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이현주 기자] 미국 국토안보부가 이민단속 요원에게 현장에서 비협조적인 사람들에게 사용할 수 있도록 전기 충격을 주는 장갑을 지급할 계획이다. 미국 이민세관집행국(ICE)이 최대 2000만달러를 들여 전기충격 기능을 갖춘 장갑 도입을 추진하면서, 이민단속 현장의 물리력 사용을 한 단계 확장하려 한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핵심 쟁점은 장갑의 전압 수치보다도, 구매 수량·단가·운용 기준·감독 장치가 공고 단계에서 거의 공개되지 않았다는 데 있다.
12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 CNN에 따르면 국토안보부는 10일 조달 계획 예측 시스템에 게시된 공고를 통해 저출력 전압 발생 장치 'CTG-5 장갑' 구매에 1000만~2000만 달러(약 142억~283억원)를 지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미 국토안보부(DHS)의 조달계획예고시스템(APFS)에 따르면, 이민세관단속국(ICE)은 8월 10일 ‘CTG-5 G.L.O.V.E.’ 구매 계획을 게시했다. 공식 명칭은 ‘Generated Low Output Voltage Emitter’, 즉 저출력 전압 발생 장치다. DHS는 이를 ‘전도성 주의분산 및 긴장완화 장치(Conductive Distraction and De-escalation Device)’라고 규정하고, 국토안보수사국(HSI)과 체포·구금·추방 실무를 맡는 집행·추방작전국(ERO) 요원에게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는 장갑 구매가 완료됐다는 뜻은 아니다. 공고상 정식 제안요청서 발행 예정일은 8월 14일, 계약 완료 목표일은 2027년 3월 31일이다. 특히 DHS는 구매 수량, 장갑 한 켤레당 단가, 공급업체, 실제 현장 배치 시점도 공개하지 않았다. CNN은 DHS 공고가 ‘수천 개’ 장비 조달을 시사하지만, 구체적인 수량과 가격은 확인할 수 없다고 보도했다.
380볼트 장갑, 쟁점은 ‘전압’만이 아니다
CTG-5는 겉으로는 일반 전술장갑처럼 보이지만, 작동 스위치를 켠 뒤 상대방 피부에 직접 접촉하면 전기 펄스를 가하는 방식으로 알려졌다. 미 육군의 G.L.O.V.E. 팩트시트는 이 장비가 피부 아래 말초신경을 자극해 강제력 행사 상황에서 상대의 협조를 얻는 용도라고 설명한다. 군 자료상 장비의 최대 전압 범위는 210~320볼트이며 380볼트를 넘지 않고, 최대 전류는 0.9~1.5암페어다. 무게는 모델별 9~23온스, 충전 시간은 약 2시간, 사용 가능 시간은 약 2시간으로 제시됐다.
제조사 매뉴얼을 인용한 CNN 보도는 CTG-4·CTG-5가 최대 380볼트까지 전압을 낼 수 있고, 대상자의 조정된 근육운동을 방해하거나 주의를 분산시키도록 설계됐다고 전했다. 장비는 의복이나 머리카락 위에서는 대체로 작동하지 않으며 피부에 직접 닿아야 한다. 매뉴얼은 통상 한 대상자에게 15초를 넘겨 쓰지 말 것, 장갑 두 켤레 이상을 동시에 적용하지 말 것 등을 권고한다.
이 수치는 ‘저출력’이라는 명칭이 안전성을 자동 보장하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다. 전압만으로 인체 위험도를 단정할 수는 없지만, 전류량, 접촉 시간, 접촉 부위, 대상자의 심혈관 질환·약물 복용·임신 여부, 현장의 물리적 제압 상황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제조사 매뉴얼도 임신부, 고령자, 어린이, 중증 장애인에게 사용하지 말고, 언어적 불복종이나 공격적 언행만을 이유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한다.
‘비가시적 강제력’의 감독 공백
DHS와 제조사는 장갑을 긴장완화 장비로 설명한다. 미 육군은 이를 기존 무기를 대체하는 ‘만능 도구’가 아니라 법집행기관과 교정기관이 보유한 중간 단계 강제수단을 보완하는 장비로 규정했다. 활성화에는 장갑의 스위치를 누른 뒤 약 1초가 걸린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인권단체들은 일반 장갑과 외관상 구별이 어렵고, 접촉만으로 전기충격을 가할 수 있다는 특성 자체가 책임성의 사각지대를 만들 수 있다고 우려한다. 미국시민자유연맹(ACLU)은 로이터에 “끔찍한 고통을 줄 수 있는 은폐된 수단”을 이민단속 요원에게 주는 것은 공중 피해를 키우고 책임성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비판했다. 반면 DHS는 ICE 요원이 긴장완화 전술 및 지속적인 무력사용 교육을 받고 있으며, 도입 기술은 법집행 정책과 기준에 부합하도록 검토된다고 밝혔다.
실제 장비 운용 이력도 논쟁적이다. CNN은 2022년 사우스캐롤라이나주 로렌스 카운티 구치소에서 교정요원 2명이 수감자를 폭행하고 웨어러블 전기충격 장갑을 사용한 혐의로 기소된 사례를 보도했다. 이 사례가 CTG-5의 안전성이나 ICE 요원의 장래 사용 행태를 직접 증명하는 것은 아니지만, 장비 설계 목적과 별개로 현장 오·남용 위험을 차단할 독립적 통제 장치가 필요하다는 근거로 작용한다.
이민단속 확대와 맞물린 조달
이번 조달은 강경 이민단속 확대 국면에서 나왔다. 로이터는 트럼프 행정부가 ICE의 일일 체포 목표를 최소 3000건으로 설정했다고 보도했으며, 뉴욕타임스는 7월 초 연방 이민당국이 5일 동안 1만명 이상을 체포했고 ICE 내부에는 하루 2000건이 새 기준이라는 지시가 전달됐다고 보도했다.
더욱이 로이터는 트럼프 재집권 이후 ICE 구금시설에서 50명 이상이 사망했다고 ICE 자료를 인용해 전했다. 이는 전기충격장갑이 사망 원인이라는 의미가 아니라, 단속·구금 시스템 전반의 안전성과 책임성에 대한 사회적 검증이 한층 엄격해진 환경임을 뜻한다.
공고가 남긴 의문스러운 세 가지 질문
이번 사안에서 확인해야 할 것은 ‘ICE가 장갑을 사느냐’만이 아니다. 첫째, 최대 2000만달러 예산으로 정확히 몇 개를 구매하고, 장비당 가격은 얼마인지 공개해야 한다. 둘째, 사용 전·후 기록 방식, 바디캠 연동 여부, 의료지원 요청 기준, 제3자 감사를 포함한 무력사용 프로토콜을 사전에 제시해야 한다. 셋째, DHS 공고에 기재된 산업분류코드가 전기·안전장비가 아닌 ‘기타 관람 스포츠(NAICS 711219)’로 되어 있는 이유도 설명이 필요하다.
‘긴장완화’라는 정책 언어는 장비의 작동 원리와 집행 환경, 사후 통제 장치로 검증돼야 한다. ICE의 CTG-5 조달은 아직 계약 전 단계다. 따라서 지금 필요한 것은 장비 도입의 찬반 구호가 아니라, 전기충격이라는 직접적 강제력의 사용 조건과 책임 추적 체계를 조달 이전에 공개하라는 요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