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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테크

[빅테크칼럼] 머스크 "X, 정부 검열 요청 공개" 선언…실제론 정부 삭제 요구에 71% 응했다

“검열은 보이게, 삭제는 그대로?”…머스크 X의 투명성 실험
머스크의 표현의 자유와 X의 현실…정부 삭제 요구 7만건 중 71% 조치
머스크 X, 국가 검열의 흔적 남긴다…그러나 삭제는 계속된다
‘표현의 자유’ X의 딜레마…정부 요청 공개와 높은 준수율

 

[뉴스스페이스=김정영 기자] 일론 머스크는 8월 15일(현지시간) 자신의 소셜 미디어 플랫폼 X가 정부의 콘텐츠 삭제 및 제한 요청을 사용자에게 명확히 공개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그는 이번 조치를 플랫폼에 대한 국가주도 검열과 규제의 ‘보이지 않는 손’을 드러내겠다는 행보로 규정했다. 다만 X가 실제 정부 요청에 응한 비율은 머스크 인수 이후 오히려 높아졌다는 공식 통계와 외부 분석이 있어, 이번 조치가 검열 저항이 아니라 ‘검열의 고지화’에 그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ndtvprofit, news18, cryptobriefing, qz.com에 따르면, 머스크는 15일 X 게시물에서 “정부가 요구하는 모든 검열은 이제 명확하게 공개된다”고 밝혔다. X가 추진하는 ‘Exposing State Censorship(국가 검열 폭로)’ 체계는 정부 부처·기관이 특정 게시물 삭제나 계정 제한을 요구했을 때, 이용자가 요청 주체와 법적 근거 또는 당국의 설명을 확인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X 자체 정책 위반에 따른 조치와 정부 명령에 따른 제한을 구분하겠다는 취지다.

 

‘누가, 왜’ 제한했는지 보이게 한다


현재 이용자는 게시물이 차단되거나 노출이 줄어든 경우, 그것이 X의 내부 운영정책 때문인지 정부·규제기관의 법적 요구 때문인지 즉각 구분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X가 정부 요청의 기관명과 근거를 표시한다면, 최소한 콘텐츠 제한의 책임 소재를 플랫폼과 정부 사이에서 구별할 수 있는 단서가 생긴다.

 

특히 유럽연합(EU), 인도, 튀르키예처럼 플랫폼에 콘텐츠 제한·삭제를 요구할 수 있는 법규와 규제 집행 체계가 상이한 시장에서는 이 같은 표지가 이용자와 언론, 시민단체의 감시 수단으로 작동할 수 있다. 그러나 공개 대상, 게시 시점, 원문 공개 범위, 국가별 비공개 예외, 이의제기 절차 등 핵심 운영 기준은 아직 구체적으로 제시되지 않았다.

 

X는 이미 정기 투명성 보고서를 통해 정부의 정보제공 및 콘텐츠 제한 요구를 집계해 왔고, 삭제 통지서를 수집하는 공개 데이터베이스 루멘(Lumen)에도 관련 자료를 제공해 왔다. 이번 조치의 차별성은 분기·반기 단위의 사후 통계가 아니라, 개별 콘텐츠 제한과 정부 요청의 연결고리를 이용자 화면에서 더 직접적으로 드러내겠다는 데 있다.

 

숫자가 보여주는 ‘준수의 현실’


문제는 X의 실적이다. X가 공개한 2024년 상반기 글로벌 투명성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정부·당국이 낸 콘텐츠 삭제·제한 요청은 7만2703건이었다. X는 이 중 5만1487건에 조치해 전체 조치율은 70.82%에 달했다.

 

국가·권역별로 보면 일본이 4만6648건으로 가장 많은 요청을 냈고 X의 조치율은 79%였다. 튀르키예는 9364건에 대해 68%, 한국은 5889건에 대해 73%, EU는 2458건에 대해 80%의 조치율을 기록했다. ‘기타 국가’의 조치율은 26%로 크게 낮았다. 이는 법적 요청의 형식과 강제력, 현지 사업 리스크, 국가별 규제 환경에 따라 X의 대응이 상당히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X의 정부 요청 대응은 콘텐츠에 국한되지 않는다. 같은 기간 정부의 계정정보 제공 요청은 1만8737건이었고, X는 9897건에서 정보를 제공해 52.82%의 공개율을 기록했다. 미국의 정보 요청은 3329건이었으며 X의 정보 제공률은 76%, EU는 7872건 중 56%였다.

 

‘표현의 자유’ 선언과 높은 이행률


머스크 체제에서 X의 정부 요청 이행률이 과거 트위터보다 높아졌다는 점은 이번 발표의 핵심 모순으로 지적된다. 워싱턴포스트는 X의 2024년 상반기 조치율 71%가 2021년 마지막 보고 기간보다 약 20%포인트 높고, 더 이전 시기의 수준과 비교하면 두 배 이상이라고 분석했다.

 

머스크 인수 직후인 2022년 10월 말부터 2023년 4월 중순까지의 별도 집계에서는 트위터가 정부 삭제 요청의 98.8%에 전부 또는 일부 응한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완전 이행은 808건(83%), 부분 이행은 154건(15.8%)이었고, 거부 사례는 보고되지 않았다. 반면 인수 전 1년간에는 완전 이행 비중이 50%, 부분 이행 비중이 42%였다.

 

2024년 하반기에도 튀르키예 정부의 삭제 요청에 대한 X의 이행률은 약 86%로, 같은 해 상반기 68%보다 상승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는 2024년 하반기 X의 튀르키예 정부 요청 이행률을 85.66%로 집계하며, 사회관계망서비스 기업들이 국가 권력의 표현 제한 요구를 더 적극적으로 견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공개와 검증은 다르다


이번 시스템의 실질적 가치는 결국 ‘공개’의 깊이에 달려 있다. 단순히 “정부 요청에 따라 제한됨”이라는 표지만으로는 요청 문서의 원문, 적용 법률 조항, 이의제기 과정, 제한 범위, 법원 판단, 해당 요청이 실제로 어떤 노출 제한·계정 조치로 이어졌는지를 검증하기 어렵다.

 

더구나 정부 요청 공개와 추천 알고리즘 공개는 별개의 문제다. X는 추천 시스템의 일부 소스 공개와 투명성 강화를 추진해 왔지만, 개별 정부 요청 데이터가 추천 알고리즘 코드에 직접 연동돼 있는 것은 아니라는 분석이 나온다. 즉 이용자는 요청 사실을 알 수 있어도, 그 요청이 특정 게시물의 삭제·지역 차단·검색 제외·추천 배제 등 어떤 기술적 결과를 낳았는지 독립적으로 추적하기는 어렵다.

 

머스크의 발표는 국가가 온라인 발언에 개입하는 과정을 가시화하겠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그러나 70%를 웃도는 글로벌 조치율, 한국의 73% 조치율, 일부 국가에서 80%대 중후반까지 올라간 이행률은 X의 새 정책이 ‘검열을 막는 장치’라기보다 ‘검열이 일어난 사실을 표시하는 장치’가 될 가능성을 보여준다. 투명성이 신뢰로 이어지려면 X는 요청 기관과 법적 근거뿐 아니라 원문·처리 시점·조치 범위·불응 및 이의제기 결과까지 검증 가능한 형태로 제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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