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이승원 기자] 알파벳이 2015년 스페이스X에 투입한 9억달러가 약 10년 만에 942억달러 규모의 지분가치로 불어나면서, 비상장 단계의 전략적 투자가 상장 뒤 얼마나 큰 기업가치로 전환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 사례가 됐다.
9억달러가 942억달러로
reuters, storyboard18, watcher.guru, ndtvprofit의 보도와 알파벳·스페이스X 관련 분기 공시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알파벳은 6월 말 기준 스페이스X 주식 5억5,120만주를 보유했다. 6월 30일 종가인 주당 170.86달러를 적용하면 지분가치는 942억달러에 달한다. 2015년 구글이 스페이스X에 투자했다고 밝힌 9억달러와 비교하면 약 104.7배, 단순 평가차익만 약 933억달러다.
알파벳의 투자는 처음부터 순수한 재무투자만은 아니었다. 2015년 당시 스페이스X는 구글과 피델리티로부터 합산 약 10억달러를 유치했으며, 두 투자자는 스페이스X 지분 약 10% 미만을 공동 보유하게 됐다. 당시 자금은 우주수송·재사용 로켓·위성 제조 연구에 쓰일 예정이었고, 구글에는 위성 인터넷 인프라 확대라는 전략적 동기도 있었다.
이번 수익률이 특히 주목받는 이유는 취득 원가가 외부에 알려진 대규모 초기 투자라는 데 있다. 다수의 비상장 투자 수익은 투자단가와 후속 희석, 매각 조건이 공개되지 않아 검증이 어렵다. 반면 알파벳의 사례는 초기 투자금과 상장 후 시장가치를 비교할 수 있어, 대형 기술기업의 장기 전략투자가 만든 결과를 수치로 확인할 수 있는 드문 사례가 됐다.
IPO가 바꾼 ‘보이지 않던’ 가치
스페이스X는 6월 11일 클래스A 보통주 5억5,555만5,555주를 주당 135달러에 공모한다고 발표했고, 6월 12일부터 나스닥과 나스닥 텍사스에서 ‘SPCX’ 종목명으로 거래를 시작했다. 공모 규모만 750억달러에 이르는 기록적 거래였다.
상장은 알파벳 지분을 새로 만들어낸 사건이라기보다, 오랜 기간 비상장 장부에 묶여 있던 지분가치를 일일 시장가격으로 측정하게 만든 사건에 가깝다. 스페이스X의 6월 말 주가가 170.86달러까지 오르면서 알파벳의 지분가치는 942억달러로 산정됐지만, 로이터 보도 시점인 8월 14일 종가 141.29달러 기준으로는 약 779억달러까지 낮아졌다. 그럼에도 최초 투자금의 약 86.5배 수준이다.
즉 ‘100배 수익’은 확정된 매각수익이 아니라 특정 기준일의 시가 평가 결과다. 지분가치는 스페이스X 주가에 따라 크게 움직이며, 매도 제한과 거래 유동성까지 감안해야 실제 회수 가능 가치를 판단할 수 있다.
기관 보유는 소수에게 집중
공시상 스페이스X의 기관 보유 지분은 알파벳을 정점으로 극도로 집중돼 있다. 알파벳 다음으로 피델리티가 3억260만주, 기가펀드 매니지먼트가 1억7,180만주, 베일리 기포드가 5,140만주, 블랙록이 5,100만주를 각각 보유한 것으로 집계됐다.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PIF)도 1억5,410만주를 보유했으며, 6월 말 가격 기준 가치는 263억달러였다.
로이터 집계에 따르면 알파벳·피델리티·기가펀드·베일리 기포드·블랙록 등 상위 5개 공시 보유자는 보고된 스페이스X 주식의 약 4분의 3을 차지한다. 이는 상장 이후에도 주식의 상당 부분이 장기 초기 투자자와 대형 기관에 집중돼 있음을 뜻한다.
하지만 13F 자료만으로 지분의 성격을 단정하기는 어렵다. 인터랙티브 브로커스의 스티브 소스닉 시장전략가는 로이터에 “어떤 기관이 IPO 이전 주식을 보유했는지 가려내기 매우 어렵다”고 지적했다. 13F는 분기 말 보유분을 사후적으로 보여줄 뿐, 각 보유분의 취득 시점, 보호예수 조건, 매도 계획을 직접 공개하지 않는다.
‘장부상 대박’과 지배구조의 거리
알파벳의 942억달러 지분은 기업가치 측면에서 압도적이지만, 스페이스X의 경영권 또는 지배력 이동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로이터가 인용한 스페이스X 규제 공시에 따르면 일론 머스크는 스페이스X 지분 48.4%를 보유하고 있다.
이 구조는 스페이스X가 자본시장에서 대규모 공모를 거쳤더라도, 창업자 중심의 통제력과 초기 장기 투자자 중심의 자본구조를 상당 부분 유지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특히 알파벳의 지분은 재무적으로는 거대하지만, 투자자가 실제로 어느 정도의 의결권을 갖는지, 클래스별 주식 구조가 어떠한지, 보호예수 해제 후 어떤 물량이 시장에 나올지는 별도의 공시 분석이 필요하다.
알파벳 입장에서는 스페이스X 지분이 단순 포트폴리오 수익을 넘어 전략자산으로 작동할 여지도 있다. 스페이스X는 상장 직전 알파벳 구글과 다년간 클라우드 서비스 계약을 맺었다. 위성통신·우주 인프라·클라우드·AI의 결합이 진전될수록 양사의 지분 관계와 사업 협력은 규제기관과 투자자 모두가 주목할 사안이 될 수 있다.
시장의 다음 시험대
스페이스X 주가는 8월 14일 141.29달러로 공모가 135달러보다 4.7% 높았지만, 6월 30일 종가보다는 17.3% 낮았다. 최근 주가의 흐름은 초기 상장 기대감만으로 설명하기 어렵고, 보호예수 해제와 기존 투자자의 매도 가능성을 시장이 어떻게 소화하는지에 좌우되고 있다.
개인투자자 수급도 변곡점 조짐을 보인다. 반다 리서치에 따르면 개인투자자들은 IPO 이후 처음으로 특정 금요일에 순매도로 전환해 450만달러를 순매도했다. 다만 첫 보호예수 만료가 대규모 매도로 이어지지 않았다는 안도감 속에 스페이스X 주가는 8월 5일 이후 30%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알파벳의 ‘100배 투자’는 사상급 장기 투자 성공으로 기록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향후 투자자들이 더 면밀히 따져야 할 지점은 평가액 942억달러 자체가 아니라, 알파벳의 매도 가능 시점과 실제 처분 여부, 스페이스X의 상장 후 실적·현금흐름, 그리고 소수 기관에 집중된 지분이 주가와 기업지배구조에 미칠 영향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