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이승원 기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법인 통합을 넉 달 앞두고 객실승무원 유니폼이 새 갈등의 진원지가 됐다. 아시아나항공 노동조합은 대한항공의 재킷 색상별 직급 구분이 통합 뒤 아시아나 출신 승무원에게도 적용될 수 있다며 국가인권위원회 진정을 예고했다. 핵심은 유니폼을 통한 직급 식별이 기내 안전·서비스 운영을 위해 필요한 조치인지, 아니면 승진 여부라는 인사상 정보를 불필요하게 외부에 노출하는 방식인지다.
통합 전환기의 ‘유니폼 리스크’
아시아나항공 노동조합은 대한항공의 객실승무원 유니폼 체계가 통합 이후 아시아나 출신 직원에게도 적용될 가능성에 반발하며 국가인권위원회 진정을 예고했다. 노조 측 설명에 따르면 대한항공 객실승무원은 대리급 이상이 청자색 재킷을, 그 아래 직급은 베이지색 재킷을 착용한다. 이는 단순한 부서·직무 식별을 넘어 승진 여부와 조직 내 위계를 외부에서 식별하게 하는 방식이라는 것이 노조의 문제 제기다.
이번 사안은 2026년 12월 17일로 예정된 통합법인 출범을 앞두고 불거졌다. 대한항공은 2024년 12월 아시아나항공 신주 1억3157만8947주를 취득해 지분 63.88%를 확보했고, 총 1조5000억원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 대금을 납입해 아시아나항공을 자회사로 편입했다. 통합은 인수 완료 뒤의 조직·브랜드·인사제도 통합 단계에서 발생한 첫 상징적 갈등으로 볼 수 있다.
핵심은 ‘직급 표시’의 필요성
노조의 논리는 명확하다. 객실승무원의 핵심 업무는 안전·비상대응·고객 서비스이며, 일반 승무원과 상위 직급 승무원 모두 기내 안전업무를 수행한다. 따라서 재킷 전체 색상으로 승진 여부를 구분해야만 안전관리나 서비스 운영이 가능하다는 점이 객관적으로 입증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노조는 유니폼이 공항·대중교통·거리 등 회사 밖에서도 착용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특정 색상이 승진 여부를 의미한다면, 해당 정보는 동료뿐 아니라 승객과 불특정 다수에게도 노출될 수 있다. 이 경우 논쟁의 무게중심은 ‘회사 내부의 복장규정’에서 ‘개인 인사정보의 비자발적 공개’로 이동한다.
해외 관행이 정답은 아니다
대한항공의 방식이 세계 항공업계에서 전례 없는 제도는 아니다. 싱가포르항공은 여성 객실승무원의 사롱 케바야 유니폼을 4가지 색상으로 구분하고, 남성 승무원은 넥타이 색상으로 직급을 표시한다. 싱가포르항공 공식 안내도 여성 승무원 유니폼의 네 가지 색상과 남성 승무원 넥타이 색상이 각각 직급을 의미한다고 밝히고 있다.
싱가포르 국가기록원 자료에 따르면 색상은 일반 승무원 파란색, 선임 승무원 초록색, 수석 승무원 빨간색, 기내 관리자 버건디색으로 구분된다. 즉, 직급 색상 체계 자체는 국제적으로 존재하는 관행이다.
그러나 해외 사례의 존재만으로 국내 통합 항공사에 그대로 적용할 정당성이 자동으로 생기지는 않는다. 싱가포르항공의 색상체계는 1968년부터 이어져 온 브랜드 정체성과 결합된 장기 운영 모델인 반면, 이번 사안은 두 회사의 인사·조직문화를 통합하는 과정에서 한쪽의 제도를 다른 쪽 구성원에게 적용하는 문제다. 제도의 역사성, 노사 합의 여부, 직급별 실제 권한 차이, 외부 노출 방지 장치가 달라 동일 선상에 놓기는 어렵다.
인권위 판단의 기준
국가인권위원회가 진정을 접수해 판단한다면, 직급별 유니폼 그 자체보다 차등의 합리성과 비례성이 핵심이 될 가능성이 크다. 동일하거나 본질적으로 유사한 업무를 수행하는 근로자에게 직급을 이유로 외형상 차이를 강제할 때, 해당 차이가 업무상 필요하고 최소한의 수단인지가 검토 대상이 될 수 있다.
인권위는 2013년 항공사 여성 승무원에게 치마만 착용하도록 한 규정에 대해 합리적 이유 없는 성차별로 보고 바지 선택권을 보장하도록 권고했다. 당시 판단의 중심은 성별에 따른 복장 강제였지만, 이번 사안에서도 ‘업무상 필요성 대비 개인의 존엄·자기결정권 침해가 과도한가’라는 비례성 검토 틀이 적용될 여지가 있다.
다만 인권위 권고가 곧바로 법적 강제력을 갖는 것은 아니며, 직급별 책임과 지휘 체계가 실제로 기내 안전운영과 연동된다는 회사 측의 구체적 소명이 있다면 판단은 달라질 수 있다. 특히 선임 승무원에게 비상상황 지휘, 인력배치, 기내 의사결정 권한이 실질적으로 부여돼 있다면 회사는 이를 근거로 직급 식별의 필요성을 주장할 수 있다. 문제는 그 필요성이 ‘재킷 전체 색상’이라는 강한 방식까지 요구하는가다.
‘원팀’ 통합의 시험대
대한항공·아시아나 통합은 세계 14개 필수 신고국의 기업결합 심사를 거쳐 마무리됐고, 통합법인 출범은 12월 17일로 예정돼 있다. 모회사 통합 뒤에는 진에어·에어부산·에어서울을 묶는 통합 저비용항공사 출범도 2027년 3월로 계획돼 있다. 숫자로 보면 이번 통합은 지분 63.88% 인수, 1조5000억원 투자, 14개국 경쟁당국 심사라는 대형 산업 재편의 결과다.
그러나 통합의 성패는 항공기·노선·브랜드를 하나로 묶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구성원이 새 조직의 규칙을 공정하고 존중받는 방식으로 받아들이는지가 더 중요하다. 직급 식별이 불가피하다면, 회사는 전체 재킷 색상보다 배지·명찰·견장·기내 전용 표식처럼 외부 노출을 줄이는 대안을 우선 검토할 필요가 있다.
유니폼은 항공사의 브랜드를 보여주는 옷이지만, 노동자에게는 매일 입는 작업복이다. 통합 대한항공이 해결해야 할 과제는 ‘색상을 유지할 것인가’가 아니라, 조직 운영상 필요한 식별과 개인의 존엄·사생활 보호 사이에서 어느 수준의 균형을 설정할 것인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