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김희선 기자]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이 2026년 상반기 455억8000만원의 보수를 받아 주요 그룹 총수 가운데 가장 많은 보수를 기록했다.
다만 이 가운데 약 82%는 당해 현금 급여가 아니라 2023년 부여된 양도제한조건부주식(RSU)의 지급에 따라 반기보고서상 주식기준보상으로 반영된 375억9000만원이다. 이번 보수 순위는 급여·단기성과급뿐 아니라, 과거 부여된 장기 주식보상과 지급 시점의 주가 수준이 크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박정원 보수의 핵심은 RSU
㈜두산 반기보고서 기준 박 회장의 상반기 보수는 급여 18억2000만원, 단기성과급 61억7000만원, RSU 375억9000만원으로 구성됐다. 급여와 단기성과급을 더한 현금성 보수는 79억9000만원인 반면, RSU 평가액이 전체의 82.5%를 차지했다.
이번에 반영된 RSU는 2023년 부여된 ㈜두산 주식 3만2266주다. 부여 당시 기준 주가 8만8016원을 적용한 가치는 약 28억4000만원이었으나, 실제 지급 시점인 2026년 2월 주가가 주당 약 116만5000원까지 오르면서 평가액이 375억9000만원으로 늘었다. 주가 기준으로 약 13.2배, 평가액으로는 약 347억5000만원 증가한 셈이다.
따라서 ‘455억8000만원’이라는 공시 보수는 올해 상반기에 새로 확정된 현금 보상만을 뜻하지 않는다. 2023년 부여된 장기 주식보상이 2026년 지급 시점의 주가 수준을 반영해 보수로 계상된 결과라는 점이다.
주식연계 보상이 만든 격차
2위 구자은 LS그룹 회장도 주식연계 보상이 총보수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구 회장은 총보수 14억9600만원, 상여 44억4700만원, 주식가치연계현금 73억5900만원 등 총 133억300만원을 받았다. 주식가치연계현금은 전체의 약 55.3%다.
LS는 2023년 4월 구 회장에게 RSU 2만7340주를 부여했고, 올해 4월 주식 대신 현금으로 지급했다. 공시에 따르면 이 금액은 지급 시점 직전 1개월 평균 종가와 배당상당액 등을 반영해 산정됐다. 즉 박 회장의 보수가 실물 주식의 지급 시점 평가액 급등에 의해 확대됐다면, 구 회장의 보수는 주가와 배당을 연동한 현금결제형 장기보상에 의해 커진 구조다.
박 회장과 구 회장의 사례는 총수 보수 공시를 읽을 때 급여·단기성과급·장기주식보상을 분리해야 하는 이유를 보여준다. 장기 주식보상은 경영진이 기업가치 상승의 과실을 공유하도록 설계될 수 있지만, 지급 시점의 주가 변동이 보수 수치를 크게 왜곡하거나 증폭시킬 수 있다.
100억원대 총수 보수
상반기 주요 그룹 총수 보수는 박 회장과 구 회장에 이어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순으로 집계됐다. 김 회장은 5개 계열사에서 115억8000만원을, 신 회장은 공시가 확인된 6개 계열사에서 112억2700만원을 받았다.
김승연 회장의 보수는 ㈜한화 25억2000만원, 한화솔루션 16억8000만원, 한화에어로스페이스 25억2000만원, 한화시스템 25억2000만원, 한화비전 23억4000만원으로 구성됐다. 계열사 겸직에 따른 보수 합산 구조가 금액을 키운 사례다.
신 회장은 롯데지주에서 32억5700만원, 롯데쇼핑에서 33억3000만원을 받는 등 6개 계열사 보수를 합산해 112억2700만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98억8100만원보다 약 13.6% 증가한 수준이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CJ와 CJ제일제당에서 93억400만원을 수령해 전년 동기보다 9500만원, 약 1.0% 늘었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대한항공과 한진칼에서 각각 53억8300만원, 36억7000만원을 받아 총 90억5300만원을 기록했다.
4대 그룹은 다른 흐름
4대 그룹 총수 중에서는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48억3000만원으로 가장 많았고,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45억원,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약 17억5000만원을 받았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2017년 이후 보수를 받지 않는 무보수 경영을 유지하고 있다.
이는 총수 보수 비교에서 ‘개인별 보수’만으로 경영 보상 수준을 단정하기 어렵다는 점을 시사한다. 동일한 총수라도 계열사 겸직 범위, 주식보상 제도, 지급 시점, 무보수 방침, 배당 및 지분가치가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특히 상장사 반기보고서에 나타난 보수는 공시 대상 계열사의 보수를 합산한 수치인 만큼, 비상장 계열사 보수나 지분 보유에 따른 배당·평가차익과는 구분해야 한다.
공시가 던진 지배구조 과제
올해 상반기 총수 보수의 가장 큰 특징은 ‘성과 보상’의 이름 아래 장기주식보상과 주가 상승분이 한꺼번에 보수로 잡혔다는 점이다. 박 회장의 경우 28억4000만원 규모였던 RSU가 3년 만에 375억9000만원으로 평가돼, 일반 급여와 성과급 합계의 약 4.7배에 이르렀다.
주식기준 보상은 경영진과 주주의 이해관계를 결속하는 장치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주가 상승이 사업 실적, 시장 환경, 산업 기대감, 자산가치 재평가 등 복합 요인에서 비롯되는 만큼, 주주와 시장은 단순 총액보다 보상 설계의 근거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부여 당시의 성과조건, 재직조건, 주가연동 방식, 희석 가능성, 지급 후 처분 제한, 이사회 보수위원회의 검증 과정이 함께 공개돼야 보상의 정당성을 평가할 수 있다.
이번 반기 공시는 재계 ‘연봉 1위’ 경쟁의 숫자보다 더 중요한 질문을 남긴다. 455억8000만원이라는 결과를 만든 것은 올해의 급여 인상이 아니라 장기보상 설계와 3년간의 주가 상승이었다. 총수 보수 공시는 단순한 연봉 순위를 넘어, 이사회가 장기보상의 성과·재직 조건을 어떻게 설계하고 주주에게 어떤 수준까지 설명하는지를 평가하는 지배구조 정보로 활용될 수 있다.
한편 위 순위는 ‘국내 그룹 총수 전체 순위’라기보다는 ‘주요 상장사 반기보고서에서 확인된 그룹 총수 보수 기준’으로 봐야한다. 비상장 계열사, 공시 범위 밖 회사, 등기임원 여부에 따라 집계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