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김희선 기자] 카카오가 카카오톡·AI·광고·커머스를 묶은 카카오AI와 금융·콘텐츠·모빌리티 계열사의 투자·육성을 맡는 카카오X로 인적분할한다. 핵심은 단순한 법인 분리가 아니라, 플랫폼 성장성과 계열사 자산가치를 각각 시장에서 평가받게 하려는 ‘투트랙 자본배분’ 실험이다.
카카오는 21일 이사회에서 신설법인 카카오AI와 존속법인 카카오X로의 인적분할을 결의했다. 순자산 장부가액 기준 분할비율은 카카오AI 0.3648537, 카카오X 0.6351463이며, 기존 주주는 이 비율에 따라 두 회사 주식을 모두 배정받는다. 오는 12월 17일 임시주주총회 의결을 거쳐 2027년 1월 1일 분할을 완료하고, 같은 달 27일 카카오AI 재상장과 카카오X 변경상장을 추진한다.
카카오톡을 ‘AI 수익화 플랫폼’으로
카카오AI는 카카오톡을 기반으로 AI, 검색·광고, 커머스와 결제를 연결하는 플랫폼 회사로 재편된다. 정신아 현 카카오 대표가 카카오AI를 맡고, 김도영 카카오인베스트먼트 대표 겸 CA협의체 그룹투자전략실장은 카카오X 대표로 내정됐다.
카카오가 제시한 목표는 공격적이다. 카카오AI는 2030년 매출 6조원 이상, 영업이익률 30% 이상을 달성하겠다는 청사진을 내놓았다. AI 서비스 일간활성이용자수(DAU)는 2000만명, 검색광고 시장 점유율은 5% 이상을 목표로 설정했다. 카카오톡의 방대한 이용자 접점을 AI 에이전트의 유통망으로 전환하고, 대화형 탐색에서 추천·광고·구매·결제까지 이어지는 ‘에이전틱 커머스’를 새 수익원으로 삼겠다는 구상이다.
이는 카카오톡을 메신저로 남겨두기보다 AI 서비스의 진입 관문으로 재정의하는 전략이다. 이용자가 대화창에서 식당 예약, 상품 비교, 콘텐츠 검색, 금융 서비스 이용 등 의도를 표현하면 AI가 제휴 서비스와 전문 에이전트를 연결하는 구조다. 광고 노출 중심의 기존 플랫폼 모델보다 거래·구독·추천 수수료 등 수익화 방식이 다층화될 수 있다는 점은 강점이다.
그러나 목표 달성의 관건은 기술 자체보다 이용자 경험과 상업성의 균형이다. 카카오톡은 국내 생활 인프라에 가까운 서비스인 만큼 AI 추천과 광고, 커머스 기능이 사용성을 저해하거나 메시지 서비스의 신뢰를 훼손할 경우 반발에 직면할 수 있다. AI 기능이 이용 시간 증가에 그치지 않고 광고단가 상승, 거래 전환율 개선, 구독 매출 확대라는 수익지표로 이어져야 분할의 논리가 설득력을 얻는다.
카카오X, 투자회사인가 사실상 지주 플랫폼인가
카카오X는 카카오뱅크·카카오페이·카카오페이증권 등 테크핀, 카카오엔터테인먼트·SM엔터테인먼트·카카오픽코마 등 콘텐츠, 카카오모빌리티 등 핵심 계열사를 관리·육성하는 미래가치 투자회사 역할을 맡는다. 회사는 이를 통해 안정적인 계열사 성장과 신사업 투자, 자산 유동화를 병행하겠다는 방침이다.
카카오X가 활용할 수 있는 투자 여력은 약 6조4000억원으로 제시됐다. 보유 자산 유동화로 마련한 약 2조3000억원과 자회사 보유 투자재원 약 4조1000억원을 합친 규모다. 투자 대상은 가상자산, 피지컬 AI, 자율주행, 로보택시 등으로 제시됐다.
다만 시장이 카카오X를 독립 성장회사보다 ‘계열사 지분 보유회사’로 평가할 가능성은 분할 이후에도 남는다. 투자회사는 보유 지분가치가 크더라도 이중 상장, 복잡한 순환·수직 출자 구조, 자본배분의 불확실성에 따라 순자산가치보다 낮은 할인율을 적용받을 수 있다. 카카오가 “지주회사 전환이 아니다”라고 선을 긋더라도, 투자·계열사 관리 중심의 사업구조가 자본시장에서 어떤 밸류에이션을 받을지는 별개의 문제다.
특히 카카오X의 투자 성과는 신규 투자 수익뿐 아니라 카카오뱅크, 카카오페이,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카카오모빌리티 등 주요 계열사의 실적·규제·상장 전략에 의해 좌우될 가능성이 크다. 결국 카카오X의 핵심 과제는 ‘자산을 보유한 회사’에서 ‘자본을 효율적으로 재배치해 수익을 만드는 회사’로 시장 인식을 바꾸는 데 있다.
주주환원, 구조개편의 신뢰를 가를 시험대
카카오는 카카오AI의 별도 조정 잉여현금흐름(FCF) 가운데 20~35%를 기본 주주환원 재원으로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카카오X는 자회사 배당금의 30%와 투자차익의 30%를 주주환원 재원으로 활용하기로 했다.
이 정책은 분할 후 두 회사의 현금창출력과 자본배분 원칙을 분리해 보여주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카카오AI는 사업 현금흐름을 바탕으로 하는 성장·환원 병행 모델을, 카카오X는 자회사 배당과 투자 회수 성과를 환원 재원으로 삼는 자산운용형 모델을 각각 채택한 셈이다.
그러나 숫자만으로 주주가치가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카카오AI의 FCF 환원은 AI 인프라·모델 개발·제휴 생태계에 필요한 투자비와 충돌할 수 있다. 카카오X 역시 투자차익은 시장 상황과 회수 시점에 따라 변동성이 커, 안정적인 배당 재원으로 보기 어렵다. 투자자는 환원 비율보다 실제 현금배당 규모, 자사주 매입·소각 여부, 투자 손실 발생 시 자본배분 원칙을 더 엄격히 확인할 것으로 보인다.
급락한 주가, 시장이 요구한 것은 ‘분할’ 아닌 ‘실행’
분할 발표 당일 카카오 주가는 장중 약 12%까지 하락했고, 종가는 전 거래일보다 7.49% 내린 수준에서 마감했다. 인적분할은 기존 주주가 신설·존속법인 주식을 함께 받는 구조여서 원칙적으로 지분가치가 즉시 사라지는 거래는 아니다. 그럼에도 시장은 분할 자체의 외형보다 AI 사업의 수익화 시점, 카카오X의 투자회사 할인 가능성, 계열사 가치의 중복 상장 우려, 대규모 미래투자의 회수 불확실성을 먼저 가격에 반영한 것으로 해석된다.
카카오는 2023년 138개였던 계열사를 올해 6월 말 92개로 줄이며 구조조정을 진행해 왔다. 이번 분할은 그 교통정리의 종착점이자, 더 이상 ‘많은 계열사를 가진 플랫폼 그룹’이 아니라 AI 플랫폼과 투자 포트폴리오라는 두 개의 사업 논리로 평가받겠다는 선언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성패는 2027년 상장 일정 자체가 아니라 이후 2~3년간의 실행에서 가려질 전망"이라며 "카카오AI가 카카오톡 기반 AI 서비스의 이용자 지표를 매출과 이익으로 전환할 수 있는지, 카카오X가 보유 자산을 단순히 관리하는 데 그치지 않고 투자 회수·배당·재투자의 선순환을 증명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카카오의 이번 인적분할은 AI 시대의 민첩성을 위한 조직 개편인 동시에, 시장에 더 명확한 성장지표와 더 엄격한 자본배분 성적표를 제출하겠다는 약속이기도 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