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이은주 기자] KB증권이 삼성전자의 연간 주주환원 규모가 최대 200조원에 이를 수 있다고 전망하며 목표주가 60만원과 ‘매수’ 의견을 유지했다. 다만 이는 삼성전자가 확정·공시한 정책이 아니라 향후 현금창출력과 이사회 결정에 기반한 증권가의 추정치인 만큼, 투자 판단에서는 실적 지속성·설비투자·환원 방식의 세 가지 변수를 분리해 볼 필요가 있다.
KB증권은 10일 삼성전자의 차기 주주환원 정책이 연간 최소 100조원, 최대 200조원에 이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는 기존 연간 정기배당 9조8000억원의 10배 이상에 해당하며, 현 주가 기준 배당수익률이 7%를 웃돌 수 있다는 계산이다. KB증권은 이를 주가 재평가의 촉매로 제시하면서 목표주가 60만원을 유지했다.
그러나 ‘최대 200조원’은 회사의 공식 확정 수치와는 구분해야 한다. 삼성전자가 현재 운용하는 2024~2026년 주주환원 프로그램의 기본 원칙은 3년간 발생한 잉여현금흐름(FCF)의 50%를 주주에게 환원하는 것이며, 정기배당은 연간 9조8000억원으로 정해져 있다. 정기배당 후 남는 FCF 환원분과 자본잉여 여부에 따라 추가 환원을 검토하는 구조다.
200조원이 가능하려면
200조원 환원이 현실화되려면 삼성전자가 대규모 FCF를 지속적으로 창출하면서도, 반도체 증설·연구개발·인수합병 등에 필요한 투자재원을 충분히 확보해야 한다. 단순히 현금이 많다는 이유만으로 배당이나 자사주 매입·소각을 대폭 늘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AI 반도체 호황이 장기화될수록 생산능력 확보와 기술 리더십을 위한 자본지출도 함께 커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올해 삼성전자의 연간 FCF가 200조~300조원 수준까지 확대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됐다. 현행 FCF 50% 환원 원칙을 기계적으로 적용할 경우 100조원대 환원은 산술적으로 논의 가능한 범위지만, 200조원은 특별배당, 자사주 활용, 누적 현금 및 향후 정책 변경 여부까지 함께 전제해야 하는 상단 시나리오에 가깝다.
삼성전자는 지난 2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기존 3개년 정책의 이행과 함께 특별배당을 포함한 구체적 방안, 그리고 차기 환원정책을 이사회 및 경영진이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즉 시장의 기대는 커졌지만, 환원 규모와 수단, 실행 시점은 회사의 공식 발표 이전까지 확정된 것이 아니다.
실적의 중심은 AI 메모리
주주환원 기대의 근거는 압도적인 현금창출력이다. 삼성전자는 올해 2분기 연결 기준 매출 171조5000억원, 영업이익 89조5000억원을 기록하며 분기 기준 사상 최대 실적을 냈다. 전 분기 대비 매출은 28%, 영업이익은 56% 증가했으며, 회사는 AI용 메모리와 서버 수요 확대를 핵심 배경으로 제시했다. 이는 그룹 전체 영업이익의 대부분을 반도체가 견인했다는 뜻으로, 이번 주주환원 기대가 스마트폰·가전보다 메모리 업황에 훨씬 민감하게 연동돼 있음을 보여준다.
3분기 전망도 강하다. KB증권은 삼성전자의 3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보다 817% 증가한 112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고, D램과 낸드 영업이익률은 각각 83%, 71%로 높아질 것으로 봤다. 다른 증권사들의 전망 범위도 영업이익 110조~127조원 수준으로 형성돼 있어, 112조원은 낙관적 전망이지만 시장에서 완전히 벗어난 수치는 아니다.
공급 부족은 장기 호황의 근거
메모리 공급 부족의 지속 여부는 실적과 주주환원 여력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변수다. 삼성전자는 2분기 실적발표에서 신규 팹 건설부터 실제 웨이퍼 생산까지 3년 6개월 이상이 걸린다며, 올해의 미충족 수요가 내년으로 이연되고 2027년에는 공급 부족이 더 심화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회사는 2028년에도 공급 제약이 이어질 가능성을 제시했다.
KB증권도 빅테크 고객사의 메모리 및 AI 기판 수요 충족률이 약 60%에 불과하다며, 수요 이연이 2027년과 2028년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메모리 공급 부족이 실제로 장기화된다면 가격·수익성·FCF의 동반 개선이 가능해지고, 주주환원 확대 논리도 강해진다. 반대로 고객사의 AI 투자 속도가 둔화하거나 업계 증설이 예상보다 빨라지면 이 전제는 약해질 수 있다.
주가 재평가의 핵심 조건
KB증권은 글로벌 D램 1위인 삼성전자의 시가총액이 D램 3위 마이크론보다 낮은 수준에서 평가되는 현상을 비정상적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시장이 삼성전자에 요구하는 것은 단순한 메모리 업황 반등이 아니라 HBM 고부가 제품의 경쟁력, 파운드리 수익성 회복, 그리고 호황기에 확보한 현금의 배분 원칙을 명확히 제시하는 일이다.
파운드리의 흑자 전환도 관전 포인트다. KB증권은 4나노 LPU 양산 본격화를 전제로 성과급 충당금을 제외하면 2022년 이후 약 4년 만에 3분기 흑자 전환이 가능하다고 봤다. 이 전망이 현실화되면 삼성전자는 메모리 호황에 의존하는 구조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갈 수 있지만, 아직은 전망 단계라는 점에서 실제 분기 실적으로 확인해야 한다.
증권업계 전문가들은 "‘최대 200조원’은 확정된 배당 약속이 아니라, AI 메모리 슈퍼사이클이 높은 FCF로 이어지고 그 현금 가운데 더 큰 비중을 주주에게 돌려준다는 가정이 결합된 기대치"라며 "삼성전자의 차기 정책 발표는 규모 자체뿐 아니라 특별배당, 정기배당 증액, 자사주 매입·소각, 성장투자 간 균형을 어떻게 설계하느냐에 따라 60만원 목표가의 설득력을 가늠하는 시험대가 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