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김정영 기자] HD현대가 인도 코친조선소와의 블록공장 합작 검토를 중단하고, 대형 신조선소와 미국 현지 조선소 투자·인수로 무게중심을 옮기고 있다. 단순 기술 이전이나 기자재 공급을 넘어, 핵심 시장 안에 생산설비를 직접 확보해 상선·군함·MRO까지 포괄하려는 ‘현지 생산형 조선 전략’의 전환으로 읽힌다.
코친 합작 철회, 협력 중단은 아니다
HD한국조선해양은 8월 21일 인도 국영 코친조선소(CSL)와 논의하던 선박 블록 제작공장 신설 합작법인 설립 검토를 상호 협의로 중단했다고 공시했다. 양측은 2025년 7월 포괄적 업무협약을 맺은 뒤 현지 블록 생산 거점을 논의해 왔지만, 자본을 함께 투입하는 합작법인 방식은 접었다. 다만 코친조선소가 프랑스 선사로부터 수주한 소형 컨테이너선에 대한 엔진 공급 등 기술·사업 협력은 이어갈 방침이다.
당초 시장에서는 코친조선소 인근 약 80에이커 부지에 연간 12만t 생산능력을 갖춘 블록 제작시설을 조성하고, 총투자 규모가 약 4000억 루피 안팎, 원화로 약 6000억원에 이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현지 보도는 코친조선소가 HD현대의 불참 이후 해당 시설을 독자적으로 추진하는 방안을 검토한다고 전했다.
이는 인도 진출 자체의 후퇴라기보다 투자 대상과 방식의 재배치에 가깝다. 블록공장은 기존 조선소의 생산능력을 보완하는 하부 공정 시설이지만, HD현대가 검토하는 타밀나두 투투쿠디 사업은 설계·조립·의장·인도까지 포괄할 수 있는 대형 앵커 조선소다. 제한된 해외 투자 재원을 분산하기보다, 직접 통제 가능한 대규모 현지 생산기지에 집중하려는 선택으로 해석된다.
40억달러 투투쿠디, 인도 조선산업의 ‘앵커’ 노린다
HD한국조선해양은 인도 중앙정부 및 타밀나두주 측과 함께 투투쿠디에 약 40억달러를 투입하는 그린필드 조선소 조성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2026년 4월에는 HD한국조선해양, 타밀나두 국가조선·중공업단지 특수목적법인, 사가르말라 파이낸스 등이 앵커 조선소 개발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보도된 생산능력 전망에는 차이가 있다. 타밀나두주 및 초기 협약 관련 보도에서는 연 250만GT 수준이 제시됐고, 이후 현지 매체들은 350만~400만GT까지 확대될 가능성을 거론했다. 아직 사업의 세부 설계와 최종 지분·재원 구조가 확정되지 않았다.
인도 입장에서도 HD현대 유치는 산업정책의 핵심 과제와 맞물린다. 인도는 현재 세계 조선 시장에서 점유율이 1% 미만이지만, 2030년 세계 10대 해양국가, 2047년 세계 5대 조선국 진입을 목표로 삼고 있다. 인도 정부는 2025년 9월 2조5000억루피 규모 해양개발기금을 포함한 조선산업 지원책을 내놨다.
HD현대에는 인도의 낮은 글로벌 조선 점유율이 역설적으로 기회다. 현지 선박 수요, 항만 개발, 해군력 증강, 정부 조달 우대정책이 동시에 작동하는 시장에서 한국식 설계·생산관리·디지털 조선소 운영 모델을 심을 수 있기 때문이다. 투투쿠디가 가동 단계에 들어가면, HD현대는 한국 조선소의 생산 병목을 보완하는 해외 생산기지이자 인도 내수·수출 수주를 함께 노릴 전진기지를 확보하게 된다.
미국선 ‘인수+합작’으로 해군시장 진입
미국 전략은 인도보다 더 복합적이다. HD현대는 미국 조선소 인수 또는 지분투자를 검토하고 있으며, 복수 후보군을 대상으로 협상을 진행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는 2025년 8월 미국 조선소 인수·현대화, 기자재 공급망 투자, 자율운항·인공지능 기반 조선기술 개발 등을 우선 투자 분야로 제시했다.
특히 HD현대는 미국 최대 방산조선기업 헌팅턴 잉걸스 인더스트리스(HII)와 차세대 미 해군 보조함의 설계·건조 협력을 위한 협약을 맺었다. 양사는 미국 내 신규 조선시설의 인수 또는 신설에 공동 투자하는 방안, HD현대의 블록 모듈·핵심 기자재 공급, 조선 엔지니어링 합작법인 설립, 미 해군 및 동맹국 함정의 유지·보수·정비(MRO) 협력도 검토하기로 했다.
미국의 상선 건조 역량이 약화된 상황도 HD현대에는 기회 요인이다. 미 의회 논의에서는 미국의 세계 상선 건조 비중이 약 0.1%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나오는 반면, 미 정부는 자국 조선업과 해양산업 기반 복원을 국가 전략으로 다루고 있다. 한국 조선업체가 현지 설비와 미국 방산업체의 자격·네트워크를 결합할 경우, 한국에서 선박을 수출하는 방식만으로는 접근하기 어려운 미 해군 조달 및 MRO 시장에 진입할 수 있다.
호황기 현금으로 ‘생산능력’을 산다
해외 현지화 전략의 재원 측면에서는 조선 부문의 실적 회복이 뒷받침된다. HD한국조선해양은 2025년 매출 29조9332억원, 영업이익 3조9045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대비 17.2%, 영업이익은 172.3% 증가한 것으로, 고부가 선박 비중 확대와 생산성 개선이 실적을 견인했다.
HD현대중공업 단독으로도 2025년 매출 17조5806억원, 영업이익 2조375억원을 냈다. 매출은 21.4%, 영업이익은 188.9% 늘었으며, 영업이익이 2조원을 넘긴 것은 2012년 이후 처음이다.
이 같은 수익성은 해외 거점 투자에 필요한 자금 동원을 가능하게 한다. 실제 HD현대는 장기간 가동이 중단됐던 군산조선소 매각을 7800억원에 추진하면서, 확보 자금을 미국 투자에 활용할 가능성이 거론됐다.
관건은 현지화의 속도와 통제력
HD현대의 해외 확장은 ‘한국에서 만들고 해외에 파는’ 조선업 모델의 한계를 보완하려는 시도다. 인도에서는 대형 조선소를 직접 구축해 성장 시장의 생산능력을 선점하고, 미국에서는 현지 조선소·방산기업과의 결합을 통해 진입장벽이 높은 해군 함정과 MRO 시장을 노린다.
다만 투투쿠디 프로젝트는 인프라 건설, 부지·인허가, 지분구조, 정부 지원 조건 및 최종 생산능력 확정이 남아 있다. 미국 조선소 인수 역시 후보·가격·계약 체결 여부가 공개되지 않은 검토 단계다. 따라서 코친 블록공장 합작 중단을 ‘인도 전략 후퇴’로 단정하기보다는, HD현대가 소규모 보완투자보다 현지 생산 통제력이 큰 대형 조선소와 전략적 방산 협력으로 자원을 옮기고 있다는 신호로 보는 편이 타당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