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이승원 기자] 중국 휴머노이드 로봇 기업 유니트리 로보틱스(Unitree Robotics)가 ‘슈퍼맨(Superman)’ 프로토타입을 공개하며 최고 속도 초당 12.66m, 제자리 수직 점프 2m를 달성했다고 주장했다. 다만 공개된 수치는 독립 검증과 세부 시험 조건이 확인되지 않은 회사 자체 발표여서, ‘인간 기록 경신’이라는 표현은 아직 검증 전 성능 주장으로 한정해 해석할 필요가 있다.
thestandard, globaltimes, interestingengineering, gagadget에 따르면, 유니트리는 슈퍼맨이 다리 길이 0.85m 조건에서 제자리 점프 2m와 최고 속도 시속 45.6km를 구현했다고 밝혔다. 개발 기간은 3개월여로, 회사는 향후 동작 제어·주행 안정성·에너지 효율을 계속 개선하겠다고 설명했다. 이는 완성된 상용 제품보다는 고출력 구동계와 전신 제어 알고리즘의 한계를 시험하는 연구개발용 플랫폼이라는 의미에 가깝다.
‘볼트보다 빠르다’의 조건
속도만 놓고 보면 유니트리의 발표치인 12.66m/s는 시속으로 환산해 45.576km다. 우사인 볼트가 2009년 베를린 세계선수권 남자 100m에서 세계기록 9초58을 작성할 당시, 최고 구간 속도는 약 12.42m/s로 분석된다. 단순 수치 비교에서는 슈퍼맨이 약 0.24m/s, 시속 약 0.86km 빠르다.
그러나 두 기록은 같은 규격의 공식 경기 결과가 아니다. 볼트의 기록은 출발 반응시간과 전체 100m 구간을 포함한 공인 육상 경기의 결과인 반면, 슈퍼맨의 12.66m/s는 로봇이 특정 구간에서 기록한 것으로 알려진 ‘최고 속도’다. 최고 속도는 가속 방식, 주행 거리, 지면 상태, 배터리 잔량, 계측 센서와 샘플링 주기, 보조 장비 유무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실제로 유니트리 H1도 지난 4월 육상 트랙에서 10.1m/s를 기록했다고 공개했지만, 당시 영상에 표시된 계측 장비 수치에 대해 회사가 오차 가능성을 언급했다. 즉, 로봇의 운동 성능이 빠르게 고도화되고 있다는 신호로 볼 수는 있어도, 이를 곧바로 ‘100m 달리기에서 인간을 이겼다’는 결론으로 확장하기는 어렵다.
2m 제자리 점프의 파격
점프 성능도 눈길을 끈다. 기네스 세계기록 기준 남성 제자리높이뛰기 최고 기록은 미국의 크리스토퍼 스펠이 2021년 세운 1.70m다. 유니트리 발표대로 슈퍼맨이 외부 보조 없이 제자리에서 2m를 뛰었다면 인간 기록보다 30cm, 약 17.6% 높은 수치다.
다만 여기에도 비교의 전제가 있다. 인간의 ‘제자리높이뛰기’는 통상 넘는 바의 높이와 공식 판정 규정에 따라 측정되는 반면, 로봇 시연에서의 2m가 로봇 신체의 어느 기준점에서 산정됐는지, 이륙 후 착지까지 완전한 자립 상태였는지, 반복 성공률은 어느 수준인지에 대한 자료는 공개되지 않았다.
휴머노이드 로봇의 실전 경쟁력은 단발성 최고 기록보다 반복성에 달려 있다. 예컨대 동일한 동작을 수십~수백회 반복했을 때의 성공률, 착지 뒤 자세 회복 시간, 발목·무릎·허리 관절의 열관리, 배터리 소모율, 낙상 후 자율 복구 능력 등이 물류·제조·순찰 등 실제 업무 투입을 가르는 지표가 된다.
속도 경쟁의 가속
유니트리가 내놓은 최근 수치만 보면 상승 곡선은 가파르다. 2025년 8월 제1회 세계 휴머노이드 로봇 대회에서 유니트리 로봇은 트랙 최고 속도 4.78m/s를 기록했고, 2026년 4월 H1은 10.1m/s에 도달했다. 슈퍼맨의 12.66m/s 주장이 확인될 경우, 약 1년 사이 최고 속도는 2.65배 수준으로 높아진 셈이다.
H1의 10.1m/s는 직전 휴머노이드 최고 기록으로 알려진 중국 미러미(Mirror Me)의 10m/s를 웃도는 수준으로 보도됐다. 다만 최고 속도 경쟁이 실제 산업 현장 성능을 대변하지는 않는다. 고속 질주는 감속·방향전환·장애물 회피·사람과의 안전한 상호작용이라는 상용화의 핵심 과제와는 별개로 평가해야 한다.
IPO 흥행과 ‘기술 서사’
슈퍼맨 공개 시점은 유니트리가 상하이증권거래소 과학창업판(STAR Market) 상장을 앞둔 국면과 맞물린다. 유니트리는 주당 150.80위안에 신주 약 4045만주를 발행해 약 61억위안의 자금을 조달할 계획이며, 상장 직후 기준 예상 시가총액은 약 609억9000만위안이다. 공모 물량은 상장 후 확대 자본의 약 10%다.
특히 로이터는 유니트리의 일반 청약이 8000배 이상 초과 청약됐다고 보도했다. 공모가 기준 주가수익비율(PER)은 219.23배로, 동종 업종 평균 38.56배를 크게 웃돈다. 휴머노이드 로봇 산업의 성장 기대가 기업가치에 선반영됐음을 보여주는 대목이지만, 향후 매출 확대와 수익성 입증이 뒤따르지 못할 경우 밸류에이션 부담도 커질 수 있다.
시장조사업체 스마트 애널리틱스 글로벌(SAG)은 2026년 상반기 세계 휴머노이드 로봇 출하량이 전년 동기보다 272% 증가한 약 1만9100대라고 집계했다. 이 가운데 유니트리는 약 5900대를 출하해 31% 점유율로 2위를 기록했고, 1위는 8400대·44% 점유율의 애지봇(Agibot)이 차지했다. 유니트리는 출하량이 전년 동기 대비 170% 늘었지만, 시장 1위 자리는 내줬다.
‘묘기’에서 ‘작업’으로
유니트리의 전략은 고성능 시연과 저가 보급형 확대를 병행하는 방식이다. R1은 중국 내 시작 가격이 2만9900위안으로 제시됐으며, 키 123cm, 최소 중량 27kg의 스포츠·교육·개발용 휴머노이드다. 이는 연구기관·개발자·교육 시장의 진입장벽을 낮추려는 행보로 평가된다.
하지만 초고속·고점프 로봇이 즉시 산업용 수요로 연결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정교한 조립, 장시간 자율 작업, 사람 주변에서의 안전한 이동, 고장률과 유지보수 비용, 작업당 생산성 등은 별도 검증이 필요하다. 슈퍼맨은 유니트리가 관절 구동과 균형 제어에서 어느 수준까지 올라섰는지를 보여주는 기술적 이정표일 수 있다.
결국 핵심은 12.66m/s와 2m라는 숫자 자체가 아니라, 유니트리가 이를 표준화된 시험 환경에서 재현하고 외부 검증을 거쳐 반복 가능한 업무 성능으로 바꿀 수 있느냐에 있다. IPO 흥행으로 높아진 시장의 기대는 이제 ‘인간보다 빠른 로봇’이라는 영상의 화제성보다, 안전하고 값싸며 꾸준히 일하는 로봇으로 증명돼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