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9.10 (목)

  • 흐림동두천 16.7℃
  • 흐림강릉 17.0℃
  • 흐림서울 18.1℃
  • 흐림대전 20.0℃
  • 구름많음대구 19.6℃
  • 구름많음울산 21.8℃
  • 구름많음광주 22.2℃
  • 맑음부산 23.8℃
  • 구름많음고창 20.4℃
  • 구름많음제주 24.2℃
  • 흐림강화 16.8℃
  • 구름많음보은 16.7℃
  • 흐림금산 19.0℃
  • 맑음강진군 22.3℃
  • 구름많음경주시 21.5℃
  • 구름많음거제 21.4℃
기상청 제공

빅테크

[빅테크칼럼] 사람의 손동작이 ‘원료’가 됐다…휴머노이드 로봇 시대가 만든 신종 긱 이코노미

 

[뉴스스페이스=김정영 기자] 휴머노이드 로봇 경쟁이 본격화하면서, 빨래 개기·설거지·요리·부품 조립 같은 일상 노동이 로봇 AI의 훈련 데이터로 거래되는 시장이 빠르게 커지고 있다. 그러나 이 산업의 핵심 자산인 ‘인간의 행동 데이터’가 저임금 국가의 노동력과 사적 생활공간에 기대고 있다는 점에서, 데이터 소유권·보상·개인정보 보호를 둘러싼 새로운 규제 공백도 드러나고 있다.

 

AI 기업들, 웨어러블 카메라로 로봇 훈련시킬 긱 워커 수천 명 모집

 

Bloomberg, technologyreview, cryptobriefing에 따르면, 50개국 이상에서 새로운 형태의 긱 워크가 등장하고 있다. 수천 명의 계약직 작업자들이 이마에 카메라를 달고 모션 트래킹 장갑을 낀 채, 빨래 개기, 설거지, 부품 조립과 같은 지극히 평범한 일상 동작을 녹화한다. 바로 휴머노이드 로봇이 이러한 동작을 따라 할 수 있도록 학습시키기 위해서다.


13일(현지시간) 블룸버그 뉴스레터에서 상세히 다뤄진 이 트렌드는 긱 이코노미의 최신 개척지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이전까지 긱 이코노미의 산물이 코드 작업, 콘텐츠 검수, 음식 배달이었다면, 이제는 사람의 손동작을 담은 생(raw) 영상 데이터가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집안일 영상이 로봇의 교과서


미국 팔로알토 기반 데이터 수집기업 마이크로1(Micro1)은 나이지리아·인도·아르헨티나 등을 포함한 50여 개국에서 수천 명의 계약직 작업자를 모집해, 카메라를 이마에 부착한 채 집안일과 수작업을 촬영하도록 하고 있다. MIT 테크놀로지 리뷰는 이 회사가 촬영물의 품질을 AI와 사람 검수자가 함께 확인한 뒤, 동작과 물체를 별도로 라벨링해 로봇 기업에 판매한다고 보도했다.

 

수집되는 것은 단순한 영상이 아니다. 로봇이 필요한 것은 “손을 어디에 놓고, 어느 힘으로 잡고, 주변 물체와 거리를 어떻게 판단하며, 예외 상황에서 어떤 순서로 움직이는가”라는 물리적 맥락이다. 이른바 ‘자기중심적(egocentric) 데이터’는 작업자의 시점에서 촬영된 영상과 손·몸의 움직임 정보를 결합해, 시각 입력을 실제 행동으로 전환하는 로봇 모델의 학습 재료가 된다.

 

스크립스 뉴스에 따르면 마이크로1은 약 71개국에 걸쳐 약 4,000명의 ‘로보틱스 제너럴리스트’를 운영하며, 월 16만 시간 이상의 영상을 확보하고 있다. 이를 4,000명으로 단순 환산하면 1인당 매달 약 40시간 분량이다. 다만 국적 수는 매체와 시점에 따라 ‘50개국 이상’ 또는 ‘71개국’으로 달리 보도돼, 회사가 확장 과정에서 네트워크 범위를 넓혀 온 것으로 해석하는 편이 타당하다.

 

투자 급증이 만든 데이터 쟁탈전


이 시장의 배경에는 휴머노이드 로봇 투자 급증이 있다. MIT 테크놀로지 리뷰는 2025년 휴머노이드 로봇 분야에 유입된 기업·투자자 자금이 61억 달러로, 전년의 약 4배였다고 집계했다. 로봇 하드웨어와 대형 행동모델을 개발하는 기업들에겐 ‘현실 세계에서 인간이 실제로 하는 행동’이 알고리즘만큼 희소한 자산이 된 셈이다.

 

특히 공장·물류센터·주방·가정처럼 물체의 위치, 조명, 작업 순서, 손의 힘, 주변 사람의 움직임이 계속 바뀌는 환경은 시뮬레이션만으로 충분히 재현하기 어렵다. 그래서 테슬라, 피규어 AI, 어질리티 로보틱스 등 휴머노이드 개발 경쟁에 나선 기업들이 현실 작업 영상을 확보하려 하고, 이를 중개·정제하는 데이터 수집업체가 신흥 공급망으로 부상하고 있다.

 

기존 생성형 AI가 인터넷상의 텍스트·이미지·코드를 대규모로 흡수했다면, 휴머노이드 로봇은 인터넷에 잘 축적돼 있지 않은 ‘행동의 암묵지’를 필요로 한다. 부엌에서 칼을 잡는 방식, 냉장고 문을 열면서 몸의 균형을 잡는 과정, 옷감을 정리할 때 손가락을 미세하게 움직이는 방식은 검색 가능한 문서보다 사람의 실제 시연에 가깝다. 사람의 노동 동작 자체가 로봇 산업의 원재료가 되는 구조다.

 

저임금 국가가 떠안는 데이터 노동


보상 구조는 국가별로 크게 갈린다. MIT 테크놀로지 리뷰가 소개한 나이지리아의 의대생 ‘제우스’는 마이크로1을 위해 침대 정리와 요리 등을 촬영하고 시간당 15달러를 받았다. 반면 인도 타밀나두 지역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Objectways의 작업자는 통상 시간당 250루피를 받는 것으로 보도됐다. 2026년 4월 게시된 실제 구인 공고에서는 승인된 촬영 시간에 한해 시간당 250~300루피를 지급한다고 명시했다.

 

이 차이는 단지 임금 격차의 문제가 아니다. 촬영된 데이터는 고부가가치 로봇 모델에 반복적으로 활용될 수 있지만, 데이터를 만든 작업자는 대체로 일회성 건당 보상만 받는다. 영상의 최종 구매자가 누구인지, 특정 기업이 얼마나 오랫동안 이를 보관·재학습·재판매하는지, 향후 상업적 성과에 자신의 데이터가 어느 정도 기여했는지를 확인하기도 어렵다. MIT 테크놀로지 리뷰 역시 작업자들이 로봇 훈련용이라는 사실은 알지만, 데이터의 보관·제3자 제공·최종 활용 방식에 관한 명확한 정보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고 지적했다.

 

더 큰 역설은 작업자들이 자신과 유사한 노동을 수행할 로봇을 가르칠 수 있다는 점이다. 단기적으로는 가계 소득을 보완하는 플랫폼 일이지만, 장기적으로는 주방 보조, 물류 분류, 공장 조립, 청소 등 저숙련·반복 업무의 자동화 역량을 강화할 수 있다. 따라서 “로봇을 훈련시키는 노동”을 단순 데이터 라벨링의 연장선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자동화 전환의 비용과 이익이 누구에게 귀속되는지 따져야 할 산업으로 봐야 한다.

 

플랫폼은 ‘근무 현장’으로 확장


미국 긱 인력 플랫폼 인스타워크(Instawork)는 이 시장을 가정 밖의 상업 현장으로 확대하고 있다. 인스타워크가 2026년 6월 공개한 ‘인스타코어(Instacore)’는 머리·가슴·양쪽 손목에 배치한 5대의 카메라와 컴퓨팅 백팩으로 구성됐다. 입체 깊이 정보를 확보하는 헤드 카메라, 작업 환경 전체를 기록하는 광각 흉부 카메라, 손의 위치와 각도를 추적하는 손목 카메라를 결합해 주방·창고·호텔·경공업 현장의 작업 데이터를 수집하는 방식이다.

 

인스타워크는 자사 플랫폼에서 이미 매월 수십만 시간의 실세계 작업 데이터를 수집하고 있으며, 인스타코어는 데이터 양과 품질을 더 끌어올리기 위한 장치라고 밝혔다. 또 1,000만 명 이상 숙련 인력 네트워크의 피드백을 반영했다고 주장한다. 회사는 데이터 수집이 자발적 참여(opt-in)와 익명화를 전제로 이뤄진다고 설명하지만, 실제 상업 현장에서의 익명화는 쉽지 않은 과제다. 영상에는 얼굴뿐 아니라 사업장 배치, 고객 정보, 동료의 행동, 작업 방식과 같은 영업·개인정보가 함께 담길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관건은 장비의 성능이 아니라 동의의 실질성이다. 작업자가 촬영을 거절해도 불이익 없이 일할 수 있는지, 영상 속 제3자의 동의는 어떻게 받는지, 데이터가 얼굴·음성·사업장 정보까지 되살릴 수 없도록 비식별화되는지, 그리고 데이터 판매 수익이 작업자에게 얼마나 돌아가는지가 검증돼야 한다.

 

중국은 ‘국가형 데이터 공장’으로


중국은 개인·플랫폼 중심의 분산형 수집과 달리, 대규모 실험시설을 활용한 집약형 데이터 생산에 속도를 내고 있다. 베이징 스징산의 휴머노이드 로봇 데이터 수집·훈련센터는 1만㎡ 이상 규모로, 제조·스마트홈·노인 돌봄·5G 응용 등 4개 분야 16개 시나리오를 실물 크기로 구현했다. 베이징시 발표에 따르면 이 시설은 연간 600만 건 이상의 고품질 데이터를 생산하도록 설계됐다.

 

2026년 4월 보도 기준으로 이 센터는 산업·상업·가정 환경에서 100대 이상의 이기종 로봇을 훈련하고 있으며, 촉각 센싱과 가상·현실 결합 훈련까지 기능을 확대하고 있다. 신화통신은 해당 시설이 월 5,000시간의 데이터를 생성하도록 계획돼 있다고 전했다. 이는 인간의 실제 생활공간을 촬영하는 서구형 분산 수집 모델과 달리, 표준화된 환경·시나리오·품질관리 체계에서 대규모 데이터를 생산하려는 접근이다.

 

다만 표준화된 훈련장이 현실의 모든 변수를 대체할 수는 없다. 가정과 사업장의 무수한 구조, 물체, 조명, 작업 습관을 포괄하려면 결국 분산된 실세계 데이터가 필요하다. 반대로 가정 기반 데이터 수집은 다양성은 높지만, 데이터 출처·품질·동의·안전 기준을 관리하기 어렵다. 휴머노이드 산업은 이 두 모델 사이에서 데이터의 규모와 신뢰성을 동시에 확보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휴머노이드 로봇은 아직 완성된 대중 제품이 아니다. 하지만 그 로봇의 ‘손’은 이미 전 세계 긱 노동자의 손동작을 통해 만들어지고 있다. 2025년 61억 달러가 몰린 휴머노이드 투자 열풍의 이면에서, 가장 먼저 산업화되고 있는 것은 로봇 자체가 아니라 인간의 일상 행동을 수집·가공·판매하는 데이터 노동 시장일 수 있다.

배너
배너
배너

관련기사

14건의 관련기사 더보기


“가동 전 풀케파” 테일러의 역전승?…삼성전자 2나노, 수주와 수율이 맞물리기 시작했다

[뉴스스페이스=김희선 기자] 삼성전자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 파운드리 1공장이 시험 가동을 앞두고 2나노미터(㎚) 예정 생산물량을 사실상 채웠다는 업계 보도가 나왔다. 삼성전자가 고객별 수주, 공장별 생산능력 배정, 수율을 공식적으로 확인한 것은 아니지만, 선단공정 수주 확대와 미국 현지 공급망 수요가 맞물리며 삼성 파운드리의 회복 기대를 키우는 신호로 해석된다. 문화일보는 8일 업계 취재를 인용해 테일러 팹이 이르면 9월 말 시범 가동에 돌입하며, 테슬라의 AI5 칩, 브로드컴의 차세대 통신용 반도체, Arm의 AI 칩 관련 수요가 이어져 2나노 생산예정 물량이 ‘풀케파’ 수준에 도달했다고 보도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도 같은 내용을 인용 보도했다. 다만 삼성전자는 테일러 공장에 배정된 고객과 제품, 계약 물량을 공식 발표하지 않았다. 테일러 1공장은 2027년 고객사 대상 양산을 목표로 준비 중이다. 월 웨이퍼 투입능력 5만 장, 9월 말~10월 초 시험 가동 등의 수치와 일정은 업계 보도에 기반한 전망치로, 실제 상업 생산 시점과 생산성은 고객 인증 및 수율 안정화 과정에서 달라질 수 있다. 테일러 공장은 삼성전자가 2022년부터 총 370억 달러를

[빅테크칼럼] 이재명·마크롱, AI·방산·원전으로 넓어진 韓佛 동맹…삼성은 왜 미스트랄에 30억유로를 베팅했나

[뉴스스페이스=김정영 기자] 삼성전자가 프랑스 생성형 인공지능(AI) 기업 미스트랄 AI의 30억유로 규모 시리즈D 투자 라운드를 주도하며 전략적 투자자로 참여했다. 단순한 재무투자를 넘어 반도체 설계·공정·제조 노하우를 외부 유출 위험에서 보호할 수 있는 ‘삼성 전용’ AI 모델을 공동 개발한다는 점에서, 이번 거래는 글로벌 AI 경쟁이 범용 챗봇 경쟁에서 산업 데이터와 제조 지식을 둘러싼 AI 주권 경쟁으로 옮겨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재명 대통령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 파리 엘리제궁 정상회담을 계기로 인공지능(AI), 반도체, 양자기술, 방산, 우주, 원자력 등 전략산업 전반을 아우르는 16건의 협력 문서를 채택했다. 두 정상 참석 아래 교환된 문서는 9건이며, 정부·기관·기업 차원에서 별도로 체결된 문서까지 합쳐 총 16건으로 집계됐다. 이번 정상외교의 최대 경제·산업 성과는 삼성전자와 프랑스 AI 스타트업 미스트랄 AI 간 전략적 투자 협약이다. 삼성전자는 미스트랄의 전략적 투자자로 참여하는 동시에, 자사의 핵심 반도체 기술과 제조 노하우를 보호할 수 있는 삼성전자 전용 내부 AI 모델 개발에 협력하기로 했다. 청와대와 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