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이종화 기자]
<편집자주> 유튜브, 인스타 등에서 활동하는 인플루언서들이 '협찬을 받지 않았다', '광고가 아니다'라는 사실을 보이기 위해 "내 돈 주고 내가 샀다"라는 뜻의 '내돈내산'이라는 말이 생겼다. 비슷한 말로 "내가 궁금해서 결국 내가 정리했다"는 의미의 '내궁내정'이라고 이 기획코너를 명명한다. 우리 일상속에서 자주 접하는 소소한 얘기거리, 궁금증, 호기심, 용어 등에 대해 정리해보는 코너를 기획했다.
“10만원 중 1만원을 받으세요. 거절하면 둘 다 0원입니다.” 전통 경제학의 답은 단순하다. 1만원은 0원보다 크므로 받아들이는 것이 합리적이다. 그러나 수십 년간 축적된 최후통첩 게임(Ultimatum Game) 실험은 사람들이 돈만 계산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반복해서 보여줬다. 사람들은 낮은 제안을 받아들이는 대신, 자신을 낮게 평가한 상대에게 “그 거래는 성립하지 않는다”고 말하기 위해 자기 몫까지 포기한다.
최후통첩 게임은 단순한 실험이 아니다. 임금협상, 성과급, 플랫폼 수수료, 상속 분쟁, 조직 내 인사 평가, 주주와 경영진의 갈등까지 관통하는 ‘공정성의 가격’을 측정하는 도구다. 돈의 배분은 숫자로 끝나지만, 그 숫자가 만들어지는 과정에는 존중·지위·의도·권력관계가 함께 들어간다.
0원보다 1만원이 낫다는 이론
최후통첩 게임은 독일 경제학자 베르너 귀트(Werner Güth) 등이 1982년 제시한 협상 실험이다. 한 명의 제안자(proposer)는 일정 금액을 자신과 응답자(responder) 사이에 나누는 방안을 제안한다. 응답자가 수락하면 제안대로 돈을 나누지만, 거절하면 양측 모두 아무것도 받지 못한다. 귀트·슈미트베르거·슈바르체의 원 논문은 1982년 Journal of Economic Behavior & Organization에 실렸다.
전통적인 게임이론의 하위게임 완전균형(subgame perfect equilibrium)에 따르면 응답자는 0보다 큰 금액이라면 어떤 제안도 수락해야 한다. 제안자는 이를 예상해 가능한 한 작은 액수만 상대에게 제시한다. 예컨대 10만원을 나눈다면 제안자는 1원, 응답자는 1원을 수락하는 것이 이론적 결론이다.
하지만 이 결론은 ‘상대가 단지 자신의 금전적 효용만 극대화한다’는 매우 강한 전제 위에 서 있다. 응답자가 제안자의 몫과 자신의 몫을 비교하지 않고, “왜 저 사람은 9만원을 가져가려 하는가”라는 의문도 품지 않으며, 거절이 향후 규칙이나 평판에 미치는 영향도 고려하지 않는다는 가정이다. 현실의 인간은 이처럼 계산되지 않는다.
초기 귀트 실험에서 경험이 없는 참가자들의 평균 제안은 전체 몫의 37%였고, 가장 자주 나온 제안은 정확히 절반인 50%였다. 이후 같은 참가자들이 다시 게임을 했을 때 평균 제안은 32%로 낮아졌지만, 여전히 ‘최소 금액’과는 멀었다. 21건 중 5건은 응답자가 거절했다.
데이터가 말하는 공정성의 하한선
37개 논문, 75개 실험 결과를 종합한 오스터베이크·슬로프·반더카일렌의 메타분석은 제안자가 평균적으로 전체 금액의 약 40%를 응답자에게 준다고 집계했다. 전체 제안 중 평균 16%는 거절됐다. 제안액이 클수록 거절률은 낮아졌으며, 응답자의 행동은 지역권별로 차이를 보였다.
여러 연구를 종합하면 전형적 패턴은 더 선명하다. 제안자는 대체로 총액의 40~50%를 제시하고, 응답자는 자신의 몫이 20% 이하인 제안을 자주 거절한다. 2014년까지 약 30년의 실험을 정리한 분석에서도 가중평균 제안 비율은 41.04%였으며, 20% 이하 제안은 흔히 거절되고 20~40% 제안도 적지 않게 거부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중요한 구분을 요구한다. 사람들은 ‘무조건 반반’을 요구하지는 않는다. 제안자는 대체로 자신에게 조금 더 가져가도록 배분하고, 응답자도 40 대 60이나 45 대 55 같은 격차를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불평등 자체보다 불평등이 특정 수준을 넘을 때다. 90 대 10의 분배는 단순히 적은 돈을 주는 행위가 아니라, 응답자에게 “당신의 몫은 이 정도면 충분하다”는 지위 판정처럼 읽힌다.
그래서 최후통첩 게임에서 거절은 단순한 손해가 아니다. 응답자는 자신의 금전적 몫을 포기하는 대신 제안자에게도 대가를 치르게 한다. 경제학에서는 이를 ‘비용을 감수하는 처벌(costly punishment)’ 또는 부정적 상호성(negative reciprocity)으로 해석한다. 불공정한 상대가 이익을 얻는 장면을 방치하지 않겠다는 선택이다.
사람들은 금액보다 ‘의도’를 본다
같은 1만원이라도 누가, 어떤 선택지 속에서, 어떤 의도로 제시했는지에 따라 반응은 달라진다. 2012년 PLOS ONE 연구는 제안자가 공정한 대안도 있었는데 불공정한 안을 의도적으로 택한 경우, 컴퓨터가 자동으로 불공정한 제안을 골랐거나 제안자가 통제할 수 없었던 경우보다 거절률이 높았다고 보고했다. 제안자의 통제력이 완전한 조건에서의 거절률은 33.2%였고, 컴퓨터가 선택한 조건에서는 30.5%였다.
이 차이는 작아 보이지만, 최후통첩 게임의 본질을 보여준다. 응답자가 거절하는 대상은 1만원이라는 결과만이 아니라 ‘나를 1만원짜리로 대우하기로 한 선택’이다. 동일한 배분이라도 사고나 제도적 제약의 결과라면 불만은 줄어들 수 있지만, 상대가 더 공정한 대안을 두고도 일방적으로 탐욕을 선택했다면 분노는 커진다.
신경경제학 연구도 이를 뒷받침한다. 샌피(Sanfey) 연구진이 2003년 Science에 발표한 기능성 자기공명영상(fMRI) 실험에서 불공정 제안은 전측섬엽(anterior insula), 배외측 전전두피질(DLPFC), 전대상피질(ACC) 등의 활동을 높였다. 특히 거절된 불공정 제안에서 전측섬엽의 활성도가 더 높게 관찰됐다. 전측섬엽은 혐오감·불쾌감 같은 정서적 반응과 관련된 영역으로 알려져 있다.
이 연구에서 응답자들은 인간이 제시한 불공정한 제안을 컴퓨터가 제시한 동일 금액의 제안보다 더 자주 거절했다. 인간에게서 받은 9 대 1, 8 대 2 식의 불균형 제안은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사회적 메시지였기 때문이다. “돈을 받느냐”의 문제가 “나를 누가 어떻게 대했느냐”의 문제로 바뀌는 순간이다.
문화는 ‘공정함’을 하나로 만들지 않는다
‘모든 인간은 반반을 원한다’는 단정도 데이터 앞에서는 조심해야 한다. 조지프 헨리치(Joseph Henrich) 등의 문화권 비교 연구는 최후통첩 게임이 보편적인 인간 본성을 보여주는 동시에, 그 본성이 사회적 환경에 의해 어떻게 조형되는지 드러낸다고 지적한다.
페루 아마존의 마치겡가(Machiguenga) 집단 사례는 특히 유명하다. 이 집단에서 제안자의 평균 제안 비율은 26%였고, 20% 미만의 낮은 제안도 거의 수락됐다. 해당 표본에서 21건의 제안 가운데 10건이 20% 미만이었지만 전체 거절은 1건에 그쳤다. 같은 연구가 비교한 로스앤젤레스의 평균 제안은 48%, 인도네시아 욕야카르타 고액 조건은 44%였다.
반대로 인도네시아 라멜라라(Lamalera) 공동체에서는 평균 제안이 57~58%였고, 일부 실험에서는 응답자가 자신에게 50%를 넘게 주는 ‘과도하게 공정한’ 제안마저 거절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얼핏 비합리적으로 보이지만, 연구자들은 이러한 현상을 공동체의 교환 관행, 의무와 호혜성의 규칙, 예기치 않은 큰 선물이 미래의 부담이나 관계적 빚으로 해석될 가능성 등과 함께 읽어야 한다고 본다.
따라서 “평등을 중시하는 사회는 무조건 낮은 제안을 더 거절하고, 위계적인 사회는 불공정한 제안을 수용한다”는 식의 이분법은 지나치게 단순하다. 대규모 국가 간 메타분석도 제안자보다 응답자 쪽의 지역별 차이가 더 크게 나타났다고 봤지만, 그 차이를 호프스테드식 문화지표나 잉글하트식 문화분류만으로 일관되게 설명하기는 어렵다고 결론 내렸다.
공정성은 하나의 고정된 숫자가 아니라 사회가 훈련한 해석 체계에 가깝다. 어떤 공동체에서는 균등 분배가 존중의 상징이지만, 다른 공동체에서는 역할·기여·위험 부담·관계의 지속성에 따른 차등 분배가 더 정당한 것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10만원이 1억원이 되면 달라질까
“판돈이 커지면 사람들은 불공정해도 결국 받아들이지 않을까”라는 질문도 최후통첩 게임의 핵심 쟁점이다. 답은 단순하지 않다.
2011년 인도에서 판돈을 20루피부터 2만 루피까지 1000배로 바꿔 실험한 연구는, 같은 비율의 불공정 제안이라도 고액일수록 거절 가능성이 유의하게 낮아졌다고 보고했다. 특히 2만 루피 조건의 거절 빈도는 20루피 조건보다 유의하게 낮았다. 거절로 포기해야 할 절대금액이 커질수록 ‘공정성의 가격’도 올라간다는 의미다.
다만 판돈이 커지면 제안자가 더 인색해진다는 주장은 일관되게 확인되지 않았다. 31개 연구와 총 3233명의 참가자를 통합한 2019년 메타분석은 판돈 크기가 최후통첩 게임의 제안액에 미치는 효과가 사실상 거의 없다고 평가했다.
이 지점은 현실의 노사협상이나 기업 지배구조 갈등과 닮아 있다. 제안자가 보상·배당·퇴직 조건을 ‘형식적으로는 플러스’인 수준에 맞춰 제시해도, 상대방은 절대액보다 상대적 배분과 절차적 정당성을 본다. 특히 당사자가 “더 나은 대안이 있었는데도 상대가 의도적으로 나를 배제했다”고 판단하면, 손해를 감수한 반발은 오히려 합리적인 장기 전략이 될 수 있다. 한 번 불공정한 거래를 용인하면 다음 거래의 기준선 자체가 낮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 사회에 던지는 질문
국내 연구에서도 연령과 사회화 과정이 최후통첩 게임의 반응을 바꾼다는 결과가 확인된다. 한국 아동·청소년·대학생을 비교한 연구에서는 참가자들의 제안 비율이 전체 금액의 39~43% 범위였고, 중학생 집단의 거절률은 초등학생 및 대학생 집단보다 두 배 이상 높았다. 연구진은 평균 제안액에서 세 집단 간 유의미한 차이는 찾지 못했지만, 불공정함을 받아들이는 문턱은 발달 단계별로 달랐다고 분석했다.
이는 공정성 감각이 타고난 본능 하나로만 설명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학교, 또래집단, 경쟁 경험, 조직 문화, 성과평가, 권위와 협업의 경험이 ‘얼마나 불공정하면 거절할 것인가’라는 개인의 기준선을 만든다.
최후통첩 게임은 “사람들이 비합리적이라서 돈을 버린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오히려 인간이 단기 현금흐름 외에도 존엄, 상호성, 규칙의 신뢰성, 향후 협상의 기준을 함께 계산한다는 증거다. 1만원을 거절하는 사람은 단지 1만원을 버리는 것이 아니라, 9만원을 독점하려는 상대에게 “이 배분을 정상으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비용 청구서를 내미는 셈이다.
기업 경영과 조직 운영의 관점에서도 메시지는 분명하다. 보상안의 액수만 높이면 갈등이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누가 어떤 절차로 배분을 결정했는지, 기여와 위험을 어떻게 평가했는지, 더 공정한 대안이 있었는지가 구성원의 수용 여부를 좌우한다. 최후통첩 게임에서 가장 비싼 것은 종종 돈이 아니라, 공정하다고 믿을 수 있는 관계의 붕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