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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Life

[이슈&논란] "인간의 소원판이 된 거북, 배수로에 버려진 생명"…부산 ‘낙서 거북’이 드러낸 외래종 관리 공백

 

[뉴스스페이스=이은주 기자] 부산 기장군 해안가 배수로에서 발견된 대형 거북은 단순한 ‘기이한 방생’ 사례가 아니다. 등딱지에 주소·이름·소원이 적힌 채 발견된 이 개체는 반려동물 유기, 종교적 방생 관행, 외래생물 관리의 빈틈이 한 장면에 겹쳐진 사건으로 볼 수 있다.

 

30㎝ 거북, 발견 뒤 사라졌다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9일 오전 7시께 부산 기장군의 한 리조트 카페 앞 배수로에서 몸길이 약 30㎝의 거북 1마리가 발견됐다. 주민이 촬영한 사진에는 등딱지에 ‘화합·번창·건강’, ‘업무 번창’ 등 소원과 함께 부산·김해 지역 주소, 사람 이름으로 보이는 글씨가 적혀 있었다. 발견자는 몇 시간 뒤 현장에 되돌아갔지만 거북은 이미 사라진 상태였다.

 

문제는 거북을 자연에 놓아주는 행위가 동물에게 자유를 주는 일이 아니라, 기존 생태계에 새로운 포식자·경쟁자를 투입하는 일이 될 수 있다는 데 있다. 붉은귀거북은 토종 거북과 먹이·일광욕 장소를 놓고 경쟁할 수 있고, 양서류·어류·수생식물 등 다양한 먹이를 이용하는 잡식성이라는 점에서 수생 생태계에 압력을 줄 수 있다. 서울시 한강사업본부도 붉은귀거북을 토종 물고기와 개구리 등을 포식하는 종으로 분류하며 방생 금지 대상으로 안내해 왔다.

 

‘방생’이 아니라 외래종 확산 경로


국립생태원 한국외래생물정보시스템에 따르면 붉은귀거북은 1980년대 후반 애완용과 종교적 방생 목적으로 국내에 유입됐고, 현재 서울·경기부터 충청·영호남·제주까지 전국적으로 넓게 분포한다. 붉은귀거북은 2001년 12월 24일 국내 생태계교란 생물로 지정돼 관리되고 있다.

 

환경부는 악어거북과 플로리다붉은배거북도 애완용으로 수입돼 사육되다가 하천·생태공원 등에 방생 또는 유기된 사례가 확인됐다고 설명한다. 2020년 이들 종을 생태계교란 생물로 추가 지정할 당시, 국립생태원의 생태계 위해성 평가는 두 종을 모두 최고 위험 단계인 1등급으로 판정했다.

 

세계화된 ‘작은 반려동물’의 비용


부산 사례는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국제 농업·생물과학센터(CABI)에 따르면 붉은귀거북은 1989년부터 1997년까지 미국에서 해외 시장으로 수출된 개체 수만 5,200만 마리 이상으로 집계됐다. 작은 크기와 낮은 초기 사육비 때문에 대량 유통됐지만, 성장한 뒤 감당하기 어려워진 개체가 유기·방생되는 구조가 전 세계 침입종 문제의 주요 경로가 됐다.

 

학술 자료들은 붉은귀거북이 유럽·아프리카·오세아니아·아시아·아메리카의 70개국·지역 이상에 도입됐다고 보고한다. 이 종은 국제자연보전연맹(IUCN) 침입외래종전문가그룹이 선정한 ‘세계 최악의 침입외래종 100종’ 목록에도 포함돼 있다.

 

이 수치는 ‘한 마리의 방생’이 결코 사소하지 않다는 점을 보여준다. 외래종 문제는 대개 한 번의 유기에서 시작하지만, 정착·번식·확산 이후에는 포획과 제거에 지속적인 행정비용이 투입되는 공공 문제로 바뀐다.

 

법적 판단도 ‘종 확인’이 출발점


현행 「생물다양성 보전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제24조의3은 생태계교란 생물 또는 생태계위해우려 생물을 생태계에 방출·방생·유기·이식하는 행위를 원칙적으로 금지한다. 허가 없는 방출 등이 확인될 경우 법 위반 여부가 검토될 수 있으며, 생태계교란 생물 관련 불법 행위에는 최대 2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이 적용될 수 있다.

 

다만 이번 사건에서 실제 처벌 여부를 논하려면 최소한 세 가지가 확인돼야 한다. 거북의 정확한 종, 누가 어떤 경위로 배수로에 놓았는지, 그리고 등딱지에 글씨를 적는 과정에서 피부·등딱지 손상 등 동물 학대에 해당할 만한 고통 또는 상해가 발생했는지다. 낙서가 있었다는 사실만으로 곧바로 형사처벌을 단정할 수는 없지만, 동물보호법상 학대 해당성은 행위의 방식과 피해 정도에 따라 별도로 판단될 수 있다.

 

부산의 ‘소원 거북’은 결국 소망의 상징과 환경 현실이 충돌한 사례다. 방생의 선의가 생태계에 위해를 줄 수 있다는 사실, 반려동물 포기가 자연 방출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는 원칙, 그리고 발견 즉시 지자체·환경당국에 신고할 수 있는 구조를 함께 점검해야 한다. 생명을 존중하는 방식은 자연에 무작정 놓아주는 것이 아니라, 그 동물이 살아갈 수 있는 책임 있는 관리 체계를 찾는 데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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