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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테크

[빅테크칼럼] “헤드셋은 냉각, AI 안경은 가속”…애플, 비전 인력 60명 감원설이 보여준 차기 CEO의 선택

 

[뉴스스페이스=이승원 기자] 애플이 가상현실(VR)·공간컴퓨팅 조직인 비전 사업의 인력을 최소 60명 감축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고가 헤드셋 중심 전략을 축소하고 AI 기반 스마트 글래스로 무게중심을 옮기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된다. 다만 애플이 이를 공식 확인하지 않은 데다 Vision Pro 및 visionOS 개발은 지속되고 있어, ‘철수’보다는 선택과 집중형 재편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는 분석이다.

 

최소 60명 감원설, 공식 확인은 없어


9to5Mac, appleinsider, itechpost, stocktwits, newsclarion등의 매체들은 20일 복수의 내부 소식통을 인용해 애플이 VR 개발 전담팀과 Apple Vision Group, 관련 직군에서 인력을 해고했다고 보도했다. 후속 보도에 따르면 감원 규모는 최소 60명으로 전해졌지만, 애플은 해고 여부와 규모에 관해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보도의 핵심은 인력감축 자체보다 방향성이다. AppleInsider 역시 비전 조직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며, 애플이 Vision Pro와 후속 제품, visionOS 기반 스마트 글래스 개발을 계속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즉 이번 조치는 고가·대형 헤드셋의 단기 상업화 조직을 줄이면서, 향후 경량형 웨어러블과 AI 인터페이스에 필요한 인력을 재배치하는 과정일 가능성이 크다.

 

‘비전 프로’의 가격과 시장성 한계


애플은 Vision Pro를 2024년 2월 미국에서 256GB 기준 3,499달러에 출시했다. 프리미엄 기술을 대거 집약한 제품이었지만, 일반 소비자가 접근하기에는 매우 높은 가격과 무게, 제한된 콘텐츠 생태계가 보급의 제약 요인이었다.

 

올해 6월에는 미국 내 Vision Pro 시작 가격이 3,699달러로 200달러 인상됐다. 일부 시장 분석에서는 애플의 XR 시장 점유율을 약 5%, 메타를 약 75%로 추정한다. 서로 다른 제품군과 가격대의 단순 비교에는 한계가 있지만, 대중형 기기 시장에서는 메타가 압도적 우위를 확보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런 상황에서 애플이 대중형·저가형 모델로 거론돼 온 ‘Vision Air’ 프로젝트를 중단했다는 보도도 이어졌다. 전담 조직으로 운용되던 Vision Products Group은 이미 약 1년 전 하드웨어 엔지니어링과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 부문으로 분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Vision 사업이 독립적인 대형 하드웨어 성장축이라기보다, 운영체제·센서·AI·웨어러블 기술을 결합하는 장기 연구 영역으로 재정의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AI 인프라에 몰리는 투자


이번 인력 재편은 존 터너스가 9월 1일 팀 쿡의 뒤를 이어 애플 CEO에 취임하는 전환기와 겹친다. 터너스가 9월 CEO로 공식 취임하며, 그는 애플의 하드웨어 엔지니어링 수장을 지낸 인물이다.

 

숫자로 보면 애플의 투자 우선순위 변화는 더 선명하다. 애플의 2026회계연도 3분기 연구개발비는 117억2,900만달러로 전년 동기 88억6,600만달러보다 32% 늘었다. 같은 기간 누적 R&D 지출은 340억3,5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33% 증가했다. 애플은 이러한 증가의 배경으로 AI 관련 투자를 포함한 인프라 비용 상승과 인력 관련 비용을 제시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왐시 모한 애널리스트는 터너스 체제에서 애플이 기존의 신중한 운영 중심 기조를 유지하되, AI·R&D 분야에서는 한층 공격적인 투자 국면에 들어갈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이는 회사의 공식 로드맵이 아니라 외부 애널리스트의 해석이라는 점은 구분할 필요가 있다.

 

목표는 ‘VR 포기’ 아닌 폼팩터 전환


애플이 집중하는 차기 웨어러블은 디스플레이 없는 AI 스마트 글래스가 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관련 보도에 따르면 이 제품은 카메라·마이크·스피커와 Siri, Visual Intelligence를 중심으로 작동하며, 2027년 공개 또는 출시가 예상된다. 이는 사용자가 무거운 헤드셋을 쓰고 가상 화면에 몰입하는 방식보다, 일상에서 음성·시각 AI를 활용하는 방식에 가까운 접근이다.

 

전략상 핵심은 ‘공간컴퓨팅’이라는 목표를 버리는 것이 아니라, 이를 실현하는 기기를 바꾸는 데 있다. Vision Pro가 기업·의료·콘텐츠 제작 등 전문 영역에서 기술적 가능성을 검증하는 고가 플랫폼이었다면, AI 스마트 글래스는 더 낮은 착용 장벽과 높은 사용 빈도를 통해 소비자 접점을 넓히려는 제품이 될 수 있다.

 

예컨대 Vision Pro는 회의·3D 설계·영상 편집 같은 몰입형 작업에 적합한 반면, AI 안경은 사용자가 보고 있는 제품의 정보를 물어보거나, 길 안내를 듣고, 주변 사물을 인식하는 식의 짧고 반복적인 일상 이용에 초점을 둘 공산이 크다. 애플 입장에서는 판매량이 제한적인 3,000달러대 헤드셋보다, 아이폰·Siri·애플 인텔리전스와 연결되는 경량 웨어러블이 AI 생태계 확장에 더 직접적인 수단이 될 수 있다.

 

소프트웨어 투자는 계속된다


하드웨어 조직 축소설과 달리, 애플은 visionOS 지원을 계속하고 있다. 애플은 6월 8일 visionOS 27 개발자 베타를 공개했으며, 공간 파노라마와 개인 환경 기능, Siri AI 기능 등을 포함했다. 애플은 정식 업데이트를 올가을 무료 배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Wi‑Fi 연결 속도는 최대 3배 향상된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현 시점의 결론은 명확하다. 애플은 Vision Pro를 중심으로 한 대형 혼합현실 헤드셋을 당장의 대중 시장 성장동력으로 보지 않는 듯하다. 그러나 운영체제, 시각 인식, 공간 인터페이스, AI 에이전트 기술까지 포기한 것은 아니다. 최소 60명 감원설은 애플이 VR을 접는 신호라기보다, 존 터너스 체제에서 ‘비싼 헤드셋’보다 ‘AI를 쓰는 가벼운 안경’에 자본과 인력을 먼저 배분하겠다는 전략적 우선순위 조정으로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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