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김희선, 이종화 기자] 모나미가 2025년 연결 기준 107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한 와중에도 오너 3세 가족회사 티펙스와 47억원 규모의 거래를 이어간 사실이 확인됐다. 거래 자체를 곧바로 부당지원으로 단정할 수는 없지만, 거래의 가격·선정 절차·경제적 효익을 주주에게 충분히 설명하지 않는다면 실적 부진과 승계 논란이 맞물린 대표적 지배구조 리스크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적자 심화 속 47억원 거래
모나미의 2025년 연결 매출은 1310억2433만원으로 전년보다 1.5% 줄었다. 영업손실은 58억5354만원으로 2024년 38억1335만원에서 53.5% 확대됐고, 순손실은 106억6108만원으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2023년 이후 3년 연속 영업적자이며, 영업손실률도 2023년 -1.60%, 2024년 -2.87%, 2025년 -4.47%로 악화됐다.
그런데 같은 해 모나미는 ‘기타 특수관계자’로 분류한 티펙스와 매출 6644만원, 매입 및 기타 거래 합계 47억420만원의 거래를 했다. 티펙스에 대한 기말 미지급금도 7억5500만원으로 공시됐다. 전년 특수관계자 매입 약 49억원과 비교하면 소폭 감소했지만, 모나미의 수익성이 악화된 국면에서도 거래 규모가 유지됐다는 점은 주목할 대목이다.
아시아경제 보도에 따르면, 티펙스의 2025년 매출은 약 59억원으로 알려졌고, 이 가운데 모나미 비중은 56.5%였다. 단순 환산하면 티펙스 매출의 절반 이상이 모나미에서 발생한 셈이다. 모나미의 47억원 지출은 티펙스 전체 매출의 약 80%에 이르는 규모여서, 공시상 매입·유형자산 취득과 티펙스의 판매처 기준 매출의 인식 시점 및 항목 차이는 추가 확인이 필요하다.
핵심은 거래 여부 아닌 거래 조건
물류회사와의 지속 거래는 그 자체로 문제라고 보기 어렵다. 모나미는 문구·컴퓨터소모품·온라인·화장품 사업을 운영하며 국내외 생산·판매거점을 두고 있고, 물류센터 및 창고 운영도 사업목적에 포함하고 있다. 제조·유통 기업에 외부 물류업체 활용은 통상적인 경영 선택지다.
다만 티펙스는 일반 외부 협력사가 아니라 오너 일가와 밀접한 특수관계자다. 아시아경제 보도에 따르면 티펙스는 2008년 모나미와 당시 계열사 원메이트가 출자해 설립한 익스프레스라인에서 출발했으며, 현재 송재화 사장 50%, 모친 홍의숙씨 49.5%가 지분 99.5%를 보유한 구조다.
따라서 쟁점은 ‘티펙스와 거래했는가’가 아니라 다음 네 가지다.
▲모나미가 티펙스를 선정한 과정에 경쟁입찰 또는 복수 견적 비교가 있었는가 ▲운송·보관·하역·자산 취득 단가가 시장가격 및 동종 물류사 견적과 비교해 적정한가 ▲티펙스 거래가 모나미의 물류원가 절감, 납기 개선, 재고회전 향상 등 구체적인 편익으로 이어졌는가 ▲특수관계자 거래의 계약 기간, 정산 조건, 성과지표, 이사회 심의·승인 절차가 충분히 공개됐는가를 살펴봐야 한다.
이 정보가 제시돼야 거래의 정상성을 시장이 검증할 수 있다. 특수관계자 거래는 공시된 금액만으로 위법성이나 부당성을 판단할 수 없지만, 오너 일가가 사실상 지배하는 법인에 안정적 매출 기반이 제공되는 구조라면 일반 주주 입장에서는 이해상충 가능성을 우려할 수밖에 없다.
45억원 쌓인 가족회사
티펙스는 자본금 2억원 규모에서 출발해 설립 약 17년 만에 이익잉여금이 약 45억원까지 축적된 것으로 보도됐다. 2025년에는 매출 59억원, 영업이익 3억원, 순이익 1억원을 기록했다. 모나미가 부진한 상황에서도 티펙스가 흑자를 유지한 배경에는 모나미 거래의 높은 의존도가 자리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송재화 사장의 모나미 직접 보유 지분은 1.87%로 알려져 있다. 반면 송하경 명예회장은 13.76%를 보유하고 있으며,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지분은 총 28.20%다. 티펙스가 향후 모나미 지분을 매입하거나, 오너 일가의 지분 승계 과정에서 자금조달 창구로 활용될 가능성이 제기되는 이유다.
기업재무분석 및 자본시장 전문가들은 "상장사의 거래가 오너 3세 가족회사에 반복적으로 집중되고, 해당 회사에 현금성 재원이 축적되며, 차세대 경영인의 직접 지분은 낮은 상황이라면 시장은 자연스럽게 ‘승계 지원 가능성’을 질문한다"면서 "모나미는 이 부분에 대해 소액주주와 채권자, 이해관계자들에게 답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금배당과 유동성의 불편한 대비
모나미는 2025년 순손실에도 주당 30원, 총 5억6692만원의 현금배당을 실시했다. 연결 기준 이익잉여금은 2024년 말 424억원에서 2025년 말 312억원으로 약 112억원 감소했고, 2023년 말 487억원과 비교하면 2년간 약 174억원 줄었다.
오너 일가와 특수관계인의 지분율 28.20%를 적용하면 이들이 받은 배당금은 약 1억5990만원으로 추산된다. 회사는 1997년부터 배당을 지속해왔고 배당가능이익 범위 내 안정적 배당을 유지한다는 입장이지만, 3년 연속 영업손실과 순손실이 이어지는 국면에서 현금배당의 우선순위는 재검토 대상이 될 수 있다.
재무 부담도 가볍지 않다. 2025년 말 연결 기준 유동자산은 830억원, 유동부채는 902억원으로 유동비율은 약 92.1%다. 현금및현금성자산은 97억원인 반면 단기차입금은 733억원, 총차입금은 784억원에 달했다. 순차입금은 511억원이고 자본조달비율은 38.7%로 전년 34.8%보다 높아졌다.
특히 금융비용은 연간 40억7880만원으로 영업손실의 약 70%에 해당한다. 영업활동현금흐름은 14억6700만원의 플러스를 보였지만, 3년 연속 영업손실과 순손실, 100% 미만 유동비율, 높은 단기차입금 비중을 감안하면 시장 일각에서는 현금 보존과 차입금 관리의 우선순위를 묻는 주주들의 목소리가 나올 수 있다.
신사업 부진도 부담
모나미의 연결 실적 부진은 주력 문구만의 문제가 아니다. 2025년 문구 부문은 연결 기준 2억4000만원의 영업손실, 컴퓨터소모품 부문은 1억3000만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특히 기타 부문은 64억8983만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해 전체 실적 악화의 가장 큰 요인이 됐다.
화장품 신사업을 담당하는 모나미코스메틱은 2025년 매출 38억원, 순손실 47억원을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태국 법인도 매출 152억원에 순손실 36억원, 플라맥스는 매출 126억원에 순손실 28억원을 낸 것으로 분석됐다. 모나미가 2025년 11월 모나미이미징솔루션즈와 항소를 흡수합병한 것도 비용 절감과 사업 효율화가 시급한 상황을 보여준다.
모나미가 공시한 2025년 연구개발비는 5억9648만원으로 연결 매출의 0.64% 수준이다. 시장 축소와 소비 행태 변화에 대응하려면 프리미엄 문구, 해외판매, B2B 및 온라인, 화장품 OEM 등에서 무엇이 수익을 낼 수 있는지 냉정하게 재검증해야 한다.
주주가 요구하고, 모나미가 답해야 할 공시
모나미의 과제는 단순히 티펙스와의 거래를 줄이는 데 있지 않다. 거래가 필요하다면 독립성과 경제성을 입증하고, 불필요하다면 투명하게 재편하는 것이 핵심이다.
모나미는 주주들에게 ▲티펙스 거래의 세부 구성: 운송·보관·물류대행·유형자산 취득별 금액 ▲비교견적, 경쟁입찰 여부, 시장 단가 대비 가격 적정성 검토 결과 ▲거래를 통해 절감한 물류비, 재고일수, 납기일, 반품률 등 정량 성과 ▲특수관계자 거래의 이사회 심의 내용 및 사외이사·감사기구의 검토 여부 ▲티펙스의 모나미 주식 취득 계획 또는 승계 관련 자금 활용 계획의 존재 여부 ▲순손실·낮은 유동비율 국면에서 현금배당을 유지한 이유와 향후 배당 기준에 대해 공개할 필요가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국민 볼펜’이라는 꼬리표가 지속 가능한 수익성, 재무 안정성, 지배구조 투명성을 대체할 수는 없다. 적자 기업이 특수관계자 거래와 배당을 병행하는 상황에서 시장이 원하는 것은 숫자로 검증되는 물류 효율화와 주주가치 회복 계획"이라며 "오너 일가 배당 챙기기와 애국 마케팅의 이중성은 언제라도 상장폐지를 앞둔 시점에 또 다른 위기가 될 수 있음을 깨달아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