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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테크

[공간사회학] AI 데이터센터가 쏘아 올린 반란…美 마을들은 왜 '전기 먹는 괴물'을 쫓아내기 시작했나

 

[뉴스스페이스=이승원 기자] 챗GPT에게 질문 하나를 던지면, 그 답을 만들어내기 위해 지구 반대편 어느 마을에서는 발전기가 밤새 굉음을 내고 수영장 몇 개 분량의 물이 허공으로 사라진다.

 

이처럼 우리가 매일 무심코 쓰는 AI 서비스 뒤편에는 '데이터센터'라는, 있는 줄도 몰랐던 거대한 산업 인프라가 자리하고 있다. 편리함과 혁신의 상징으로만 여겨지던 이 시설이 최근 미국 곳곳에서 전기요금 폭등과 소음 민원, 물 부족 논란의 진원지로 지목되며 주민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AI 시대의 숨은 동력원이자 갈등의 씨앗이 된 데이터센터, 그 실체와 명암을 짚어본다.

 

인공지능(AI) 열풍과 함께 '데이터센터'라는 단어가 하루가 멀다 하고 뉴스에 오르내리고 있지만, 정작 이 시설이 무엇이고 어떤 문제를 안고 있는지 제대로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데이터센터는 AI 모델을 학습시키고 서비스를 구동하는 핵심 인프라지만, 동시에 막대한 전력과 물을 소비하고 인근 지역에 소음과 전력망 부담을 떠넘기는 양면성을 지닌 시설이기도 하다.

 

2026년 2월 기준 한국의 데이터센터용 최신 GPU 보유량은 약 6만5000장 수준이었고, 젠슨 황이 약속한 26만장이 더해져도 총 32만장 규모로, 미국 하이퍼스케일러들의 수백만 장 단위와는 자릿수가 다르다. 그러나 최근 SK그룹은 SK텔레콤 산하 'SK하이퍼'를 통해 2029년까지 5GW, 2035년까지 15GW 규모의 AI 데이터센터를 짓겠다고 발표했다. 

 

AI 데이터센터는 기존 데이터센터와 다른 물건이다. 서버를 한 곳에 몰아넣어야 모델이 빨리 좋아지므로 한 자리에 수십만 대를 넣는다. 훈련을 시작하는 순간 전력이 10MW에서 190MW로 뛰고 그 변동이 0.1초 안에 일어난다. 멤피스에서는 그것 때문에 옆 동네가 정전됐다는 소문까지 돌았다.

 

주민반대의 3가지 이유…고용효과도 거의 없어

 

주민 반대 이유는 세 가지다. 첫째는 전기요금이다. 망 보강 비용이 요금에 섞여 들어가며 미국 동부 PJM은 도매요금이 향후 5년간 최대 60% 오를 것으로 본다.

 

둘째는 소음이다. 고주파라 견디기 힘든데 방음벽 친 곳이 거의 없다. 물을 아끼려 팬 방식을 쓰면 반경 2km까지 들리며, 멤피스 주민들은 잠도 못 자는 경우가 다반사이며, 집을 팔려 해도 안 팔린다고 하소연한다. 셋째는 물이다. 대형 데이터센터의 증발식 냉각은 인구 1만~5만 도시가 쓰는 물을 매일 증발시키며, 증발된 물은 다시 쓸 수 없다.

 

그런데 고용은 거의 없고, 동네에 남는 건 지방세 조금뿐이다. 그래서 올해 초 메인주는 재닛 밀스 주지사가 2026년 4월 24일 거부권을 행사해 법안은 무산됐다. 또 뉴욕주는 아예 신규 건설을 멈췄다. 호컬 주지사가 2026년 7월 14일 50MW 이상 신규 데이터센터에 대한 1년 행정명령 모라토리엄에 서명했기 때문이다. 

 

사업자들은 우회 중이다. 2026년 7월 31일, 스페이스X는 미시시피 규제당국과 합의해 2027년 7월까지 임시 가스터빈 69기를 전량 철거하고, 대기오염방지장치(SCR)를 갖춘 영구 발전소(1.2GW)로 교체하기로 확정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계통 연결을 기다리지 않고 먼저 짓겠다고 한다. 미국에서는 이걸 '토큰 팩토리'라고 부른다. 발전소이자 수요처이자 전력망 설비인 물건이라는 것이다.

 

 

0.1초의 물리학…전력망이 흔들리는 진짜 이유


마이크로소프트 리서치 논문에 따르면 대규모 GPU 훈련 작업은 '계산 집약 단계'와 '통신 집약 단계'를 초 단위로 반복하는데, H100 한 장의 소비전력이 700W에서 140W로 밀리초 단위에 급락한다. GPU 10만장 규모 클러스터에서는 이 진동이 그리드 접점(PCC)에서 66.7MW에 달한다는 계산도 학계에 보고돼 있다. Uptime Institute는 극단적인 경우 시스템 전체 부하가 밀리초 단위로 두 배까지 뛰기도 한다.

 

문제는 진폭이 아니라 주파수다. 이런 부하 진동이 0.2~3Hz 대역에 집중되는데, 이는 화력발전 터빈의 축이나 장거리 송전선의 공진 주파수와 겹친다. 쉽게 말해 데이터센터가 전력망을 '흔드는 진동수'로 정확히 두드리는 셈이라, 물리적 손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 이 논문들의 핵심 경고다. 즉 멤피스 인근 정전 사례는 우연이 아니라 구조적 요인으로도 볼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전기요금…PJM에서 실제로 벌어진 일


소문으로 만 예기되던 '5년간 60% 인상' 전망은 이미 현실화 단계에 들어섰다. 로이터는 미국 최대 전력망 PJM 관할 지역 가정과 기업이 향후 5년간 최대 60%의 요금 인상에 직면할 수 있다고 보도했으며, PJM이 향후 예상하는 신규 수요의 90% 이상이 데이터센터에서 나온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PJM의 도매전력 가격은 2025년 1분기 MWh당 77.78달러에서 2026년 같은 기간 136.53달러로 75.5% 급등했고, 시장 감시기관 Monitoring Analytics는 최근 세 차례 용량 경매에서 데이터센터 수요 증가로 인한 시스템 비용 증가분만 231억 달러에 달한다고 밝혔다.

 

버지니아는 이미 그 결과를 보여주는 표본이다. 2024년 기준 버지니아 데이터센터는 주 전체 전력의 약 26%를 소비했고, 지배적 사업자 도미니언 에너지 판매량의 24~26%가 데이터센터 몫이다. 도미니언에너지의 10-K 공시에 따르면 데이터센터는 버지니아 전력판매의 24%(2023년), 26%(2024년), 28%(2025년)를 차지한다. 텍사스에서도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이 2027년 ERCOT 전력가격이 최대 79%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지옥같은 소음… '고문 같다'는 멤피스의 증언


데이터센터의 심각한 소음 지적은 실제 소송으로 번졌다. 일론 머스크의 xAI와 스페이스X는 미시시피주 사우스헤이븐 주민들로부터 '전방위적이고 피할 수 없는(omnipresent and inescapable)' 소음으로 건강과 집값이 훼손됐다는 집단소송을 당했다.

 

CNBC 취재에 따르면 인근 전문 소음 측정에서 터빈 소음이 제트기 소음에 비견되는 지속적 70dB 수준으로 나타났고, 이는 스트레스, 고혈압, 불안, 수면장애, 방향감각 상실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결론이 나왔다. 시설에서 1마일 떨어진 곳에 사는 제이슨 헤일리는 "이건 일종의 고문 같다"며 "이 옆에 살면서 누가 이 집을 사려 하겠느냐, 나는 내 재산을 팔 수 없다는 걸 안다"고 성토했다.

 

멤피스 플라이어는 소송 내용을 인용해 "데이터센터의 소음은 고음의 비명, 지속적인 엔진 굉음, 저주파 진동음, 톤 섞인 웅웅거림이 결합된 형태"라고 묘사했다.

 

 

천문학적인 물 소비량…도시 하나를 증발시키는 냉각 시스템


증발식 냉각의 물 소비량도 만만치않다. 미 환경·에너지연구소(EESI)에 따르면 대형 데이터센터는 하루 최대 500만 갤런의 물을 소비할 수 있는데, 이는 인구 1만~5만명 도시의 물 사용량과 맞먹으며 연간으로는 최대 18억 갤런에 달한다. 증발식 냉각수의 약 80%는 그대로 대기 중으로 증발해 다시 쓸 수 없으며, 버지니아 북부 데이터센터들은 2023년 한 해에만 약 20억 갤런(75억 리터)의 물을 소비해 2019년 대비 63% 늘었다.

 

인프라는 거대한데 일자리는 왜 이렇게 적은가 '고용의 역설'


데이터센터는 자본집약도가 극단적으로 높고 노동집약도는 극단적으로 낮은, 산업혁명 이후 보기 드문 형태의 시설이다. 비즈니스 인사이더 분석에 따르면 미국 최대 규모 데이터센터조차 상시 고용 인원이 150명을 넘지 않으며, 일부는 25명에 불과하다. 업계 조사기관 Hamm Institute는 100MW당 상시 인력이 20~30명 수준이라고 추정했다. 오하이오리버밸리연구소는 이를 두고 "고자본·저노동 산업으로, 지역사회에 일자리도 돈도 거의 남기지 못한다"고 평가했다.

 

물론 반론도 있다. 브루킹스연구소의 최근 실증연구는 대형 데이터센터를 처음 유치한 카운티에서 5~6년 뒤 전체 민간고용이 4~5% 늘고 건설업 고용은 11%, IT·통신 관련 정보산업 고용은 22% 증가했다는 결과를 내놓았다. 즉 '거의 없다'는 표현은 다소 과장이지만, 투입 자본 규모 대비 고용 창출 효율이 제조업 등 다른 산업보다 현저히 낮다는 점은 여러 연구가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사실이다.

 

왜 이 갈등이 문화적으로 중요한가


이 현상은 단순한 님비(NIMBY) 갈등을 넘어서는 상징성을 지닌다. AI라는 '탈물질적'이고 '지능적'인 산업이, 실은 20세기 중공업 못지않은 물리적 자원(전기, 물, 토지, 소음)을 게걸스럽게 요구한다는 역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실리콘밸리가 그동안 뜬구름잡는 개념처럼 팔아온 '클라우드'라는 메타포는 실제로는 터빈이 굉음을 내고 냉각탑에서 수십억 갤런의 물이 증발하는 지극히 육중한 산업시설이라는 사실 앞에서 무너지고 있다. 멤피스와 사우스헤이븐 주민들의 저항은, 기술 진보의 서사가 항상 어딘가의 구체적 몸과 구체적 우물과 구체적 밤잠을 대가로 치른다는 오래된 산업사회의 진실을 AI 시대에도 그대로 반복해 보여주는 사례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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