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김정영 기자] 오픈AI CEO 샘 올트먼이 AI가 주 4일 근무제를 가져오지 않을 거라고 말했다. 이유는 사람들이 '비밀리에' 바쁜 걸 좋아하기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이 발언은 AI가 일자리를 줄일 거라는 기대와 반대로, 오히려 사람들이 계속 일할 거라는 현실을 보여준다.
레딧에서는 '그건 너네 회사 얘기' 'AI로 돈 버는 사람들 얘기'라는 비판적인 반응과 '맞는 말' '현실적이다'라는 공감이 갈리고 있다. 즉 AI가 일자리를 줄일 거라는 기대와, 실제로는 사람들이 계속 일할 거라는 전망이 충돌하는 상황이다.
AI가 만든 시간은 누구의 것인가
studioglobal, sahmcapital, aljazeera, OECD, eu.36kr에 따르면, 오픈AI의 샘 올트먼 CEO가 “AI가 대중적 주 4일제나 4시간 근무를 가져오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한 핵심은 기술의 한계보다 생산성 이익을 누가 어떻게 배분하느냐에 있다. AI가 일을 없애거나 여가를 자동으로 늘린다는 이분법보다, 업무 속도 향상분이 노동시간 단축·임금·고용·기업 성장 중 어디로 흘러갈지를 결정하는 제도와 협상이 더 중요해지고 있다.
“AI가 바쁨을 끝내지 않는다”는 올트먼의 진단
올트먼은 7월 팟캐스트 ‘Relentless’ 인터뷰에서 기술은 오랫동안 노동시간 감소와 여가 확대를 약속했지만 사회 전체 차원의 ‘4시간 근무’는 실현되지 않았으며, “AI도 이를 바꾸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생산성이 높아져도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더 앞서기 위해 새 목표를 만들고 경쟁하기 때문에 더 많은 일을 하게 된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우리는 계속 불평하겠지만, 비밀리에 바쁜 것을 좋아할 것”이라는 표현도 이 맥락에서 나왔다.
이 발언은 AI가 인간 노동을 대규모로 대체해 자동으로 여가 사회를 만든다는 낙관론과 거리가 멀다. 다만 이를 ‘사람들이 장시간 노동을 원한다’는 일반론으로 읽는 것은 무리다.
레딧 게시물의 반응은 오히려 일과 삶의 활동을 구분한다. 게시물에는 “바쁘게 지내는 것은 좋아하지만, 그것이 고용주를 위한 일일 필요는 없다”는 반론이 높은 공감을 얻었다. 해당 게시물은 확인 시점 기준 731개의 추천과 227개의 댓글을 기록했으며, 논쟁의 초점은 노동 자체의 거부가 아니라 의미 있는 활동과 생계형·통제된 노동을 혼동해서는 안 된다는 데 있었다.
핵심은 일자리 총량보다 ‘업무 재설계’
국제노동기구(ILO)의 2025년 분석은 전 세계 노동자 4명 중 1명이 생성형 AI에 어느 정도 노출된 직업에 종사한다고 본다. 그러나 인간의 검토·판단·책임이 계속 필요하기 때문에, 대다수 직업의 귀결은 즉각적인 소멸보다 업무 내용의 변형일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했다. 자동화 점수 평균도 2023년 0.30에서 2025년 0.29로 소폭 낮아졌다. AI의 실제 적용 범위와 인간 보완 역할을 더 정교하게 반영한 결과다.
세계경제포럼(WEF)은 2030년까지 거시적 노동시장 변화가 현재 일자리의 22%에 영향을 줄 것으로 추정했다. 새 일자리 1억7000만 개가 생기는 반면 9200만 개가 대체돼 순증은 7800만 개라는 전망이다. 이는 “AI가 일자리를 모두 없앤다”는 결론과 다르지만, 사무·반복 업무의 축소와 직무 이동, 재훈련 비용이 특정 노동자에게 집중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AI·정보처리 기술만 놓고 보면 1100만 개의 일자리를 만들면서 900만 개를 대체할 것으로 전망됐다.
국제통화기금(IMF)도 AI에 노출된 일자리가 전 세계 고용의 약 40%라고 추정했다. 선진국은 인지적 업무 비중이 높아 약 60%가 노출되지만, 동시에 보완적 활용으로 생산성 이익을 얻을 여지도 크다. 따라서 ‘노출’은 해고 확정이 아니라 자동화·보완·직무 재편 가능성을 뜻한다.
생산성 향상이 곧 단축근무는 아니다
AI가 생산성을 높인다는 사실과 노동시간이 줄어든다는 사실 사이에는 자동 연결고리가 없다. IMF가 유럽 31개국을 대상으로 추정한 중기 효과는 향후 5년간 누적 총요소생산성 증가 약 1%였다. 기대가 큰 생성형 AI와 달리, 전 산업에 걸친 거시 생산성 효과는 도입비용, 데이터 품질, 규제, 조직 혁신 및 숙련도에 따라 제한적이고 불균등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반대로 주당 노동시간 단축은 기술 효과만으로 추진되는 정책도 아니다. 영국의 2022년 주 4일제 시범사업에는 61개 기업, 약 2900명이 참여했다. 참여 기업 가운데 56곳(92%)이 실험 후 제도를 계속 운영했고, 18곳은 영구 도입을 결정했다. 응답 기업 23곳의 매출은 실험 전후 기업 규모 가중 평균 1.4% 증가했으며, 참여자의 39%는 스트레스가 감소했다고 답했고 이직자 수는 57% 줄었다.
그러나 이 결과를 모든 기업과 산업에 그대로 적용하기는 어렵다. 참여 기업 중심의 자발적 시범사업이고, 매출 비교 표본도 23곳에 한정돼 있으며, 산업별 인력 충원 비용과 고객 대응 부담은 다르다. 그럼에도 단축근무가 생산성 저하와 동의어라는 통념에는 분명한 반례를 제시한다. AI가 만든 효율을 더 많은 산출로 돌릴지, 동일 산출을 더 짧은 시간에 달성하는 방식으로 돌릴지는 경영의 선택이자 노사 간 배분 문제다.
한국에 더 중요한 질문
한국은 노동시간을 줄여 왔지만 여전히 압박이 큰 편이다. OECD의 한국 경제조사 기준으로 2022년 한국의 연간 평균 실제 노동시간은 1901시간으로 OECD 평균 1752시간보다 149시간 많았다. 최신 OECD 데이터베이스의 2024년 수치는 1865시간으로 더 낮아졌지만, 단순히 총 노동시간만으로 과로·생산성·삶의 질을 판단하기는 어렵다. 자영업 비중, 파트타임 비중, 산업구조가 국가별 수치를 함께 좌우하기 때문이다.
경기도는 2025년 4.5일제 시범사업에 83개 기업을 선정하고, 주 4.5일제·주 35시간제·격주 주 4일제·혼합형 가운데 노사 자율 합의로 유형을 고르게 했다. 일부 참여 기업은 이미 주 35시간제 효과를 경험한 뒤 주 30시간제로의 추가 단축을 신청했다. 이는 한국에서도 단축근무가 선언이 아니라 업종·직무·임금·인력충원 조건을 조합하는 실험 단계에 들어섰다는 신호다.
올트먼의 말은 그래서 절반만 맞다. 경쟁과 욕망이 존재하는 한 AI가 여가를 자동 배급하지는 않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그 사실이 더 긴 노동시간을 필연으로 만들지는 않는다. 기업이 AI로 절감한 시간을 매출 확대와 인력 감축에만 쓰면 ‘더 빠른 속도의 더 많은 일’이 될 수 있고, 재교육·고용 유지·성과 공유·노동시간 단축에 배분하면 다른 결과가 가능하다.
AI 시대의 핵심 질문은 “사람이 일을 계속할 것인가”가 아니다. AI가 절감한 1시간을 누가 가져가고, 그 시간으로 노동자는 더 좋은 일을 하게 되는가 아니면 더 많은 일을 떠맡게 되는가다. 올트먼의 발언은 기술 전망이라기보다, 그 배분 문제를 방치할 때 도달할 수 있는 현실적 시나리오로 읽는 편이 정확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