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이종화 기자] 앤트로픽의 다리오 아모데이 CEO와 구글 딥마인드 공동창업자 데미스 하사비스가 “향후 5~20년 내 AI가 암을 포함한 대부분 질병의 치료를 가능하게 할 수 있다”는 강한 전망을 내놓았다. 그러나 최신 연구와 종양학자들의 반응을 종합하면, AI는 신약 발굴과 진단의 속도를 크게 높일 잠재력이 분명하지만 ‘암 정복’의 시간표를 10년으로 단정하기에는 임상 검증·규제·데이터·생물학적 이질성이라는 장벽이 여전히 크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AI 리더들의 대담한 시간표
아모데이 CEO는 8월 16일 X에 “평범한 사람뿐 아니라 생물학자에게도 황당하게 들릴 수 있지만, 약 5~10년 안에 대부분의 인간 질병을 치료하는 것이 가능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썼다. 그의 논리는 충분히 강력한 AI가 생물학 연구 속도를 약 10배 끌어올려, 통상 50~100년에 걸쳐 축적될 연구 진전을 5~10년으로 압축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사비스 역시 런던 더 타임스 인터뷰에서 "의학의 큰 진전이 앞으로 10~20년 사이에 나타날 것"이라는 확신을 밝혔다. AI가 단백질 구조와 분자 상호작용을 예측하고, 환자별 유전체·병리·치료 데이터를 통합해 표적과 후보물질을 발굴하면 기존의 시행착오형 신약 개발 방식을 크게 바꿀 수 있다는 기대가 배경이다.
이들의 발언은 단순한 홍보 문구로만 치부하기 어렵다. AI는 이미 단백질 구조 예측, 의료영상 판독 보조, 후보물질 탐색, 임상시험 대상자 선별, 논문·특허 분석 등에서 연구자의 탐색 공간을 넓히고 있다. 다만 “발견 속도의 향상”과 “환자의 생존을 개선하는 승인 치료제의 탄생”은 전혀 다른 문제다.
14개 표적 성공, 그러나 치료제는 아니다
앤트로픽은 8월 18일 Claude 모델이 단백질 결합체 설계 실험에서 15개 표적 가운데 14개에 대해 결합체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외부 실험기관인 Adaptyv Bio와 Twist Bioscience가 실제 제작·실험을 수행했고, 1320개 설계 후보 가운데 354개가 표적 단백질에 결합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전체 결합 성공률은 모델과 실험 설계에 따라 22.6~35.1%였으며, 앤트로픽은 이를 일반적인 10~15% 수준보다 높은 결과로 제시했다.
이 수치는 AI가 신약개발의 초기 단계, 특히 “특정 표적에 결합하는 분자를 설계하는 일”에서 실질적 생산성을 낼 수 있음을 보여준다. 전통적으로 수주 또는 수개월이 걸릴 수 있는 후보 탐색·구조 설계·우선순위 선정 업무를 압축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단백질 결합은 치료제 개발의 첫 관문일 뿐이다. 결합체가 실제 암세포에서 원하는 생물학적 효과를 내는지, 독성이 없는지, 체내에서 안정적으로 유지되는지, 적정 용량은 무엇인지, 기존 치료 대비 생존기간을 늘리는지, 다양한 환자군에서도 같은 효과가 재현되는지는 별도의 전임상·임상 단계를 거쳐야 한다. 14개 표적 중 14개 성공이라는 결과는 “AI가 암을 치료했다”는 뜻이 아니라, AI가 후보물질 발굴의 일부 공정을 자동화할 수 있다는 초기 실험 증거에 가깝다.
‘발견’ 다음에 기다리는 10년
미 식품의약국(FDA) 자료는 최초 인체시험부터 승인까지 평균적으로 약 10년이 걸릴 수 있다고 설명한다. 의약품 발견 단계부터 허가까지의 전체 기간은 통상 10~15년으로 제시된다.
실제 혁신 신약의 임상 개발기간을 분석한 연구에서도 일반적인 후보물질은 임상 단계에서 승인까지 평균 9.1년이 걸렸고, 중앙값은 8.3년이었다. AI가 후보물질 발굴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인다 해도, 환자 대상의 안전성·유효성 검증과 장기 추적을 AI만으로 생략할 수 없다는 의미다.
종양학은 특히 더 어렵다. 2015년 임상 1상에 진입한 항암제 가운데 2021년까지 FDA 승인을 받은 비율은 6.2%에 그쳤다. 다른 대규모 분석에서는 항암제 개발 프로그램의 임상 1상부터 최종 승인까지 성공 확률이 3.3%였으며, 암종별로는 0~10.1% 범위였다.
이는 AI가 후보물질 100개를 더 빠르게 만들더라도, 그 자체로 최종 승인 약물 수가 비례해 늘어난다는 보장은 없다는 뜻이다. AI의 가장 유력한 가치는 임상 실패율을 낮출 만한 후보를 더 일찍 걸러내고, 성공 가능성이 높은 환자군과 바이오마커를 정교하게 찾는 데 있다.
‘암’은 하나의 질병이 아니다
“암 치료”라는 표현 자체가 지나치게 포괄적이라는 지적도 중요하다. 암은 장기별 암종뿐 아니라 같은 암종 안에서도 유전자 변이, 면역미세환경, 전이 여부, 치료 이력, 내성 기전이 서로 다른 수많은 질환군의 집합이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2024년 전 세계 암 사망자는 약 1000만명으로, 전체 사망의 약 6분의 1을 차지했다. 폐암 사망자는 186만명으로 가장 많았고, 대장·직장암 91만8000명, 간암 73만2000명, 유방암 69만4000명, 위암 64만2000명이 뒤를 이었다.
이처럼 사망 부담이 큰 암종마다 발생 원인과 치료 반응이 다르기 때문에, ‘하나의 AI 기술’이나 ‘하나의 만능 치료제’가 암 전체를 해결하는 시나리오는 현실성이 낮다. 더 설득력 있는 전망은 AI가 특정 환자군에서 조기 발견 정확도를 높이고, 약물 반응 예측을 개선하며, 희귀 변이 표적의 후보물질을 빠르게 찾아내고, 임상시험 설계를 효율화하는 방식으로 암 사망률을 점진적으로 낮추는 것이다.
미 국립암연구소(NCI)는 암 AI 연구의 핵심 장애물로 대규모·공개형·정확히 주석된 암 데이터의 부족을 지목한다. 표준화된 벤치마크 데이터가 부족하면 연구 재현성과 검증도 어렵다. 환자 구성과 진료 환경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데이터로 학습된 AI는 의료 격차와 편향을 확대할 위험도 있다.
시장 성과는 아직 ‘0승인’
AI 신약개발 산업의 현주소는 기대와 검증의 간극을 가장 직관적으로 보여준다. 2026년 8월 초 기준으로 AI 주도 발견 프로그램에서 나온 신규 의약품 가운데 미국 FDA 승인을 받은 사례는 공개적으로 확인되지 않았다. 후보물질은 임상 중·후기 단계까지 진입하고 있지만, AI 활용 여부를 별도 승인 분류로 관리하지 않는 FDA 체계상 산업 추적 자료를 통해 판단해야 하는 한계도 있다.
이는 AI가 실패했다는 뜻은 아니다. 오히려 AI 신약개발의 성패를 판단하기에는 임상시험과 승인에 필요한 시간이 아직 충분히 지나지 않았다는 해석이 합리적이다. 다만 현재 시점에서 “AI가 암을 치료한다”는 표현은 과학적 성과의 묘사라기보다, 앞으로 검증돼야 할 기술적 가설이자 산업계의 장기 목표에 가깝다.
2026년 기준으로 보다 정확한 문장은 이렇다. AI는 암 연구의 후보 탐색과 의사결정 속도를 크게 바꿀 수 있지만, 암 치료의 성공 여부는 여전히 생물학적 재현성, 임상적 생존 이득, 안전성, 접근성, 규제 통과라는 인간 환자 중심의 검증을 거쳐야 한다.
"AI가 10년 안에 암을 정복할 것"인지보다, 향후 10년 동안 얼마나 많은 암종과 환자군에서 실제 생존 개선을 입증하는 치료 옵션을 추가할지가 더 측정 가능하고 저널리즘적으로도 검증 가능한 질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