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김정영 기자] LIG디펜스앤에어로스페이스(LIG D&A)가 1조7775억원 규모 한국형 전자전기(Block-I) 체계개발 사업 수주와 임원들의 뇌물공여 혐의는 무관하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검찰은 앞서 편파 평가가 있었다고 본 6개 과제 중 3개를 전자전기 사업의 핵심 또는 관련 기술로 판단해, 향후 재판에서는 ‘본사업 평가의 직접 개입’보다 ‘선행기술 확보가 수주 경쟁력에 미친 영향’이 쟁점이 될 전망이다.
‘직접 평가’와 ‘선행기술’의 충돌
수원지검 방위사업·산업기술범죄수사부는 방위사업청 5급 공무원과 LIG D&A 임직원 등을 뇌물수수·뇌물공여 혐의로 기소했다. 검찰은 해당 공무원이 2021년 말부터 2025년 말까지 총사업비 915억원 규모의 6개 방위사업 제안서 평가에 참여해 LIG D&A에 유리한 평가를 했다고 보고 있다. 검찰 발표에 따르면 한 평가에서는 20개 항목 가운데 16개 항목에서 LIG D&A에 최고점을, 경쟁 업체에 최저점을 부여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LIG D&A 측이 유리한 평가의 대가로 현금 3억2000만원과 약 22억원 규모 하청업체 용역계약의 업체 추천권을 제공한 것으로 보고 있다. 공무원은 이와 별도로 현금 2000만원과 하청업체 선정 관련 소개비 1억4000만원 등을 받아 총 4억6000만원 상당의 뇌물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다.
LIG D&A는 "전자전기 본사업 평가에는 해당 공무원이 참여하지 않았고, 그가 참여한 선행과제도 전자전기 핵심기술요소와 직접 관련이 없다"는 입장이다. 반면 검찰은 문제 된 6개 과제 중 3개가 전자전기 체계개발의 핵심 또는 관련 기술에 해당해 LIG D&A가 본사업 경쟁에서 유리한 위치를 확보하는 데 영향을 줬다고 보고 있다.
쟁점은 본사업 평가의 직접 개입 여부를 넘어, 선행과제의 평가 결과가 본사업 제안 경쟁력과 사업자 선정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쳤는지로 모인다. 즉, 본사업 심사표를 조작하지 않았더라도 선행기술·실적·기술기반을 인위적으로 축적해 경쟁 구도에서 유리한 위치를 선점했다면 수주 과정 전체의 공정성이 훼손됐을 수 있다는 논리다.
숫자로 본 사건의 무게
전자전기 체계개발 사업의 총사업비는 1조7775억원으로, 검찰이 문제 삼은 6개 선행 사업의 합계 915억원보다 약 19.4배 크다. 금품·이권 제공액 4억6000만원은 본사업 총사업비의 약 0.0026%에 불과하다.
하지만 방산 수주에서 금품 규모 자체보다 중요한 것은 평가 결과가 기술 경쟁력과 향후 대형사업의 진입 자격을 바꿨는지 여부다. 915억원의 선행과제가 실제로 전자전기 체계개발의 핵심기술, 성능 입증, 체계통합 경험, 제안 경쟁력에 얼마나 반영됐는지가 사건의 경제적·법적 핵심이 될 수밖에 없다.
전자전기 사업은 적의 통합방공체계와 무선 지휘통제체계를 탐지·분석하고 전자공격으로 무력화할 항공기를 개발해 2034년부터 실전 배치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LIG D&A와 대한항공 컨소시엄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으며, 후속 사업까지 고려하면 시장에서는 실질 사업 규모가 3조원을 넘어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재판의 세 가지 검증대
향후 재판과 방위사업청의 계약심의 과정은 세 갈래로 압축될 가능성이 크다. 첫째, 6개 과제 가운데 전자전기와 연결된 3개 과제가 본사업 제안·평가에서 실제로 어떤 가점 또는 경쟁우위를 제공했는지다. 기술적 연계가 단순 유사 분야인지, 체계개발 수행능력을 결정한 실질적 선행성과인지가 관건이다.
둘째, 16개 평가항목에서의 최고점·최저점 부여가 개별 사업의 사업자 선정 결과를 뒤집었는지다. 단일 평가위원의 점수가 최종 순위에 미친 영향, 다른 위원의 평가와의 편차, 평가위원 구성 및 배점 구조를 함께 따져야 한다.
셋째, 범죄 혐의와 1조7775억원 본사업 사이의 법률상 인과관계다. 방위사업청도 계약 해제·해지 판단에 앞서 직접 연관성을 면밀히 확인해야 한다는 태도다. 계약 초기에는 해제와 이행보증금·지급비용 회수가 가능할 수 있지만, 사업 진척도가 70~80% 수준에 이르면 해제가 오히려 전력화 시기를 수년 늦추고 국익에 손실을 줄 수 있다는 점도 고려 대상이다.
‘개인 일탈’로 끝낼 수 있나
방위사업청은 현재까지 다른 직원의 관여가 드러나지 않았다는 점에서 개인 일탈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그러나 검찰은 단일 평가위원이 특정 기업에 의도적으로 고점을 몰아줄 수 있는 평가구조의 허점을 범행에 이용했다고 봤다. 실제 수사 과정에서 검찰은 계좌추적과 디지털 포렌식 등을 통해 뇌물 전달 경로를 확인했으며, 명목상 용역계약으로 위장된 약 22억원의 자금 흐름도 문제 삼고 있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이번 사안은 한 임원의 뇌물공여 혐의에 그치지 않는다"며 "방산 R&D의 선행과제 선정, 평가위원 이해충돌 관리, 사업별 기술실적의 본사업 반영 방식, 대형 체계개발 계약의 사후 통제까지 전 과정을 점검해야 하는 심각한 사건"이라고 지적했다.
LIG D&A가 주장하는 ‘본사업 평가의 독립성’과 검찰이 제시한 ‘선행기술 확보를 통한 경쟁우위’ 중 어느 쪽이 사실관계와 법률적 인과관계로 입증되는지가 1조7775억원 전자전기 사업의 향방을 가를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