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이승원 기자]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JWST)이 빅뱅 후 약 6억6000만 년 시점의 우주에서, 별의 스펙트럼과 블랙홀의 에너지원을 동시에 보이는 천체 후보를 포착했다. 연구진은 이 천체를 ‘블랙홀 별(black hole star)’로 부르지만, 엄밀히 말해 새로운 천체 분류가 확정된 것이 아니라 초고밀도 가스에 싸인 급성장 블랙홀이라는 관측·모형 해석이 강력한 지지를 받은 사례다.
eurekalert, miragenews, gizmodo, popsci에 따르면, 국제 연구진은 13일(한국시간)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발표한 논문에서 ‘MoM-BH*-1’의 관측 특성이 핵융합으로 빛나는 통상적인 별이나 단순한 초기 은하로는 설명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 천체는 태양계와 비슷한 10~100천문단위(AU) 규모의 수소 가스 외피를 지닌 것으로 모델링됐으며, 중심에는 태양 질량의 약 100만~1천만 배에 이르는 블랙홀이 있을 가능성이 제시됐다.
‘작은 붉은 점’의 정체에 다가서다
MoM-BH*-1은 JWST 심우주 관측 영상에서 유난히 붉고 밝게 보인 점광원이다. 지금 지구에 도달한 빛은 약 130억 년 전에 방출됐으며, 이는 우주가 빅뱅 이후 약 6억6000만 년밖에 지나지 않았을 때의 모습이다. 연구진은 이 천체가 JWST 이미지 아카이브에서 가장 붉은 천체였다고 설명했다.
이번 발견은 JWST가 2022년부터 초기 우주에서 다수 찾아낸 ‘작은 붉은 점들(Little Red Dots·LRDs)’의 정체와 직접 맞닿아 있다. 초기에는 이 천체들이 비정상적으로 별 형성이 왕성한 은하, 먼지가 많은 은하, 활동성은하핵 등으로 해석됐지만, 관측된 광도와 색, X선 특성 등을 한꺼번에 설명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남아 있었다.
MoM-BH*-1은 모은하의 별빛이 거의 섞이지 않은 채 중심부 구조가 드러난 ‘상대적으로 깨끗한 사례’로 해석된다. 연구진은 이 천체가 더 밝은 인근 은하와 약 1억 년 뒤 합쳐질 것으로 예상했으며, 두 천체의 스펙트럼을 합성하면 기존의 작은 붉은 점들과 유사한 신호가 나온다고 분석했다. 즉, 수많은 작은 붉은 점이 은하 안에 묻힌 ‘블랙홀 별’일 수 있다는 가설에 관측적 연결고리가 생긴 셈이다.
별의 외형, 블랙홀의 동력
‘블랙홀 별’이라는 명칭은 블랙홀 자체가 별로 변했다는 뜻이 아니다. 중심의 블랙홀이 가스를 빠르게 빨아들이는 과정에서 막대한 에너지를 방출하고, 그 주변을 둘러싼 매우 조밀한 수소 가스층이 이 에너지를 흡수·재처리해 별의 광구처럼 보이는 연속 스펙트럼을 만든다는 모형을 뜻한다.
연구진이 제시한 최적 모형에서 가스 입자 밀도는 1㎤당 약 1천억 개, 가스 난류 속도는 초속 약 500㎞다. 이처럼 두껍고 고밀도인 가스 외피는 중심 블랙홀에서 나온 복사를 붉은 쪽으로 재가공하면서도, 블랙홀의 존재를 암시하는 높은 에너지 방출을 유지할 수 있다.
관측 에너지 규모도 통상적 항성 해석과 충돌한다. MoM-BH*-1은 태양계 크기의 거대 별처럼 보이지만, 알려진 별이 낼 수 있는 최대치보다 약 1천억 배 큰 에너지를 방출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별의 핵융합이 아니라 물질을 흡수하는 블랙홀의 중력 에너지가 동력원일 가능성을 뒷받침한다.
결정적 단서가 된 ‘발머 불연속’
핵심 증거는 스펙트럼에서 확인된 매우 강한 ‘발머 불연속(Balmer break)’이다. 발머 불연속은 특정 파장 아래에서 빛의 세기가 급격히 떨어지는 현상으로, 일반적으로 별 대기 또는 고밀도 가스 환경과 관계가 있다. MoM-BH*-1에서는 3~4마이크로미터 부근의 세기가 20배 이상 급감했으며, 연구진은 이를 지금까지 관측된 어떤 적색편이 천체보다도 강한 수준으로 평가했다.
이 강도는 별 형성 은하, 먼지가 없는 항성 집단, 기존의 작은 붉은 점 스펙트럼만으로는 재현하기 어렵다. 연구팀은 중심 블랙홀과 먼지가 거의 없는 초고밀도·난류 수소 외피를 결합한 모형에서 관측된 붉은색, 광도, 발머 불연속을 가장 일관되게 설명할 수 있다고 결론지었다.
독립 연구도 같은 방향
이번 결과는 지난 6월 다른 연구팀이 제시한 분석과도 맞물린다. 미국 텍사스대 오스틴의 바실리 코코레프 연구팀은 작은 붉은 점 ‘GLIMPSE-17775’를 JWST로 30시간 분광 관측했고, 중력렌즈 증폭 효과까지 더해 약 80시간 관측에 해당하는 수준의 데이터를 확보했다. 이 데이터에서는 40개가 넘는 분광선이 검출됐다.
NASA는 이 스펙트럼에 수소·산소·헬륨선, 16개의 철선으로 구성된 이른바 ‘철의 숲(iron forest)’, 전자 산란의 흔적 등이 나타났으며, 이는 뜨겁고 부분 이온화된 고밀도 가스 고치에 싸인 빠르게 성장하는 초대질량 블랙홀 모형을 지지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GLIMPSE-17775는 빅뱅 후 약 18억 년 시점의 천체이고, MoM-BH*-1은 그보다 훨씬 이른 약 6억6000만 년 시점의 천체라는 차이가 있다.
‘교과서 개정’보다 중요한 검증 과제
이번 연구가 중요한 이유는 초대질량 블랙홀이 우주 초기에 어떻게 그렇게 빠르게 성장했는지에 대한 오랜 난제를 겨냥하기 때문이다. 초기 우주에서 이미 태양 질량의 수억~수십억 배에 이르는 퀘이사가 발견돼 왔지만, 작은 블랙홀 씨앗이 통상적인 속도로 성장해서는 짧은 시간 안에 그 질량에 도달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었다. 연구진은 가스에 파묻힌 블랙홀이 ‘초에딩턴(super-Eddington) 흡수’처럼 매우 빠른 성장 단계에 있을 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모든 작은 붉은 점이 블랙홀 별’이라는 결론을 내리기에는 이르다. NASA 역시 GLIMPSE-17775의 경우 중심 동력원이 블랙홀이라는 해석을 유력하게 보면서도 다른 이론이 제기되고 있으며, 추가 관측으로 최종 답을 얻을 수 있다고 밝혔다. 따라서 MoM-BH*-1은 완전히 확정된 새 천체군이라기보다, 초기 우주의 작은 붉은 점을 설명하는 가장 설득력 있는 물리 모형을 대표하는 기준 사례로 평가하는 편이 정확하다.
향후에는 더 많은 작은 붉은 점에 대해 고해상도 분광 관측을 실시해 발머 불연속의 강도, 광대 방출선, 전자 산란, X선 흡수, 모은하 별빛의 기여도를 비교해야 한다. 이 검증이 축적되면 ‘블랙홀 별’은 단순히 이색적인 발견을 넘어, 오늘날 은하 중심의 초대질량 블랙홀이 태어난 초기 단계를 설명하는 핵심 개념이 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