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이현주 기자] 서울의 주택 공급 불안이 커지면서 “더 지을 땅이 없다”는 통념을 뒤집는 제안들이 소셜미디어에서 쏟아지고 있다. 여의도 국회를 세종으로 옮겨 아파트를 짓자는 주장부터 공공부지·공원·업무시설을 고밀도 개발하자는 아이디어까지, 이른바 ‘닥치고 공급’ 정책에 대한 시민들의 역제안은 단순한 농담을 넘어 공급 정책의 공정성과 우선순위를 묻는 여론으로 번지고 있다.
서울 아파트 공급 감소는 숫자로도 확인된다. 국토교통부 통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서울 아파트 준공 물량은 1만2251가구로, 전년 동기 2만9420가구보다 58.4% 줄었다. 준공은 실제 입주와 직결되는 지표다. 착공도 같은 기간 9421가구로 12.2% 감소했다. 단기간에 체감 가능한 새 아파트 공급이 줄어든 상황에서, 공급 후보지 선정 하나하나가 거센 정치·사회적 논쟁의 대상이 된 배경이다.
“국회의사당 10만 평에 1만5000가구”라는 계산
20일 스레드 이용자 ‘Danielhan’은 “부동산을 잡겠다는 의지가 있다면 서울에서 가장 생산성이 떨어지는 기관인 국회의사당을 세종으로 보내고 서여의도를 고밀 개발하자”고 제안했다. 해당 게시물은 국회의사당 부지 약 10만 평에 용적률 500%를 적용할 경우 연면적 약 50만 평을 확보할 수 있고, 이를 바탕으로 20~30평형 아파트 약 1만5000가구를 공급할 수 있다는 논리다. 게시물에는 국회 부지에 초고층 주거복합단지가 들어선 모습을 구현한 AI 이미지도 함께 올라왔다.
부지 면적 자체는 대체로 맞는 출발점이다. 여의도 국회의사당 대지는 약 33만579㎡, 평으로 환산하면 약 10만 평 수준이다. 다만 이 면적은 본회의장 건물만이 아니라 의원회관·국회도서관·소통관 등 국회 기능과 광장·녹지·보안 공간을 포괄한 전체 부지에 가깝다. 따라서 이를 전부 주거용 택지로 전환하는 것은 토지 면적만으로 가능한 계산이지, 곧바로 실제 공급량으로 이어지는 사업계획은 아니다.
용적률 500%를 기계적으로 대입하면 약 165만㎡, 약 50만 평의 연면적이 나온다. 여기서도 아파트 1만5000가구라는 수치는 전용률, 상가·업무·공공시설 비중, 주차장과 기계실 등 비주거 면적, 임대·분양주택의 구성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예컨대 1만5000가구가 가구당 평균 전용면적 84㎡라고 가정하면 전용면적만 126만㎡가 필요하다. 공용면적과 커뮤니티, 판매·업무시설 등을 포함하면 500% 용적률의 전체 연면적 안에서 가능 여부는 설계 밀도와 주거 비중에 달려 있다.
즉 “1만5000가구”는 불가능한 숫자라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공공기여와 기반시설을 거의 배제한 최대치에 가까운 시나리오로 봐야 한다. 실제 도시계획은 도로·공원·학교·상하수도·전력·교통수단뿐 아니라 한강변 경관, 여의도 국제금융지구의 업무 기능, 국회라는 국가상징 공간의 보존 여부까지 함께 계산해야 한다.
1만5000가구의 의미와 한계
그럼에도 이 숫자가 던지는 상징성은 작지 않다. 부동산R114 집계 기준 2027년 서울 아파트 입주 예정 물량은 임대 제외 1만3019가구로, 관련 통계가 집계된 1990년 이후 최저 수준으로 전망된다. 국회 부지 개발론에서 거론되는 1만5000가구는 단순 비교로 서울의 2027년 연간 입주 예상 물량을 웃도는 규모다.
올해 서울 아파트 입주 예상 물량도 기관별 집계 기준에 따라 1만7000~2만7000가구 수준으로 제시된다. 전년도보다 크게 줄었다는 방향성은 공통적이다. 실제 올해 상반기 서울 아파트 준공은 전년 동기 대비 58.4% 감소했고, 1~5월 누적 아파트 착공은 6615가구로 25.3% 줄었다. 시민들이 “왜 반드시 우리 동네 공원·학교·저층 주거지만 공급 후보지가 되느냐”고 묻는 것은 이 같은 공급 절벽 우려와 연결돼 있다.
하지만 대형 공공부지 한 곳을 개발한다고 해서 서울의 구조적 공급난이 해결되지는 않는다. 인허가부터 설계, 이주, 기반시설 확충, 착공과 준공까지 일반적으로 긴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국회 완전 이전이라는 전제를 충족하더라도 새 의사당 건설과 조직 이전, 여의도 부지의 도시계획 변경 및 사업 추진까지 고려하면 단기 입주 대책으로 보기 어렵다. 공급의 양보다도 “어떤 공공부지를 누구에게, 어떤 방식으로, 얼마나 긴 시간에 걸쳐 공급할 것인가”가 핵심이 된다.
국회 이전, 농담만은 아닌 이유
국회 세종 이전은 소셜미디어의 상상만은 아니다. 김종민 의원이 대표발의한 이른바 ‘국회 전부 이전법’은 지난 7월 국회 운영위원회에 상정됐다. 개정안은 현행 국회법의 ‘국회세종의사당’ 분원 규정을 삭제하고, 국회의 소재지를 세종특별자치시로 명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일부 상임위원회만 세종으로 보내는 분원 방식이 아니라 본원 전체를 세종으로 옮길 법적 근거를 만들겠다는 취지다.
현재 추진 중인 세종의사당은 약 63만1000㎡ 부지에 조성될 계획이다. 이는 여의도 국회 부지 약 33만㎡의 약 1.9배다. 계획대로라면 11개 상임위원회와 예산결산특별위원회 등이 이전하는 방향이며, 2029년 착공, 2033년 준공 목표가 제시돼 있다. 국회사무처 등의 추산으로 일부 기능을 옮기는 세종의사당 건립에는 약 3조7000억원, 본회의장과 국회의장실을 포함한 국회 전체 이전에는 약 5조6000억원이 들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는 헌법과 국가 운영의 문제가 걸려 있다. 헌법재판소는 2004년 신행정수도 건설 특별조치법 사건에서 서울이 관습헌법상 수도라는 논리를 들어 수도 이전을 위한 헌법 개정 필요성을 제기한 바 있다. 이후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은 가능해졌지만, 입법·행정·사법의 핵심기관을 어느 수준까지 세종으로 이전할지는 여전히 헌법·법률·정치적 합의가 모두 필요한 과제다. ‘국회 부지 아파트론’이 당장 실행안이 되기 어려운 가장 큰 이유도 여기에 있다.
공급 논쟁이 드러낸 ‘형평성’의 질문
여의도 국회 아파트론이 온라인에서 주목받는 이유는 개발 타당성 그 자체보다, 공급 정책이 누구의 공간을 먼저 겨냥하는가에 대한 반문에 있다. 정부가 용산공원 일부, 강서구 염창동, 과천·용산 등의 후보지를 거론하는 과정에서 지역 주민과 시민사회는 녹지 훼손, 공공성 약화, 교통 혼잡, 일방적 의사결정 등을 문제 삼아왔다. 국회 이전 후 주택 공급론은 “공공성을 위해 시민에게 희생을 요구한다면 정치권도 자신들의 공간부터 재배치할 의지가 있느냐”는 질문으로 읽힌다.
온라인 제안에는 대체로 네 가지 유형이 반복된다.
▲국가·지방정부의 저이용 공공부지, 관공서, 공영주차장 등을 고밀 복합개발하자는 주장 ▲대형 공원과 녹지, 체육시설, 유휴 철도부지에 주택을 짓자는 주장 ▲대기업 사옥·골프장·대학 부지처럼 도심에서 넓은 면적을 차지한 토지를 재배치하자는 아이디어 ▲국회·정부청사·군부대 등 상징성과 보안성을 이유로 개발에서 비켜나 있던 공간도 예외가 될 수 없다는 역제안 등이다.
이 아이디어들은 대부분 실제 정책으로는 복잡한 제약을 안고 있다. 공원 개발은 도시의 열섬 완화와 재난 대응, 휴식권이라는 공익과 충돌한다. 업무·산업시설 부지를 일괄 주거화하면 도심 일자리와 세수 기반이 약해질 수 있다. 학교와 병원, 대중교통, 하수처리 용량을 확충하지 않은 고밀 개발은 주택 ‘호수’만 늘리고 생활 여건은 악화시킬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비현실적으로 보이는 제안이 던지는 불편한 진실도 있다. 기존 거주지의 녹지·학교·공공시설을 줄이는 공급은 ‘공급 확대’라는 이름 아래 지역사회가 비용을 떠안는 방식이 되기 쉽다. 반면 공공기관 이전, 저이용 공공부지 재편, 업무·주거 복합화는 국가와 지방정부, 대형 토지소유자가 더 큰 조정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시민들의 ‘국회 아파트’ 제안은 결국 공급량의 문제가 아니라 비용 배분의 문제를 겨냥한다.
‘닥치고 공급’이 설득력을 얻으려면 후보지 숫자를 늘리는 데서 멈춰서는 안 된다. 실제 입주까지의 시간표, 공공임대와 분양의 구성, 기존 주민·무주택자·청년의 배분 기준, 기반시설 투자, 토지 보유자와 공공기관의 부담을 함께 공개해야 한다.
국회의사당 부지를 아파트로 바꾸자는 말은 당장은 현실성이 낮은 역설일 수 있다. 그러나 그 역설이 폭발적 공감을 얻은 것은 서울의 공급 논쟁이 이제 “얼마나 지을 것인가”를 넘어 “누가 무엇을 내놓을 것인가”를 묻는 단계로 들어섰다는 신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