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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건축

[지구칼럼] 가뭄의 다뉴브강, 2차 세계대전 군함과 매머드 뼈 드러나…유럽 기후위기의 민낯

 

[뉴스스페이스=이현주 기자] 유럽을 덮친 기록적인 폭염과 가뭄으로 다뉴브강 수위가 사상 최저 수준까지 떨어지면서, 세르비아 마을 프라호보 인근에서 2차 세계대전 당시 침몰된 수십 척의 나치 독일 군함이 모습을 드러냈으며, 불가리아에서는 메마른 강바닥에서 빙하기 시대 털매머드로 추정되는 유해가 발견됐다고 novanews.co.za, allisraelnews, cbsnews, gcaptain.com등의 매체들이 보도했다.

 

그러나 이번 사태의 본질은 고고학적 발견을 넘어, 원전 가동 중단과 물류 마비로 이어진 유럽 경제 전반의 '물 위기'에 있다.

 

강바닥이 토해낸 과거의 잔해


세르비아 프라호보 인근에서는 1944년 소련군의 진격에 밀려 후퇴하던 독일군이 자침시킨 나치 독일 흑해 함대 소속 군함 최대 200척 중 최소 20척이 강바닥에서 드러났으며, 일부 선체에는 여전히 탄약과 폭발물이 남아 있어 세르비아 당국이 처리 작업에 나섰다.

 

불가리아 루세 인근에서는 아래턱뼈와 상아 조각, 견갑골 일부, 대퇴골 등이 발견됐다. 불가리아 역사박물관은 뼈의 색과 크기, 보존 상태를 근거로 늪지 환경에서 오랜 시간을 보낸 어린 털매머드의 것으로 추정했다. 언론은 이 유해가 약 4000년 전 멸종한 매머드종과 연관될 가능성을 제기했다. 세르비아 기상 당국은 이번 저수위 현상이 봄철 강우 부족과 여름 폭염이 겹친 결과이며 9월 중순까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헝가리 페테르 마자르 총리에 따르면 지난 20년간 8월에 다뉴브강 수위가 오히려 상승한 경우는 단 세 차례에 불과했다는 점도 이번 가뭄의 이례적 심각성을 뒷받침한다.

 

멈춰선 원자로, 흔들리는 전력망


헝가리 유일의 원전인 팍스 원자력발전소(총 2GW, 국가 전력의 약 40%를 담당)는 다뉴브강 수위 하락으로 취수 펌프가 냉각수를 끌어올리지 못하게 되면서 44년 가동 역사상 처음으로 4기 원자로 전체가 완전히 멈춰 섰다. 원자로를 식히는 데 필요한 물의 양은 초당 100㎥에 달하지만, 수위가 23cm까지 떨어지면서 취수구 자체가 물에 닿지 못하는 상황에 이른 것으로 파악된다.

 

발전소 부소장은 수위가 회복되더라도 재가동까지 최소 일주일이 더 걸려, 헝가리가 최대 에너지 자산을 두 달 이상 가동하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이에 헝가리 정부는 부다페스트 외곽을 포함한 100여 개 지역에 물 사용 제한 조치를 내렸고, 300여 개 기업이 참여해 전력 수요 400MW를 감축하는 절전 캠페인도 시작했다.

 

루마니아 역시 유일한 원전인 체르나보다의 원자로 2기 중 1기 가동을 중단했으며, 남은 원자로 유지를 위해 해군을 동원해 물길을 막던 암반을 폭약으로 폭파하는 작업까지 진행했다.

 

산업·물류로 번진 파장


위기는 전력망을 넘어 산업 전반을 흔들고 있다. 독일 라인강 카우브 지점 수위는 1880년 공식 집계 이후 최저치인 24cm를 기록해, 화물선들이 좌초를 피하기 위해 평소 적재량의 20~30%만 싣고 운항 중이다. 로테르담에서 카를스루에까지 경유(디젤)를 운송하는 비용은 2009년 데이터 집계 이후 최고치로 치솟았고, 독일 철강업체 티센크루프는 바지선 운항 중단으로 뒤스부르크 용광로 가동을 줄였다.

 

루마니아 정부는 포드 오토산과 르노 산하 다치아의 조립라인을 이달 말까지 중단시켜 약 200MW의 전력을 아끼기로 했으며, 앞서 불가리아에서는 크루즈선이 모래톱에 좌초해 승객 168명이 구조되는 사고도 발생했다. ING의 카르스텐 브제스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가뭄 혼란이 조속히 해소되지 않으면 독일의 올해 GDP 성장률이 기존 전망치 0.8%에서 0.5%로 낮아질 수 있다고 경고했으며, 캐피털이코노믹스의 윌리엄 잭슨 수석 이코노미스트도 전력 공급 불신이 커지면 기업 투자 계획이 재검토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기후변화가 남긴 흔적


프랑스24가 인용한 세계기상귀속그룹(WWA)의 최근 보고서는 이번 가뭄이 원래도 심각했을 상황을 인간이 유발한 기후변화가 한층 악화시켰다고 결론지었다. 결국 다뉴브강 바닥에서 드러난 군함과 매머드 뼈는 과거의 유물이지만, 그 위로 겹쳐진 원전 정지와 물류 마비는 유럽이 마주한 현재의 위기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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