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이승원 기자]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스페이스XAI가 엔비디아의 차세대 AI 컴퓨팅 플랫폼을 탑재한 ‘Starmind AI’ 위성을 2027년 4분기 처음 궤도에 올리고, 2028년부터 본격적인 규모 확장에 나선다. 다만 이는 상용화된 궤도 데이터센터의 출범이 아니라, 전력·방열·통신·발사비를 동시에 풀어야 하는 초대형 실증 프로젝트라는 점에서 기술적·사업적 검증이 먼저 요구된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8월 24일(현지시간) 스페이스XAI가 에이전틱 AI용 Vera CPU와 ‘Vera Rubin’ 플랫폼을 도입한다고 발표했다. 적용 범위는 AI 모델의 답변 생성 자체보다 모델 호출 전후에 집중되는 작업이다. 도구 호출, 코드 실행, 데이터 처리, 워크플로 오케스트레이션, 시뮬레이션 등 CPU 의존도가 큰 작업을 Vera가 맡고, GPU가 추론·학습에 더 집중하도록 하는 구조다.
엔비디아는 Vera에 자체 설계한 Olympus 코어 88개와 최대 초당 1.2TB의 LPDDR5X 메모리 대역폭을 적용했으며, 에이전틱 AI·강화학습·데이터 처리 업무에서 x86 CPU 대비 최대 1.8배 빠른 작업 완료 성능을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핵심은 지상 데이터센터용 아키텍처를 우주로 옮기는 데 있다. 엔비디아에 따르면 스페이스XAI의 1세대 ‘Starmind AI’ 위성은 엔비디아의 랙 스케일 시스템인 Vera Rubin NVL72를 우주 환경에 맞춰 최적화한 설계를 기반으로 한다. 지상에서는 Vera CPU, GPU, NVLink 인터커넥트, Spectrum-X 네트워크, BlueField 데이터처리장치(DPU), 소프트웨어 생태계를 묶은 통합형 AI 인프라로 운용하고, 이를 궤도에서도 같은 아키텍처와 소프트웨어 기반으로 운용하겠다는 구상이다. 스페이스XAI는 동시에 AI 챗봇 ‘Grok’의 인프라를 베라 루빈 기반으로 확대해 기가와트급 컴퓨팅 용량을 지향한다고 밝혔다.
머스크는 X를 통해 “엔비디아와 함께 우주에 최적화한 Vera Rubin NVL72 시스템을 설계했으며 2027년 4분기 궤도 발사를 목표로 한다”고 밝혔다. 이어 2028년에는 “상당한 규모(significant scale)”의 배치를 추진하겠다고 예고했다. 블룸버그는 머스크가 궤도 데이터센터 설계를 기존 랙 방식보다 “훨씬 단순하고, 더 저렴하며, 더 고밀도·경량”이라고 평가했다고 보도했다.
‘위성 한 대’보다 중요한 구조
이번 발표를 단순히 ‘엔비디아 칩을 실은 AI 위성’으로 해석하기는 어렵다. 실제 목표는 지상의 전력망·부지·냉각 인프라 제약이 심해지는 AI 데이터센터 시장에서, 태양광 발전과 우주 공간을 활용한 새로운 컴퓨팅 공급 경로를 제시하는 데 있다.
지상 AI 데이터센터는 전력 확보와 냉각이 비용을 좌우한다. 반면 궤도 위성은 태양광을 직접 전력원으로 활용할 수 있지만, 그만큼 열을 대류가 아닌 복사 방식으로 배출해야 하고, 장애가 나면 현장 수리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엔비디아도 공식 발표에서 궤도 컴퓨팅이 지상 데이터센터와 달리 전력, 열관리, 대역폭, 신뢰성, 물리적 통합 측면에서 “극적으로 다른 제약”을 지닌다고 명시했다.
따라서 ‘우주가 차갑기 때문에 데이터센터 냉각이 쉽다’는 해석은 부정확하다. 진공 상태에서는 공기로 열을 식힐 수 없고, 결국 대형 방열판과 열전달 설계가 필요하다. 궤도 AI 인프라의 경제성은 GPU 성능보다도 ▲태양광 발전량 ▲방열 면적과 질량 ▲우주 방사선 내성 ▲레이저·무선 링크를 통한 지상 및 위성 간 데이터 전송 ▲발사 실패와 교체 비용에 의해 좌우될 가능성이 크다.
엔비디아에는 ‘새 수요처’, 스페이스XAI에는 ‘수직계열화’
엔비디아 입장에서는 이번 협력이 단순한 GPU 판매를 넘어 CPU·네트워크·DPU·소프트웨어를 포함한 전체 AI 데이터센터 아키텍처를 고객사에 고정시키는 사례다. 스페이스XAI가 Grok 인프라를 기가와트급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힌 만큼, 지상 AI 팩토리와 우주 컴퓨팅 시스템을 같은 플랫폼으로 연결하면 하드웨어 교체 비용과 소프트웨어 이전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스페이스XAI에는 로켓 발사 역량, Starlink 기반 위성 통신망, xAI의 Grok 서비스가 결합되는 수직계열화 실험이라는 의미가 있다. 위성 제조부터 발사, 궤도 운용, 네트워크 연결, AI 서비스 제공까지 한 기업 생태계 안에서 묶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Starmind가 대규모 추론 처리에 실제로 투입될 경우, AI 서비스의 전력·통신·컴퓨팅 인프라를 지상 클라우드 사업자에 전적으로 의존하지 않는 대안으로 발전시킬 수 있다.
하지만 엔비디아의 발표와 머스크의 발언 어디에도 Starmind AI 위성의 실제 연산성능, 위성당 탑재 GPU 수, 위성 질량, 총 투자액, 데이터 전송 단가, 고객 대상 서비스 가격 등 상업성 판단의 핵심 지표는 제시되지 않았다. 엔비디아도 발표문에서 제품·기능의 개발과 출시 시점은 변경될 수 있으며, 내용이 공급 약속이나 법적 의무로 해석돼서는 안 된다고 명시했다.
투자자가 봐야 할 세 가지
첫째, 2027년 4분기 목표는 첫 궤도 발사 목표이지 상업 서비스 개시 시점으로 단정하기 어렵다. 머스크가 언급한 2028년 ‘상당한 규모’ 역시 위성 수, 총 전력, 처리량, 매출 목표가 공개되지 않아 현재로서는 정량화되지 않은 계획이다.
둘째, Vera의 ‘x86 대비 최대 1.8배’ 성능은 CPU 중심의 에이전틱 AI 보조 업무에 관한 수치다. 전체 AI 서비스의 비용과 응답속도는 GPU 처리량, 메모리, 네트워크, 모델 구조, 전력·냉각 효율을 함께 봐야 하므로 이 숫자를 곧바로 Grok 전체 성능의 개선폭으로 읽어서는 안 된다.
셋째, 프로젝트의 진짜 관문은 칩 성능이 아니라 우주 인프라의 운영 단가다. 충분한 태양광 전력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고열량 컴퓨팅 장비를 방열하며, 대규모 데이터를 지상 고객과 오가게 하고, 고장 난 위성을 경제적으로 보충할 수 있어야 ‘우주 데이터센터’가 지상 데이터센터의 보완재를 넘어 독립적 사업이 될 수 있다.
결국 Starmind AI는 엔비디아에는 AI 인프라의 적용 영역을 지상 밖으로 넓히는 실험이고, 스페이스XAI에는 발사체·통신망·AI 서비스를 하나의 산업 구조로 연결하려는 장기 베팅이다. 2027년 말 첫 발사 성공 여부보다 중요한 것은 2028년 이후 이 시스템이 실제로 얼마의 전력으로, 어느 정도의 연산을, 어떤 비용과 신뢰도로 제공할 수 있느냐가 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