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이은주 기자] 메모리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금고를 사상 최고 수준으로 채웠지만, 두 회사의 주가는 오히려 고점 대비 반토막 수준으로 추락했다. 투자자들은 "이만큼 벌었으면 이제는 돌려달라"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고, 회사들은 "조만간", "연내"라는 모호한 답변으로 시간을 벌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투자자들로부터 주주 환원 확대 압박을 받고 있다.
쌓이는 현금, 식어가는 주가
SK하이닉스의 2분기 말 순현금은 69조4,000억원으로, 1분기 말 35조원 대비 3개월 만에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삼성전자 역시 2분기 말 현금성 자산이 167조5,900억원으로 전분기보다 48조3,500억원(40.5%) 급증했다. 로이터와 LSEG 집계에 따르면 두 회사의 연말 합산 순현금은 2,630억 달러(약 375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며, 이는 엔비디아 예상 순현금(1,020억 달러)의 두 배를 웃돌고 '매그니피센트 세븐' 나머지 6개 미국 빅테크의 합산 현금까지 넘어서는 규모다.
문제는 이 현금이 주가를 방어해주지 못했다는 점이다. 두 회사 주가는 6월 고점 대비 SK하이닉스 약 48%, 삼성전자 약 37% 하락했으며, 특히 SK하이닉스는 7월 29일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구체적 주주환원안이 나오지 않자 당일 주가가 9.6% 급락, 코스피 사상 최초로 이틀 연속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되는 사태로 이어졌다. 8월 들어서도 두 종목의 주가는 반등 이후 다시 힘을 잃는 등 불안정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잉여현금흐름 50%의 함정
두 회사가 고수하는 원칙은 잉여현금흐름(FCF)의 50%를 주주에게 돌려준다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2024~2026년 3개년 정책으로, SK하이닉스는 2025~2027년 3개년 정책으로 이 기준을 운용하고 있다. 그러나 마이크론이 지난 6월 실적발표에서 미국 반도체법(CHIPS Act) 계약 2주년인 12월 9일부터 초과 현금의 100%를 주주에게 환원하겠다고 선언하면서, 한국 두 회사의 50% 기준은 상대적으로 인색하다는 평가를 받게 됐다.
증권가 추정치를 종합하면 두 회사의 환원 여력은 막대하다. 삼성전자는 올해 260조원을 웃도는 FCF가 예상되는 가운데 3개년 정기배당(약 29조4,000억원)을 뺀 추가 환원 재원만 131조원대로 추산된다. SK하이닉스도 2026년 FCF가 200조원 안팎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추가 환원 여력이 100조원을 넘어설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실제 배당·매입 규모에 대해서는 증권사별로 55조원에서 100조원 이상까지 추정치가 엇갈린다.
행동주의 주주들의 실력 행사
침묵이 길어지자 주주들은 직접 행동에 나섰다. 소액주주 플랫폼 액트(ACT)는 8월 4일부터 삼성전자를 상대로 임시 주주총회 소집을 위한 전자서명을 시작했다. 핵심 안건은 45조5,000억원(약 320억 달러) 규모의 자사주 매입·소각과, 영업이익 연동 성과급 한도를 이사회가 아닌 주주총회에서 결정하도록 하는 것이다. 액트는 임시주총 소집에 필요한 지분 3%를 확보하기 위해 국민연금과 국내외 자산운용사에도 동의를 요청하고 있다.
JP모건 애널리스트들은 8월 5일(현지시각) SK하이닉스의 목표주가를 하향 조정하며 "주가 회복을 위해서는 자본 배분에 대한 명확한 입장 표명이 필수적"이라고 지적했다. 이는 지난 5월 JP모건이 SK하이닉스에 대해 2025~2027년 총 240조원 규모의 FCF 환원을 전망하며 목표주가를 상향했던 것과 대비되는 톤 변화로, 시장의 관심이 실적 자체보다 자본 배분 정책으로 완전히 옮겨갔음을 보여준다. 실제로 7월 국내 증권사들의 목표주가 하향 리포트는 828건으로 상향 건수의 두 배에 달하며 15개월 만에 처음 하향이 상향을 앞질렀다.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시험대
이번 논란은 한국 증시의 오랜 숙제인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노력과도 맞물려 있다. 키옥시아 등 경쟁사가 선제적으로 주주환원 계획을 내놓은 것도 국내 투자자들의 불만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Klay Group의 아딜 에브라힘은 2013년 애플의 자본환원 프로그램을 선례로 들며 자본 배분 개선이 밸류에이션 격차를 좁히는 데 핵심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짚었는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실제로 이 시험을 통과할지는 이르면 이번 3분기 실적발표 전후로 가늠할 수 있을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