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김정영 기자] 엔비디아가 분기 매출 962억달러를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106% 성장했다. 데이터센터 매출이 전체의 92%를 차지한 가운데, AI 인프라 투자가 ‘기대’가 아니라 대규모 매출과 현금흐름으로 전환되고 있음을 수치로 입증했다는 평가다. 다만 중국 매출 공백과 급증한 매출채권은 향후 성장의 질을 가늠할 핵심 변수로 남았다.
엔비디아는 26일(현지시간) 2027회계연도 2분기(2026년 5~7월) 매출이 962억2100만달러(약 133조2000억원)로 전년 동기 467억4300만달러보다 106% 증가했다고 밝혔다. 직전 분기 매출 816억1500만달러와 비교해도 18% 늘었다. 회사 측은 다음 분기 매출 가이던스로 1080억달러(±2%)를 제시했다. 이는 시장 예상치 925억달러 안팎을 웃돈 2분기 실적에 이어, 1000억달러대 분기 매출 시대를 예고한 수치다.
데이터센터가 만든 초고속 성장
이번 실적의 본체는 데이터센터 사업이다. AI 가속기 판매가 반영되는 데이터센터 매출은 890억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17%, 전 분기 대비 18% 증가했다.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92.5%에 이른다. 사실상 엔비디아의 실적은 AI 연산용 반도체와 이를 탑재하는 서버·데이터센터 증설 수요가 좌우하는 구조가 굳어졌다는 뜻이다.
데이터센터 부문의 성장 속도는 전체 매출보다도 빨랐다. 전년 동기 데이터센터 매출은 410억달러 수준이었지만, 1년 만에 890억달러로 확대됐다. 반면 게이밍·PC·자동차용 반도체 등을 포괄하는 에지 컴퓨팅 매출은 72억달러로 전년 대비 27% 성장하는 데 그쳤다. 엔비디아의 성장 엔진이 소비자용 그래픽처리장치(GPU)에서 기업용 AI 인프라로 완전히 이동했다는 점을 보여준다.
수요처도 넓어지고 있다. 하이퍼스케일러 대상 매출은 242억달러에서 487억달러로 약 2배 증가했고, 이를 제외한 클라우드·기업 고객 매출은 169억달러에서 403억달러로 약 2.4배 늘었다. 소수 빅테크의 설비투자에만 의존하기보다 AI 연구소, 클라우드 사업자, 기업 고객으로 수요 기반이 확장되는 모습이다.
매출보다 더 강한 이익률
엔비디아의 2분기 GAAP 기준 영업이익은 637억3400만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124% 증가했고, 순이익은 596억8800만달러로 126% 늘었다. 매출총이익률은 75.0%로 전년 동기 72.4%보다 2.6%포인트 상승했다. 매출 100달러 가운데 75달러를 매출총이익으로 남긴 셈이다.
GAAP 기준 희석 주당순이익(EPS)은 2.46달러로 전년 동기 1.08달러에서 128% 증가했다. 시장이 주로 보는 조정 기준 EPS는 2.22달러로 시장 전망치 2.09달러를 웃돌았다. 단순한 매출 확대를 넘어 고수익 구조를 유지한 점이 이번 실적의 핵심이다.
현금창출력도 확인됐다. 2분기 영업활동현금흐름은 240억7700만달러, 설비·무형자산 투자 등을 차감한 잉여현금흐름(FCF)은 213억4100만달러였다. 전년 동기 FCF 134억5000만달러보다 약 58.7% 증가했다. AI 데이터센터 투자 경쟁이 고객사에는 막대한 자본지출 부담이지만, 칩 공급자인 엔비디아에는 고마진 매출과 현금흐름으로 귀결되고 있는 셈이다.
엔비디아는 이 같은 현금을 바탕으로 분기 중 자사주 매입과 현금배당으로 약 260억달러를 주주에게 환원했다. 2분기 말 기준 자사주 매입 승인 잔액도 약 990억달러다.
‘루빈’ 양산과 1080억달러 가이던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AI가 변곡점에 도달했다”며 “토큰이 생산적이고 수익성이 높아졌으며, 이제 연산이 곧 매출이 됐다”고 말했다. 이는 생성형 AI 서비스가 실험 단계를 벗어나 유료 서비스·기업 생산성·추론 연산 수요로 이어지고 있다는 판단을 담은 발언이다.
엔비디아는 차세대 플랫폼 ‘베라 루빈(Vera Rubin)’이 본격 양산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야후파이낸스는 루빈 플랫폼이 코어위브, 구글 클라우드, 마이크로소프트 애저, 오라클 클라우드 인프라스트럭처, 네비우스 등 파트너사를 중심으로 확대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AI 학습용 반도체뿐 아니라 서비스 운영 단계의 추론용 연산 수요까지 흡수하려는 전략으로 읽힌다.
3분기 매출 전망치인 1080억달러는 2분기보다 약 12.2% 많은 수준이다. 다만 3분기 매출총이익률 전망치는 74.0%로 2분기보다 1.0%포인트 낮다. 회사는 매출의 고성장을 이어가면서도, 차세대 제품 전환과 부품 비용 등의 영향으로 수익성은 소폭 조정될 수 있음을 예고했다.
중국 공백과 630억달러 매출채권
호실적에도 점검해야 할 숫자는 있다. 우선 중국이다. 엔비디아는 3분기 전망에 중국 데이터센터 컴퓨팅 매출을 전혀 반영하지 않았다고 명시했다. 2분기 중국에서 발생한 이전 세대 ‘호퍼’ 제품 매출도 데이터센터 매출의 1% 미만이었다. 데이터센터 매출 890억달러를 기준으로 하면 중국 매출은 8억9000만달러에도 미치지 못했다는 의미다.
미·중 기술갈등과 수출 규제가 지속될 경우, 중국은 엔비디아에 당장의 성장 동력보다 잠재적 상방과 불확실성을 동시에 지닌 시장이 될 가능성이 크다. 1080억달러 가이던스가 중국 매출 없이 제시됐다는 점은 현재의 수요 기반이 강하다는 신호이지만, 반대로 중국 시장 재진입 여부가 중장기 성장률과 제품 믹스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매출채권도 빠르게 늘었다. 7월 26일 기준 순매출채권은 630억5900만달러로, 1월 25일의 384억6600만달러보다 약 246억달러, 64% 증가했다. 같은 기간 매출은 빠르게 불었지만 매출채권 증가 속도 역시 가파르다. 회사는 대형 우량 고객과 다분기 계약의 지급 조건이 연장되면서 현금회수 기간이 45일에서 60일로 늘었다고 설명했다.
이는 당장 부실 위험으로 단정할 사안은 아니다. 그러나 엔비디아의 성장세가 장기·대형 계약의 확산과 함께 진행되는 만큼, 향후에는 매출 증가율뿐 아니라 매출채권 회전일수, 고객 집중도, 실제 현금 유입의 속도를 함께 봐야 한다. AI 인프라 투자 사이클이 견조한지, 혹은 공급망 전체에서 신용공여가 늘어나는 국면인지를 가르는 지표가 될 수 있다.
엔비디아의 이번 실적은 AI 투자 과열론에 대해 가장 강력한 반론을 제시했다. 다만 시장의 다음 질문은 ‘매출이 얼마나 더 늘어나는가’에서 ‘이 고성장이 중국 공백과 수익성 조정, 매출채권 확대 속에서도 얼마나 안정적으로 지속되는가’로 이동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