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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항공

[내궁내정] '머리가 잘려도 움직이는 몸' 모자이크 방어, 재래식 전력 우열 뒤집다…이란이 ‘수뇌부 참수’ 뒤에도 싸울 수 있게 설계된 까닭

 

[뉴스스페이스=이승원 기자]


<편집자주> 유튜브, 인스타 등에서 활동하는 인플루언서들이 '협찬을 받지 않았다', '광고가 아니다'라는 사실을 보이기 위해 "내 돈 주고 내가 샀다"라는 뜻의 '내돈내산'이라는 말이 생겼다. 비슷한 말로 "내가 궁금해서 결국 내가 정리했다"는 의미의 '내궁내정'이라고 이 기획코너를 명명한다. 우리 일상속에서 자주 접하는 소소한 얘기거리, 궁금증, 호기심, 용어 등에 대해 정리해보는 코너를 기획했다.

 

 

미국의 2003년 이라크 침공은 이란에 하나의 냉혹한 교훈을 남겼다. 수도와 최고지휘부를 겨냥한 정밀타격이 성공하면, 병력과 장비가 남아 있어도 국가의 전쟁 수행 체계는 짧은 시간에 멈출 수 있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의 ‘모자이크 방어’는 이 취약점을 역으로 설계한 분산형 생존 교리다. 핵심은 한 장의 거대한 그림을 수천 개 타일로 나누듯, 지휘·정보·동원·보급·지역 방어를 다수의 지역 단위에 분배하는 데 있다.

 

washingtoninstitute.org, cfc.forces.gc, en.wikipedia, jomswsge, jiss.org, ndtv, thehill에 따르면, 이란의 모자이크 방어(defā’-e mozā’iki)는 군사기술의 이름이라기보다 '실패를 견디는 조직의 이름'이다.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는 2005년 이 개념을 유연하고 다층적인 방어 교리로 공표했고, 당시 IRGC 전략센터장이던 모하마드 알리 자파리(Mohammad Ali Jafari)가 설계를 주도했다. 출발점은 압도적 화력의 상대를 정면에서 이긴다는 발상이 아니었다. 핵심 질문인 “중앙이 맞아도, 조직은 다음 날 아침에 어떻게 작동하는가”라는 소박하고도 냉혹함에서 출발한다.

 

2010년 미 평화연구소(USIP)의 Iran Primer는 테헤란시 1개와 30개 주 단위의 31개 사령부로 설명했다. 반면 워싱턴연구소의 2020년 연구는 테헤란시와 테헤란주를 분리해 32개 주둔 근위대 조직으로 집계했다. 따라서 ‘31개 주에 대응하는 지역 분산 구조’라는 교리의 본질은 분명하지만, 실제 조직도에서는 테헤란을 어떻게 분리·산정하느냐에 따라 31개 또는 32개라는 숫자가 병존한다.

 

이라크의 붕괴가 만든 교리


모자이크 방어는 단순히 군부의 전술 교본이 아니라, 이란 정권이 체제 생존을 위해 만든 국가 운영 방식에 가깝다. 2001년 아프가니스탄 전쟁과 2003년 이라크 전쟁 뒤, 이란은 동쪽과 서쪽에서 각각 미군의 군사적 존재를 마주하게 됐다. 이란 입장에서는 탈레반과 사담 후세인 정권이라는 기존의 국경 위협은 사라졌지만, 훨씬 압도적인 군사력을 가진 미국이 양쪽 인접 지역에 들어선 셈이었다.

 

특히 이란 전략가들이 주목한 것은 사담 후세인 체제의 중앙집권적 지휘 구조였다. 워싱턴연구소의 사이드 골카르 연구원은 이란 측이 미군의 이라크 진격에서 “고밀도 인구지역을 우회해 바그다드로 신속히 접근하고 적의 저항을 붕괴시키는 방식”을 관찰했다고 분석했다. 이란군은 미군과의 재래식 정면전에서 우위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판단했고, 지리·전략적 종심·병력 동원력·상대의 인명피해 민감성을 결합한 소모전 모델로 방향을 틀었다.

 

2005년 IRGC는 유연하고 다층적인 방어 구조를 교리에 넣겠다고 공개했고, 당시 IRGC 전략센터 책임자였던 모하마드 알리 자파리가 이를 주도했다. 자파리는 2007년 IRGC 총사령관에 임명됐고, 2008년부터 주 단위 근위대 체계로 조직 개편을 실행했다. 즉, 2005년은 교리의 공식화 시점이고, 2008년은 이를 조직으로 구현한 전환점으로 보는 편이 정확하다.

 

‘31개 타일’의 작동 원리


모자이크 방어의 기본 명제는 단순하다. 하나의 중앙사령부가 무너지면 모든 부대가 멈추는 ‘시계 구조’가 아니라, 일부 타일이 깨져도 전체 그림이 남는 ‘모자이크 구조’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각 지역 지휘부는 평시에는 최고지도자와 IRGC 중앙지휘부의 통제를 받지만, 전시에는 사전에 부여된 지침과 권한에 따라 독자적으로 방어·동원·치안 임무를 수행하도록 설계됐다.

 

USIP에 따르면 바시즈(Basij)는 IRGC 산하 자원 준군사조직으로, 거의 모든 도시와 마을에 지부를 두며, 도시 내부도 저항 지역·구역·기지·그룹·소규모 세포로 세분한다. 이 조직은 외부 침공 대응뿐 아니라 국내 치안, 동원, 정치·사회적 통제와도 연결돼 있다. 따라서 ‘국경 방어 교리’만으로 읽으면 교리의 절반을 놓친다.

 

이 구조에서 주둔 근위대는 단순한 보병 지역사령부가 아니다. 군사 지휘, 방첩, 최고지도자 대표실을 축으로 하며, 예산·훈련·보급·법무·정보·사이버·홍보·사회·문화 부문까지 포괄하는 지역 국가기구에 가깝다. 골카르의 조사에 따르면 이란은 437개 카운티에 502개의 IRGC-바시지 지역을 만들었고, 3915개 도시·농촌 행정권역에 8823개 IRGC-바시지 지구를 조성했다.

 

모자이크라는 말은 이 때문에 군사적 은유를 넘어선다. 군대만 쪼개 놓은 것이 아니라, 주민 조직·종교시설·학교·직업단체·지역 정보를 하나의 안보 네트워크로 엮는 방식이다. 2020년 기준으로 IRGC는 바시지 기지 5만4000개를 관리했고, 이 가운데 2만3000개는 모스크에 설치돼 있었다. 바시지는 별도로 약 4만개의 직능별 조직과 10만5000개 학교에 걸친 6만개의 학생 단위를 운영한 것으로 조사됐다.

 

군사 교리이자 내부 통치 장치


이란 모자이크 방어를 외부 침공 대응용 교리로만 규정하면 절반만 보게 된다. 이 구조는 외적을 막기 위한 영토방위 체계이면서, 대규모 시위·민족 갈등·국경 지역 반군 활동 등 이란 정권이 ‘연성 위협’ 또는 ‘반강성 위협’으로 분류하는 국내 위기에 대응하는 통치 인프라이기도 하다.

 

바시지는 2009년 녹색운동 이후 모자이크 방어의 주 단위 안보 구조에 본격적으로 결합됐다. 워싱턴연구소는 바시지 산하 이맘 호세인 대대가 이란 31개 주에 걸쳐 약 500개 운용되며, 도시전과 핵·생물·화학 환경 관련 훈련을 포함한 전문화를 확대해 왔다고 분석했다. 이 조직의 임무는 외국 침공 때 IRGC를 보조하는 일뿐 아니라, 국내 소요를 진압하는 데도 놓여 있다.

 

이 점은 모자이크 방어의 철학적 역설을 보여준다. 분산은 보통 자유와 자율의 언어로 이해되지만, 이란의 경우 분산은 지역사회의 자발성을 넓히기 위한 장치라기보다 중앙 정권이 사회의 가장 낮은 단위까지 침투하기 위한 방법이다. 중앙의 명령을 기다리지 않고 작동할 수 있는 지역 조직을 만든다는 것은, 위기 시 국가의 회복력을 높이는 동시에 일상에서는 감시와 동원의 밀도를 높이는 일이기도 하다.

 

 

기술 열세를 ‘시간’으로 바꾸다


이란의 모자이크 방어는 첨단 무기 경쟁에서 상대적으로 불리한 국가가 어떤 방식으로 전쟁의 규칙을 바꾸려 하는지를 보여준다. 재래식 전력의 우열을 단번에 뒤집기보다, 상대가 신속한 승리를 얻지 못하게 만들어 정치·경제·심리적 비용을 축적시키는 전략이다. 

 

USIP의 군사교리 분석은 이란이 미국 같은 기술 우위의 적을 상대로 재래식 일대일 승부를 피하고, 적의 위험과 비용을 키우는 억지 기반 소모전을 선택했다고 평가했다. 이란이 활용하려는 자산은 병력, 국토 종심, 산악 지형, 도시 공간, 지역 동원망, 그리고 상대의 인명피해 회피 성향이다.

 

이란은 국토 면적 약 163만㎢, 인구 약 8730만명 규모의 산악·건조 국가다. 국경 주변 산악지대와 넓은 내륙, 분산된 인구 및 교통 축은 침공군의 보급선을 길게 만들고 지역 단위의 매복·교란에 유리한 조건을 제공한다.

 

호르무즈 해협도 같은 사고방식의 바다 버전이다. USIP 분석에 따르면 해협의 가장 좁은 곳은 약 29해리이며, 이란은 기뢰, 대함미사일, 소형 고속정, 잠수정 등을 통해 압도적 해군과 정면승부하기보다 접근 자체의 비용을 높이는 비대칭 해양전 개념을 발전시켰다. 해협은 세계 석유 공급의 최대 30%를 일시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전략적 요충지로 거론돼 왔지만, 봉쇄가 이란 경제에도 막대한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실제 봉쇄는 이란에도 고비용 선택지다.

 

국방비 수치도 이 선택의 경제적 배경을 드러낸다.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는 2024년 이란의 군사비를 79억달러로 추산했다. 이는 전년보다 실질 기준 10% 줄어든 수치다. 같은 해 사우디아라비아는 803억달러, 이스라엘은 465억달러를 지출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란이 고가의 플랫폼 경쟁보다 미사일·무인기·지역 동원·분산 배치·비정규전 능력에 더 큰 전략적 비중을 두는 것은 군사적 취향이 아니라 자원 제약 아래의 선택으로 읽힌다.

 

강점은 생존, 약점은 통제


모자이크 방어의 가장 큰 장점은 ‘참수 타격’의 효과를 낮춘다는 데 있다. 최고지도부, 수도의 통신망, 핵심 사령부가 공격받아도 지역 지휘관과 바시지 조직이 사전에 정해진 방어 임무를 이어갈 수 있다. 적 입장에서는 하나의 목표를 파괴해 전쟁을 끝내는 대신, 수많은 소규모 거점을 발견하고 제압해야 하는 장기전에 빠질 위험이 커진다.

 

하지만 분산은 곧바로 전투력의 증대와 동의어는 아니다. 지역 단위가 살아남더라도 대규모 화력을 한 방향으로 집중하거나, 외교적 출구에 맞춰 전투를 멈추게 하거나, 오폭과 오판을 막는 능력은 약해질 수 있다. 특히 미사일·드론·방공처럼 발사 권한과 표적 식별의 정확한 통제가 필요한 분야에서는 자율성이 억지력을 넘어 우발적 확전의 위험이 될 수 있다.

 

USIP는 이미 2010년 IRGC의 지휘 분산이 페르시아만에서 의도치 않은 확전을 낳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 지역 지휘부의 오판, 통신 단절, 적대행위의 잘못된 해석이 중앙의 정치적 계산보다 먼저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모자이크 방어의 본질적 딜레마다. 살아남는 군대와 통제되는 군대는 항상 같은 군대가 아니다. 중앙을 잃어도 싸울 수 있는 조직은 쉽게 무너지지 않지만, 정전·협상·후퇴라는 정치적 결정을 현장까지 일관되게 관철하기도 어려워진다.

 

모자이크는 전쟁의 ‘종결’보다 ‘지속’을 설계한다


이란의 모자이크 방어는 승리를 단기간의 점령이나 압도적 화력으로 정의하지 않는다. 이 교리가 겨냥하는 것은 적의 결심을 약화시키는 것, 다시 말해 상대가 “더 싸울 가치가 없다”고 판단할 때까지 전쟁의 비용을 지속적으로 올리는 것이다. 그래서 이란의 전략 언어에서 중요한 단어는 정복보다 억지, 섬멸보다 생존, 전진보다 지속성이다.

 

문화적으로도 ‘모자이크’라는 명명은 흥미롭다. 종교적 상징 대신 여러 조각이 모여 하나의 이미지를 이루는 예술 형식을 차용했다는 점에서, 이 교리는 국가의 방어를 탱크나 전투기 같은 단일 무기체계가 아니라 사람·도시·산악지대·모스크·통신망·민병대·심리전·해상 교란의 결합체로 본다. 한 조각은 약해도, 전체를 지우려면 모든 조각을 제거해야 한다는 계산이다.

 

온라인에서 가장 매력적인 비유는 ‘머리가 잘려도 움직이는 몸’이지만, 실제 조직은 머리 없는 몸이 아니다. 모자이크 방어의 역사적 핵심은 중앙을 지우는 것이 아니라, 중앙이 상처를 입어도 아래 조직이 일정 기간 작동하게 하는 데 있다. 그 차이를 무시하면 분석은 선전이나 공포 마케팅으로 미끄러진다.

 

그러나 이 교리가 증명하는 것은 이란의 무적성이 아니다. 분산은 목표물 제거를 어렵게 만들지만, 낡은 항공전력, 제한된 통합 방공능력, 재고와 생산기반의 취약성, 정규군과 IRGC 사이의 제도적 경쟁을 해결하지는 못한다. 모자이크 방어는 ‘결정적 패배를 피하는’ 장치이지, 모든 전장에서 승리하게 하는 만능 방패가 아니다.

 

결국 이란의 모자이크 방어는 21세기 전쟁에서 가장 불편한 질문을 던진다. 적의 수도를 마비시키고 수뇌부를 제거하면 전쟁은 끝나는가. 이란의 답은 “아니다”에 가깝다. 국가가 전쟁 능력을 하나의 중심이 아닌 수많은 지역·사회·조직의 연결망에 심어 놓았다면, 참수 타격은 승리의 시작일 수는 있어도 종결의 보장은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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