스템은 이를 규모 4.4 지진으로 분류했다. 하지만 인근 관측소 자료, 장주기 지진파, 위성사진을 종합 분석한 결과, 자연지진의 단층 파열이 아니라 대규모 빙하 붕괴 및 토석류가 만든 신호였다는 결론이 나왔다.

 

이는 산악지대에서 대형 산사태·빙하붕괴가 발생할 때 흔히 나타나는 문제다. 수백만 톤 규모의 얼음, 암석, 퇴적물이 급경사를 따라 급격히 이동하면 지면 진동이 발생하고, 지진계는 이를 지진파로 기록할 수 있다. 특히 붕괴 물질이 계곡 바닥이나 하천을 강하게 타격하면 장주기 진동이 발생해 초기 자동 분석에서는 지진으로 오인될 여지가 있다.

 

현 단계의 과학적 표현은 ‘빙하호 붕괴홍수(GLOF)’로 확정하기보다는, 빙하·암석 눈사태 또는 산사태가 하천을 막고, 일시적으로 형성된 자연댐 또는 토석 호수가 붕괴하면서 발생한 급류성 홍수에 가깝다. 전문가들은 빙하가 녹아 형성된 호수의 제방이 터지는 전형적 GLOF와, 빙하·암석사태가 하천을 막은 뒤 무너지는 ‘산사태댐 붕괴 홍수’를 구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20km 상류 붕괴, 하류까지 덮친 토석류


네팔 국가재난위험경감관리청(NDRRMA)의 위성영상 예비 분석에 따르면, 붕괴는 네팔-중국 라수와가디 국경 통과지점에서 약 20km 북동쪽의 고지대에서 일어났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대량의 얼음·암석 물질이 렌데콜라(Lhende Khola)로 유입됐고, 이 물질이 보테코시(Bhote Koshi)강과 트리슐리(Trishuli)강 수계로 이어지며 물·퇴적물·거대 바위를 동반한 파괴적 홍수를 만들었다는 분석이다.

 

네팔 수문기상 당국은 이 과정에서 상류 하천이 토석류로 막혀 일시적 호수가 형성됐고, 이후 자연댐이 붕괴하면서 급류가 방출됐을 가능성을 조사하고 있다. 자연댐은 콘크리트 댐과 달리 얼음, 흙, 자갈, 암석이 느슨하게 쌓인 구조여서 물이 차오르면 짧은 시간에 침식·붕괴할 수 있다. 붕괴 뒤에는 물만 흐르는 것이 아니라 암석과 나무, 건축 잔해가 함께 쓸려 내려가므로, 하류의 교량·도로·발전소 취수시설이 받는 충격은 급격히 커진다.

 

ICIMOD의 초기 평가에서는 트리슐리강 갈치(Galchhi) 지점의 수위가 약 30분 만에 최대 9m, 말레쿠(Malekhu) 지점에서는 같은 시간 최대 7m 상승한 것으로 보고됐다. 이는 일반적인 계절성 홍수보다 훨씬 빠른 속도의 수위 변화다. 대피 경보와 통신·도로망이 제대로 작동하기 어려운 고산 계곡에서 주민과 여행객, 공사 인력이 피신할 수 있는 시간 자체가 매우 제한됐다는 뜻이다.

 

위성자료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영상은 현장의 파괴력을 보여주는 보조 증거다. 뉴욕타임스는 온라인에 확산된 감시카메라 영상을 검증해, 국경항 인근에서 사람들이 도로 위쪽으로 달아나는 사이 급류와 짙은 토사 구름이 주차장·건물을 덮치는 장면을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사망 160명, 실종 수백 명…발전 인프라까지 타격


인명 피해는 아직 진행형이다. 네팔 경찰이 수습한 시신은 157구, 티베트 지역 사망자까지 합치면 최소 160명이다. 그러나 실종자가 수백 명이고, 산악지대의 통신 두절·도로 유실·추가 붕괴 위험이 구조 작업을 막고 있어 최종 피해 규모는 더 커질 수 있다.

 

재난은 주민 거주지와 관광지를 넘어 네팔의 에너지 인프라에도 집중 타격을 가했다. 라수와 지역에서 가동 중인 주요 수력발전 프로젝트 5곳, 합산 236MW와 건설 중인 3개 프로젝트, 합산 342.42MW가 영향을 받았다는 보도가 나왔다. 인근 누와코트 지역에서도 가동 중인 발전소 4곳, 합산 123MW와 건설 중인 프로젝트 2곳, 52.6MW가 피해를 입은 것으로 파악됐다.

 

즉, 이번 홍수 영향권에 든 가동·건설 중 수력발전 설비 규모는 단순 합계로 약 754MW에 이른다. 다만 이는 ‘완전 파손 용량’이 아니라 침수, 취수시설·송전망·접근도로 훼손, 공사 중단 등을 포함한 영향을 받은 설비의 합산 규모로 해석해야 한다.

 

27일 정부와 업계에 따르면 연락이 끊긴 한국인은 총 9명으로 알려졌다. 어퍼트리슐리(UT)-1 수력발전소 건설 현장에 근무하는 한국남동발전 소속 3명과 두산에너빌리티 인력 6명이다.

 

교량 피해도 최소 19곳으로 집계됐다. 산악국가 네팔에서 다리는 단순 교통시설이 아니라 구조대 접근, 구호물자 운송, 관광·국경 교역, 전력·통신 복구를 잇는 핵심 기반시설이다. 다리 한 곳의 유실이 계곡 상류 마을을 사실상 고립시키고, 공사현장과 수력발전 설비의 복구 시간까지 늘릴 수 있다.

 

 

‘두 번째 홍수’ 위험이 남았다


이번 재난은 1회성 붕괴로 끝나지 않을 수 있다. ICIMOD(국제통합산악개발센터, International Centre for Integrated Mountain Development)는 네팔·중국 국경 상류에 여전히 하천을 막는 부분이 남아 있어, 추가적인 물 축적과 붕괴가 일어나면 두 번째 홍수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중국 지룽항 일대에는 대피 조치가 내려진 것으로 전해졌다.

 

산사태댐은 시간이 흐를수록 안전해지는 구조물이 아니다. 상류에서 빙하 융수나 강우가 추가로 유입되면 물이 쌓이고, 물이 댐 상단을 넘기 시작하면 침식이 빠르게 진행될 수 있다. 특히 현재처럼 얼음·암석·퇴적물이 뒤섞인 임시 댐은 내부 배수 경로를 정확히 파악하기 어려워 붕괴 시점을 예측하기가 쉽지 않다.

 

온난화만으로 설명할 수 없지만, 위험의 배경은 바뀌고 있다


이번 붕괴의 직접 원인이 기후변화라고 단정할 단계는 아니다. 특정 빙하붕괴에는 강설·강우, 빙하 내부 균열, 융해수 침투, 급경사 암반의 불안정, 동결·융해 반복, 지질구조, 과거 산사태 퇴적층 등 여러 요인이 동시에 작용한다. 따라서 “온난화 때문에 이번 붕괴가 일어났다”는 식의 단선적 인과관계는 향후 현장조사와 수치모델 분석을 거쳐야 한다.

 

다만 기후변화가 빙하·빙하호·급경사 사면의 장기적 위험도를 높이는 배경 요인이라는 점은 여러 연구에서 확인된다. ICIMOD의 2026년 평가에 따르면 힌두쿠시-히말라야(HKH) 지역 빙하는 1990~2020년 전체 면적의 약 12%, 추정 빙하량의 약 9%를 잃었으며, 2000년 이후 빙하 소모 속도는 이전보다 약 두 배로 빨라졌다. 1975년 이후 일부 지역에서는 최대 27m의 빙하 두께 감소도 관측됐다.

 

ICIMOD의 또 다른 평가에서는 HKH 빙하의 질량 손실이 2000년대의 연간 수당량 기준 -0.17m에서 2010년대 -0.28m로 커져, 손실 속도가 약 65% 빨라졌다고 분석했다. 지구 평균기온 상승을 2도 이하로 제한하더라도 이 지역 빙하는 2100년까지 부피의 30~50%를 잃을 수 있다는 전망도 제시된다.

 

빙하가 녹는다고 해서 언제나 홍수가 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빙하 후퇴는 빙하호의 형성·확장, 얼음과 암반의 지지력 약화, 융해수의 사면 침투, 불안정한 빙퇴석 제방 노출을 늘릴 수 있다. 다시 말해 장기적으로는 ‘물이 많아져서’만이 아니라, 산 자체의 구조적 안정성이 달라지는 방식으로 위험이 확대될 수 있다.

 

네팔과 인접 티베트·인도에 걸친 코시·간다키·카르날리 수계 조사에서 ICIMOD는 잠재적 위험 빙하호 47곳을 분류했다. 이 중 25곳은 중국 티베트자치구, 21곳은 네팔, 1곳은 인도에 위치한다. 특히 47곳 가운데 42곳이 코시 수계에 몰려 있어 국경을 넘는 상류 위험관리와 하류 조기경보 체계가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참사는 ‘대홍수’라는 결과만으로는 충분히 설명되지 않는다. 고지대 빙하·암석 붕괴, 하천 폐색, 자연댐 형성, 급격한 붕괴, 토석류의 하류 전파, 도로·교량·수력발전 인프라의 동시 취약성이 겹친 재난이다. 히말라야의 빙하 위험은 먼 산 정상에서만 끝나는 문제가 아니라, 수백 킬로미터 아래의 마을과 관광지, 전력망, 국경 교역로를 순식간에 위협할 수 있는 사회·경제적 위험으로 전환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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