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김희선 기자] 삼성전자가 2026년 주주환원 잔여 재원을 약 90조~110조원으로 제시하고, 우선 3분기에 정규배당을 포함한 약 30조원의 현금배당을 추진한다. 이는 2024~2026년 누적 잉여현금흐름(FCF)의 50%를 주주에게 돌려주겠다는 기존 정책을 숫자로 구체화한 것으로, 최종 규모와 자사주 매입·소각 비중은 내년 1월 이사회에서 확정된다.
삼성전자는 8월 21일 공시에서 2026년 주주환원 잔여 재원을 약 90조~110조원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산식은 명확하다. 2024~2026년 3개년 동안 발생한 총 FCF의 50%에서 2024~2025년에 이미 집행한 주주환원액 29조3000억원을 뺀 금액이다. 다만 올해 하반기 영업실적, 설비투자(CAPEX), 현금흐름에 따라 FCF가 달라지는 만큼 이는 확정액이 아닌 회사의 현 시점 추정치다.
이번 발표의 핵심은 ‘110조원 환원 결정’이라기보다, 삼성전자가 기존 3개년 FCF 연동 정책을 정산하는 과정에 들어갔다는 점이다. 삼성전자는 매년 9조8000억원의 정규배당을 유지하고, 3년 누적 FCF의 50%에서 정규배당을 포함한 기존 환원액을 차감한 뒤 남는 재원을 특별배당 또는 자사주 매입·소각 등으로 추가 환원하는 구조를 채택해 왔다.
2024~2025년 실제 주주환원 집행액은 29조3000억원이다. 이 가운데 현금배당은 20조9000억원, 자사주 매입·소각은 8조4000억원으로 집계됐다. 따라서 회사가 제시한 올해 잔여 재원 90조~110조원까지 더하면, 2024~2026년 3개년 전체 주주환원 규모는 약 119조3000억~139조3000억원에 이른다. 시장에서는 이를 반올림해 120조~140조원 규모로 보고 있으며, 국내 상장사의 단일 주주환원 정책 가운데 전례를 찾기 어려운 수준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3분기 30조원, ‘확정’ 아닌 이사회 의결 전 계획
삼성전자는 우선 3분기에 정규 분기배당을 포함해 약 30조원 규모의 현금배당을 실시할 계획이다. 구체적인 총배당액, 주당 배당금, 배당기준일과 지급일은 오는 10월 말 이사회에서 확정된다. 즉, 30조원은 회사가 제시한 시행 계획이며 최종 법적·재무적 확정 절차는 10월 이사회에 남아 있다.
30조원이 실제 집행되면 이는 기존 연간 정규배당 9조8000억원의 약 3.1배에 해당한다. 현금배당만으로도 국내 기업의 통상적인 연간 배당 규모를 크게 웃도는 수치다. 해외 보도에서는 90조~110조원이 약 650억~795억달러 수준으로 환산되며, 3분기 배당만 약 216억달러 규모로 추산됐다.
다만 투자자가 주의할 대목은 회사가 말한 90조~110조원이 3분기 30조원을 포함한 ‘2026년 추가 환원 가능 재원’이라는 점이다. 나머지 약 60조~80조원 수준의 재원이 모두 현금으로 즉시 배당된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삼성전자는 올해 결산 후인 2027년 1월 말 이사회에서 남은 환원 규모와 방식을 결정하겠다고 밝혔고, 현금배당과 자사주 매입·소각을 종합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핵심 변수는 ‘현금배당’보다 ‘남은 재원의 방식’
시장의 관심은 30조원 현금배당 자체보다 이후 남는 재원을 어떤 방식으로 배분할지에 쏠린다. 현금배당은 즉각적인 현금 수익을 제공하지만, 자사주 매입 뒤 소각하면 유통주식 수가 줄어 주당이익(EPS)과 주당순자산(BPS) 개선 효과를 낼 수 있다. 특히 대규모 자사주를 취득한 뒤 소각할 경우 장기 주주 입장에서는 지분가치 제고 효과가 더 직접적일 수 있다.
삼성전자는 2024~2025년에 이미 8조4000억원의 자사주 매입·소각을 병행했다. 이는 회사가 잔여 재원을 단순 특별배당으로만 처리하기보다 배당과 소각을 조합할 가능성을 보여주는 선례다. 다만 주가 수준, 반도체 업황, 대규모 투자 수요, 순현금 규모 및 향후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 계획에 따라 실제 선택은 달라질 수 있다.
회사 측은 FCF 산정에서 메모리 제품 장기공급계약(LTA) 선수금과 임직원 성과급 주식보상 관련 지출액을 차감한다고 설명했다. 이는 표면상 영업현금 유입이 크더라도 보증금 성격의 선수금이나 주식보상 관련 현금 유출을 그대로 주주환원 재원으로 보지 않겠다는 뜻이다. FCF 50% 정책의 분모가 단순 영업현금흐름이 아니라 회사가 정의한 조정 FCF라는 점은, 향후 최종 환원 규모를 검증할 때 반드시 확인해야 할 항목이다.
‘실탄 배분’과 투자 여력의 균형
이번 발표는 AI용 고대역폭메모리(HBM)와 서버용 메모리를 중심으로 한 반도체 수익성 회복 기대 속에서 나왔다. 시장은 삼성전자의 현금창출력이 확대될 경우 대규모 환원이 가능하다고 봐 왔으며, 일부 증권가 추정은 3개년 누적 FCF의 50%를 161조3000억원으로 계산하고 정규배당 총액 29조4000억원을 제외한 추가 환원 여력을 131조8000억원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결국 삼성전자는 시장의 기대보다 보수적인 범위에서 우선 정책 이행의 윤곽을 제시한 셈이다. 회사가 공식 발표한 90조~110조원은 대규모 설비투자와 미래 성장 투자 여력을 유지하면서도 FCF 50% 환원 원칙을 준수하겠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반도체 호황기에 쌓인 현금을 전부 배당으로 소진하지 않고, 차세대 메모리·파운드리·첨단 패키징 경쟁력 확보를 위한 투자와 주주가치 제고 사이의 균형점을 찾겠다는 전략이다.
투자자에게 남은 일정은 두 차례다. 10월 말 이사회에서는 3분기 약 30조원 현금배당의 주당 배당금과 기준일이 공개되고, 내년 1월 말 이사회에서는 남은 재원의 최종 액수와 특별배당·자사주 매입·소각의 조합이 확정된다. 따라서 이번 공시는 대규모 환원의 출발점이며, 실제 주주가치 제고의 강도는 내년 1월 결정될 자사주 소각 규모와 현금배당 배분에 달려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