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이현주 기자]
<편집자주> 지금 이순간에도 강남으로의 이주를 꿈꾸며 ‘강남 환상’ 혹은 '강남의 찐가치'에 사로잡혀 있는 비강남 사람들에게 진실된 모습을 알리고자 한다. 때론 강남을 우상화하고, 때론 강남을 비하하는 것처럼 느껴질 지도 모르지만, 언젠가 강남의 가치가 급등해 비자를 받아야하는 시대가 올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서 '강남VISA'라 명명한다. 나아가 강남과 강북간의 지역디바이드를 극복하는데 일조하고 이해의 폭을 넓혀 허상도 파헤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한 개인의 사적인 의견이니 오해없이 그냥 가볍게 즐겨주길 바란다.
지난 8월 3일 발표된 정부의 '2026년 세제개편안'은 시가 32억원이 넘는 초고가 주택과 비거주 1주택자, 다주택자의 종합부동산세 부담을 대폭 강화하고, 장기보유특별공제도 보유 기간이 아닌 '실거주' 여부를 기준으로 재편했다.
이에 따라 한남더힐·나인원한남 등 초고가 주택을 세를 놓고 다른 곳에 거주하던 집주인들 사이에서는 세 부담을 줄이기 위해 직접 입주하거나, 늘어난 보유세를 임대료에 전가하려는 움직임이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 실제로 전문가들은 "늘어난 보유세 부담이 월세나 반전세 형태로 일부 전가될 가능성이 있다"며 세제 개편이 매매 거래량보다 임대 시장 구조에 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전망한다.
"내 집에 살아도 월세 내는 시대"
세제개편 시뮬레이션 결과,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 원베일리' 전용 84㎡를 10년 이상 실거주한 60대 1주택자의 보유세는 올해 1998만원에서 개편이 완료되는 2028년 3812만원으로 90.8% 급증할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월평균 317만원꼴로, 만약 비거주 상태로 전환하면 보유세가 4658만원까지 뛰어 월 388만원 수준에 이른다.
이웃한 '반포자이' 84㎡ 역시 올해 1810만원에서 내년 2764만원으로 52.7% 오르고, '아크로리버파크'도 1336만원에서 1925만원으로 증가하는 등 반포 일대 대표 단지 전반에서 보유세가 국평(전용 84㎡) 기준 연 2000만~4000만원, 월 환산 150만~390만원대로 치솟는 모습이다.
강남권의 한 실거주 1주택자는 "집을 팔아 차익을 얻은 것도 아니고 계속 살던 집에 그대로 살고 있을 뿐인데, 세금으로 매달 몇 백만원을 더 내야 한다면 사실상 나라에 월세를 내는 것과 다름없다"고 토로했다. 이처럼 전세나 월세를 내지 않으려고 집을 매수했던 실수요자들 사이에서는 "결국 내 집에 살면서도 월세를 내는 셈"이라는 자조 섞인 반응이 확산하고 있다.
실제로 이번 개편에서 무주택 세입자를 위한 월세 세액공제 한도는 연 1000만원에서 1200만원으로 늘었지만, 근로자 실제 절감액은 월 2만5000~2만8000원 수준에 그쳐 자가 보유자가 짊어지게 될 월 100만~400만원대 보유세 증가분과는 체감 격차가 크다는 지적도 나온다.
야권에서는 "고가주택과 비거주 1주택자에 대한 종부세·양도세 부담 강화는 사실상 징벌적 증세"이며 "늘어난 세금이 결국 세입자에게 전가돼 전월세 가격을 끌어올릴 것"이라고 비판했다.
급증하는 초고액 월세 통계
서울 한강변 최고급 아파트를 중심으로 월 2000만원이 넘는 초고액 월세 계약이 8월초 기준 올해에만 28건 체결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14건)의 두 배로, 국내외 부동산 시장 전반에서 관측되는 '소유보다 임차'라는 자산가들의 트렌드가 서울에서도 뚜렷하게 확인되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 집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8월 3일까지 서울 아파트 월세 2000만원 이상 계약은 28건으로, 자치구별로는 용산구 12건, 광진구 10건, 성동구 4건, 강남구·서초구 각 1건 순이었다. 1000만원 이상 계약으로 범위를 넓히면 증가세는 더 뚜렷하다. 올 상반기(1~6월) 기준 134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91건)보다 47.3% 늘었으며, 용산구(48건)·서초구(27건)·강남구(20건)·성동구(17건)·광진구(11건) 순으로 집중됐다.
7월 말 기준으로 보면 올해 신고된 서울 아파트 신규 월세 계약 3만7648건 가운데 1000만원 이상은 144건으로 전체의 0.4%에 불과하지만, 이 비중 자체가 지난해 2.7%에서 4.9%로 뛰었다는 점에서 고액 계약의 확산 속도를 보여준다. 장기 추세로 보면 1000만원 이상 계약은 2020년 단 1건에서 2021년 52건, 2022년 135건, 2023년 160건, 2024년 182건, 2025년 205건으로 5년 새 200배 넘게 불어났다.
나인원한남부터 아크로포레스트까지
올해 최고액 거래는 용산구 한남동 '나인원한남' 전용 244㎡(2층) 매물로, 지난 3월 보증금 3억원에 월세 4000만원에 계약됐다. 2~5위는 모두 성동구 성수동 '아크로 서울포레스트' 관련 단지가 차지했는데, 지난 6월 전용 200㎡(15층) 매물이 3200만원에 거래되며 서울 아파트 월세 3000만원 시대를 열었다.
지난해 9월 입주한 광진구 광장동 '포제스한강'도 전용 213㎡(13층) 매물이 보증금 5억원에 월세 2700만원에 계약되며 6~9위권에 이름을 올렸고, 강남구 청담동 '효성빌라청담101'과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원베일리'도 2200만~2500만원대 거래로 상위권에 포함됐다. 소형 주거 시장에서는 반대로 원룸형 월세가 하락세를 보이면서, 아파트 시장의 초고액화가 '주거 양극화'로 해석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매매 대신 월세를 택하는 이유
전문가들은 이 현상을 정책과 세제, 인플레이션이 겹친 복합적 결과로 분석한다. 남혁우 우리은행 부동산연구원은 "전세대출 규제로 조달 가능한 보증금 규모가 줄면서 부족분이 월세로 전환되고 있고, 실거주 의무로 전월세 매물 부족현상이 지속되며 가격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보유세 부담과 주택담보대출 규제 강화가 겹치면서 초고가 주택 매매 거래는 오히려 줄고, 자산가들이 부동산 대신 금융자산으로 자금을 옮기는 '머니무브' 흐름 속에 매입 대신 임차를 택하는 경향이 뚜렷해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올해 1~4월 서울의 1000만원 이상 고가 월세 92건 중 68.5%가 용산·강남·서초 등 핵심 부촌에 집중됐고, 갱신요구권을 사용한 계약도 지난해 1건에서 8건으로 늘어나 기존 고액 세입자들이 매물 부족 속에 재계약을 통해 눌러앉는 양상도 확인된다.
서울 전체 아파트 평균 월세도 6월 기준 159만2000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해 1년 전보다 11.9% 올랐으며, 한국부동산원 집계 월세가격지수 변동률도 6월 1.15%에 달해 상승 폭이 커지고 있다.
서울만의 현상은 아니다
초고액 월세 급증은 서울에 국한된 흐름이 아니다. 뉴욕 맨해튼에서는 대출금리 상승과 매물 부족으로 부유층이 매입 대신 임차를 택하면서, 월 2만달러(약 2800만원) 이상 임대가 전년 대비 34%, 월 4만달러(약 5600만원) 이상 초고가 임대는 67% 급증했다.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 사이 첼시의 한 펜트하우스가 월 17만7500달러(약 2억4600만원)에, 소호의 트리플렉스가 월 12만달러(약 1억6700만원)에 계약되는 등 6자리 수 임대료가 잇따르고 있다. 도쿄 역시 도심 원룸 월세가 22개월 연속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전년 대비 13% 상승했고, 50~70㎡ 중형 가구용 월세도 5.9% 올랐다. 서울·뉴욕·도쿄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나타나는 이 흐름은 금리 부담과 세제 강화 속에 부유층이 '소유' 대신 '임차'를 새로운 자산 운용 전략으로 삼고 있음을 시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