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이종화 기자] 인간의 미소는 개에게 단순한 시각 정보가 아니라 긍정적 의미를 지닌 사회적 신호일 수 있다는 뇌영상 연구 결과가 나왔다. 다만 이번 결과는 소수의 반려견을 대상으로 한 실험실 연구인 만큼, “개가 인간처럼 미소를 느낀다”는 식의 과잉 해석보다 인간의 표정이 개의 보상·사회인지 회로와 연동될 가능성을 보여준 증거로 읽는 것이 정확하다.
낯선 사람의 미소에도 반응한 뇌
sciencedirect, jneurosci, phys, biorxiv, neurosciencenews, pubmed.ncbi.nlm.nih에 따르면, 빈대학교 연구진이 8월 7일 국제학술지 iScience에 발표한 연구는 깨어 있는 반려견 8마리에게 낯선 사람의 행복한 표정과 중립 표정 사진을 보여주고 기능적 자기공명영상(fMRI)으로 뇌 반응을 측정했다. 그 결과 행복한 얼굴을 볼 때 개의 측두피질과 미상핵(caudate nucleus)을 포함한 영역에서 더 강한 활동이 관찰됐다. 미상핵은 보상 기대와 동기 처리에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진 뇌 영역이다.
이 결과의 핵심은 음식이나 보호자의 직접적 칭찬처럼 즉각적 보상이 주어지지 않은 상황에서도, 낯선 사람의 웃는 얼굴 사진만으로 보상 처리와 연관된 반응이 포착됐다는 데 있다. 연구진은 이를 두고 행복한 인간 얼굴이 개에게 정서적 중요성을 가질 수 있다고 해석했다.
그러나 fMRI 신호는 뇌혈류 변화를 간접적으로 읽는 지표다. 따라서 ‘미소를 봤기 때문에 개가 즐거움을 느꼈다’고 단정하기보다는, 미소가 개의 접근·주의·사회적 가치 평가와 관련한 신경회로를 활성화했을 가능성이 확인됐다고 보는 편이 타당하다.
이번 결과는 선행 연구와도 연결된다. 2020년 연구에서는 개 17마리의 fMRI 자료에서 보호자의 얼굴이 감정·애착 관련 영역을 활성화했고, 행복한 자극의 상당수에서 미상핵 반응 증가가 확인됐다. 반면 낯선 사람의 얼굴은 주로 시각·운동 처리 영역을 자극했다. 즉, 개의 뇌는 표정뿐 아니라 ‘누구의 얼굴인가’라는 친숙성 정보도 함께 처리한다는 뜻이다.
‘좋다·나쁘다’ 이상의 표정 구분
연구진은 별도의 실험에서 개 12마리에게 행복·분노·공포·슬픔 표정을 제시하고 머신러닝 기법으로 뇌활동 패턴을 분석했다. 측두피질-미상핵 네트워크의 반응은 행복 표정을 세 가지 부정적 표정과 구별할 수 있을 만큼 뚜렷했다. 더욱이 전뇌 분석에서는 공포 표정이 분노·슬픔 표정과도 다른 활동 패턴을 보였다.
이는 개가 사람 표정을 단순히 ‘긍정 대 부정’의 두 범주로만 처리하지 않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 특히 공포와 분노는 보호자가 취할 행동을 달리할 필요가 있는 사회적 신호다. 다만 연구의 표본은 총 12마리에 불과하고 자극도 정지 사진이었다. 실제 생활에서 개는 얼굴만 보는 것이 아니라 몸짓, 음성의 높낮이, 냄새, 관계의 친밀도, 직전 상호작용을 통합한다. 연구진도 사진 실험만으로 개가 인간과 동일한 방식으로 감정을 경험한다고 결론 내릴 수는 없다고 명시했다.
108마리 연결망 연구가 보여준 품종과 학습
표정 연구와 같은 시기 발표된 하버드대 멜리나 코르도 연구팀의 Journal of Neuroscience 연구는 개 108마리의 뇌 구조 연결망을 비침습적 3차원 영상으로 분석했다. 연구진은 인간의 가족생활과 노동에 밀접하게 통합되도록 선택 교배된 계통에서 의사소통 관련 경로가 더 달라졌으며, 특히 음성 및 단어 처리와 관련된 경로에서 차이가 두드러졌다고 밝혔다.
훈련을 받은 안내·서비스견과 유사한 품종 배경의 개를 비교한 분석에서는, 훈련견에서 신호 해석과 행동 반응 실행에 관련된 경로의 연결 강도가 달랐고 타인의 의사소통에 반응하는 영역 간 연결도 더 강하게 나타났다. 다만 이 연구 역시 단면 비교이므로, 훈련이 뇌 연결망을 바꿨는지 또는 원래 그런 연결망을 지닌 개가 훈련 과정에 더 잘 선발됐는지를 완전히 가를 수는 없다. 연구진도 향후 종단 연구가 필요하다는 점을 전제했다.
이전의 확산 MRI 연구도 개 110마리, 16개 품종을 분석해 청각 관련 측두영역이 전전두·운동·감각운동 피질과 광범위하게 연결돼 있음을 확인했다. 해당 연구는 이 연결망이 인간의 음성 신호를 해석하고 맥락에 맞는 반응으로 이어지는 기반일 수 있다고 제시하면서도, 개의 경로를 인간 언어 회로와 기능적으로 동일시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미소 지어라’보다 중요한 반려 방식
이번 두 연구는 개의 사회인지가 가축화와 인위선택, 그리고 개별 경험이 겹쳐 형성된다는 가설을 뒷받침한다. 현대 품종과 전(前)현대 계통을 비교한 연구에서도 현대 품종견 72마리와 전현대 계통 13마리을 분석한 결과, 현대 품종에서 대뇌피질 확장과 편도체 등 일부 피질하 구조의 감소가 보고됐다. 피질 확장은 보호자가 평가한 훈련 가능성과 유의하게 연관됐고, 편도체 확장은 공포 점수와 연관됐다. 다만 이는 품종·생활환경·훈련 이력이 복합적으로 작동했을 수 있는 상관관계라는 한계가 있다.
반려인에게 실질적인 메시지는 “개에게 늘 웃어라”라는 단순한 처방보다는, 개가 인간의 표정과 목소리, 행동을 중요한 정보로 처리할 가능성을 존중하라는 데 있다. 일관된 표정과 말투, 예측 가능한 보상, 개가 불안 신호를 보일 때 거리를 확보해 주는 환경이 핵심이다. 인간의 미소가 개의 보상 회로와 연결될 수 있다는 발견은 인간과 개의 유대가 감상적 의인화만이 아니라, 관찰 가능한 신경·행동적 상호작용 위에 형성돼 있음을 보여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