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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테크

[빅테크칼럼] "과신은 결함인가, 능력의 신호인가" ‘공작 꼬리’로 인간 자신감 해석…진화생물학 값비싼 신호이론 '규정'·더닝-크루거 효과 '이의제기'·트리버스 자기기만 이론 '확장'

 

[뉴스스페이스=이종화 기자] 과도한 자신감은 무능의 증거가 아니라, 오히려 숨은 능력을 시장과 사회에 알리는 값비싼 신호일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다만 이는 과신을 권장하는 결론이 아니라, 개인의 확신과 실제 역량을 단순한 심리적 오류로만 취급해온 통념을 재검토하자는 진화·행동경제학적 가설에 가깝다.

 

neurosciencenews.com, earth.com, avibirds.com에 따르면, 바스대(University of Bath)의 크리스 도슨과 런던정경대(LSE)의 데이비드 드 메자 연구진은 Psychological Review에 실린 논문 「Talking the Talk, Not Walking the Walk」에서 과신과 손실회피를 서로 상쇄하는 오류가 아니라 함께 진화한 행동 체계로 해석했다. 논문은 2026년 7월 20일자로 공개됐으며 DOI는 10.1037/rev0000644다.

 

즉 이 연구는 과잉 자신감을 일종의 '값비싼 신호(costly signaling)'로 규정한다. 이는 진화생물학에서 비롯된 개념으로, 어떤 형질이 유지하는 데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오히려 신뢰할 수 있는 정보를 전달한다는 이론이다. 공작의 꼬리처럼, 비용이 크기 때문에 오히려 내면의 실제 능력을 신뢰할 수 있게 알리는 신호로 기능한다는 것이다.

 

‘비용’이 신뢰를 만든다는 논리


연구의 출발점은 진화생물학의 값비싼 신호(costly signaling) 이론이다. 공작의 화려하고 긴 꼬리는 에너지 소모가 크고 포식자에게 쉽게 노출되는 부담이지만, 바로 그 부담 때문에 건강 상태가 좋은 개체만 유지할 수 있는 비교적 믿을 만한 신호가 된다.

 

연구진은 인간의 과신에도 이와 유사한 구조가 있다고 본다. 자신을 실제보다 높게 평가하면 창업 실패, 무리한 투자, 과도한 위험 감수, 잘못된 의사결정 같은 비용을 치를 수 있다.

 

그러나 실제 능력이 높은 사람은 같은 수준의 자신감을 가졌을 때 오류의 빈도나 피해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고, 높은 평가를 받아 리더십·승진·협업·관계 등 기회를 얻을 편익도 더 크다는 것이다. 즉 “누구나 자신만만하게 말할 수 있다면 자신감은 정보가 되지 않지만, 과신의 대가가 크기 때문에 능력 있는 사람의 자신감이 더 신호로 작동할 수 있다”는 논리다.

 

‘무능한 사람이 더 자신만만하다’는 통념의 재검토


이 연구가 주목받는 또 다른 이유는 더닝-크루거 효과의 대중적 해석에 이의를 제기했기 때문이다. 널리 알려진 설명은 저성과자가 자신의 부족함을 인식하지 못해 가장 과신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연구진은 실제 점수와 점수 예측치에는 모두 운·문항 난이도·측정오차가 섞여 있으며, 응답자를 실제 점수만으로 구간화하면 통계적 왜곡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연구진은 수천 명 규모의 기존 복제 데이터셋을 재분석해 실제 성과와 자기평가의 무작위 변동을 함께 고려했다. 그 결과 과신은 전반적으로 널리 나타나는 특성이지만, 보정 뒤에는 능력이 높은 사람들이 오히려 더 큰 과신을 보이는 경향이 관찰됐다고 밝혔다. 이는 “저능력자일수록 가장 자신만만하다”는 대중적 도식을 뒤집는 결과지만, 모든 상황에서 고능력자가 더 과신한다는 보편 법칙으로 읽기보다는 측정 방식에 따라 결론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경고로 해석하는 편이 타당하다.

 

트리버스 이론의 빈칸


이 논문은 진화생물학자 로버트 트리버스가 1976년 제시한 자기기만 이론을 확장한다. 트리버스는 사람이 자신을 속일수록 거짓말의 긴장, 목소리 변화, 표정 같은 단서가 줄어 타인을 더 설득하기 쉬워진다고 봤다.

 

도슨과 드 메자는 여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간다. 과신이 흔하다면 사람들은 왜 자신감 있는 주장을 모두 ‘허풍’으로 할인하지 않는가라는 질문이다. 연구진의 답은 관찰자가 이미 자신감을 어느 정도 할인하더라도, 자신감을 전혀 드러내지 않는 사람은 체계적으로 과소평가될 수 있다는 데 있다. 높은 자신감은 완벽한 능력 측정 도구가 아니지만,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 사람에게 더 유리하다는 점에서 불완전하지만 유용한 정보가 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손실회피는 ‘숨은 브레이크’


과신이 행동을 부추기는 성향이라면 손실회피는 행동을 멈추게 하는 성향이다. 연구진은 이 둘을 모순으로 보지 않는다. 공개적으로는 자신감 있는 태도로 능력을 알리되, 실제로 손실이 발생할 수 있는 의사결정 국면에서는 손실회피가 보이지 않는 제동장치로 작동한다는 것이다.

 

논문 표현대로라면 인간은 “자신 있게 말하지만 신중하게 행동하는” 방식으로 신호의 편익과 위험을 동시에 관리한다. 손실회피가 과신으로 생기는 모든 비용을 제거하지는 않기에 과신의 신호 기능도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이 연구진의 모형이다.

 

실증 근거와 해석의 경계


연구진은 문법·논리 문제의 실제 수행과 자기 예상 점수를 비교한 기존 온라인 데이터에서, 응답자들이 평균적으로 자신의 성과를 높게 예상하면서도 자기평가가 높은 사람이 실제로도 더 좋은 성과를 내는 양의 관계를 확인했다고 설명한다. 이는 자신감이 실제 능력과 무관한 허풍만은 아닐 수 있다는 근거지만, 자신감 자체가 능력을 만들어낸다는 인과관계를 뜻하지는 않는다.

 

더 중요한 한계도 있다. 이 논문은 새 장기추적 실험이나 진화 과정을 직접 관찰한 연구가 아니라, 이론 모형과 기존 자료의 통계 재분석을 결합한 연구다. 따라서 “과신이 진화했다”는 설명은 검증 가능한 가설로서 의미가 있지만, 인간의 과신이 오직 신호 전달을 위해 생겼다고 확정한 결론은 아니다.

 

기업과 투자 현장에 주는 메시지도 분명하다. 자신감은 평가·채용·투자유치 과정에서 일정한 정보를 담을 수 있지만, 그것만으로 실력이나 성과를 판별해서는 안 된다. 가장 합리적인 대응은 자신감이라는 신호를 참고하되, 과거 성과, 재현 가능한 실행력, 손실 상황에서의 의사결정, 외부 검증 자료를 함께 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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