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이현주 기자] 벨기에 덴데르몬데의 옛 양조장 건물 리모델링 현장에서 발견된 약 900만유로(약 148억원) 상당의 금괴·금화는 단순한 ‘횡재’가 아니라, 자금 출처와 소유권, 범죄 연계 가능성을 가르는 법적·수사적 사건으로 번지고 있다. 현재 금은 경찰이 확보해 안전한 장소에 보관 중이며, 동플랑드르 검찰이 은닉 경위와 합법적 소유자를 조사하고 있다.
벨기에 공영방송 VRT와 BBC 보도에 따르면, 건설 노동자들은 동플랑드르 덴데르몬데의 지하 공사 현장에서 하수관 설치를 위해 기초·지하 벽체를 파고 뚫던 중 벽 안에 숨겨진 금을 발견했다. 발견물은 금괴 49개와 다량의 금화로, 현지 언론이 추산한 가치는 약 900만유로, 미화로는 약 1040만달러 수준이다.
발견 장소와 공사의 성격
사건이 발생한 건물은 현재 사회복지기관인 CAW 오스트플란데런이 소유하고 있다. 이 기관은 생활 곤란자 지원 업무를 수행하며, 해당 부지를 리모델링해 주거·복지 기능에 활용할 계획이었다. 덴데르몬데는 인구 약 4만7000명의 플랑드르 지역 도시로, 발견 장소는 일반적인 대규모 개발 현장이 아니라 지역 복지 목적의 기존 건물 정비 현장이었다.
특히 금이 단순히 땅속에서 우연히 나온 것이 아니라 지하실 벽체 안에 봉인된 상태였다는 점은 수사의 핵심이다. 현장에서는 하수관 매설을 위한 굴착·천공 과정에서 금괴와 금화가 발견됐으며, 이는 누군가가 물리적으로 접근이 어려운 곳에 의도적으로 은닉했을 가능성을 뒷받침한다.
현장에 아르바이트로 투입된 18세 대학생 코베는 처음 금화를 1유로짜리 동전으로 생각했다고 VRT에 밝혔다. 이후 금 덩어리를 보고 사안의 규모를 인식했으며, 현장 관계자들은 즉시 경찰에 신고했다.
‘49개 금괴’보다 중요한 출처
금괴 49개가 모두 통상적인 1kg 금괴라고 단정할 근거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지만, 보도된 전체 가치 900만유로는 현물의 양과 희소성을 가늠하게 한다. 보도상 발견물에는 금괴 외에 대량의 금화도 포함됐다. 따라서 이번 사건의 경제적 핵심은 ‘금괴 수량’보다 금화의 종류·연대·희소성, 금괴의 순도·시리얼 번호·유통 이력 등 감정과 추적을 통해 실소유자를 특정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수사기관은 현재 금이 어떻게 현장에 들어왔는지, 불법적으로 취득·은닉된 자산인지, 범죄수익과 연관됐는지부터 확인하고 있다. 동플랑드르 검찰은 금의 출처와 법률상 소유자가 현 단계에서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고, CAW 측도 사기 등 불법 행위의 결과로 금이 숨겨졌을 수 있다는 점을 공개적으로 언급했다.
이는 보물 발견을 둘러싼 전형적인 민사 분쟁과 다르다. 금이 합법적 자산으로 판명되지 않거나 횡령·탈세·자금세탁 등 범죄와 연계됐다고 드러나면, ‘발견자와 토지 소유자의 분배’라는 일반적 보물 규정 이전에 형사절차와 몰수·환수 문제가 우선할 수 있다.
소유권, 최대 5년의 대기
BBC는 벨기에 법상 정당한 소유자가 발견물을 반환 청구할 수 있는 기간이 5년이라고 전했다. 즉, 금의 원래 소유자 또는 법적 승계인이 이를 입증해 청구할 수 있으며, 이번 발견일을 기준으로 계산하면 최대 1823일 동안 소유권 다툼이 지속될 여지가 있다.
합법적 원소유자가 나타나지 않고, 검찰 수사에서도 범죄 연계가 확인되지 않는 경우에만 ‘숨겨진 보물’에 관한 민사 규칙이 본격 적용될 수 있다. 보도된 법리대로라면 타인의 부동산에서 발견된 보물은 발견자와 부동산 소유자가 나눠 갖는 구조가 가능하다. 이번 사안에서는 공사 노동자 측과 CAW 오스트플란데런이 잠재적 이해관계자가 될 수 있지만, 자동 귀속은 아니다.
CAW 오스트플란데런의 헤이르트 힐라르트는 기관이 최종 소유권을 얻을 경우 매일 마주하는 복지 수요에 대응하는 데 쓰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다만 기관의 공익적 사용 계획은 소유권 판단의 근거가 아니라, 법적 귀속이 확정된 뒤 가능한 자금 활용 방안에 가깝다.
‘금 발견’ 아닌 은닉자산 추적 사건
이번 사건은 148억원 규모의 금이 발견됐다는 흥미로운 화제에 그치지 않는다. 지하 벽체에 숨겨진 고가 현물자산은 기록에 남지 않는 방식으로 부를 보관하거나, 채권자·과세당국·수사기관의 추적을 피하려 했던 흔적일 수 있다. 금괴의 제조사와 각인, 시리얼 번호, 금화의 발행국·연도·유통 경로, 건물 소유권 이전 기록, 과거 거주자 및 사업체의 자금 흐름을 함께 대조해야 실체에 접근할 수 있다.
경찰은 이미 금 전량을 현장에서 옮겨 보관했고, 추가 금을 찾으려는 외부인의 현장 접근을 경고했다. 당국이 현장을 통제하는 이유도 단순 안전 문제뿐 아니라, 증거 훼손과 추가 발견물 유출을 차단하기 위해서다.
결국 이 금의 최종 귀속은 ‘누가 발견했는가’보다 ‘누가 합법적으로 취득했고 왜 벽 속에 숨겼는가’에 의해 결정될 전망이다. 검찰 수사가 불법 자금 은닉의 흔적을 포착할 경우 900만유로짜리 금은 행운의 보물이 아니라, 과거의 범죄·탈세 또는 분쟁 자산을 복원하는 물증이 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