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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유통

[이슈&논란] "6년간 1.2조 담합, 처벌은 31억 솜방망이"…도드람·디허스코리아·대성실업·대전충남양돈·부경양돈·보담 '금겹살 카르텔'의 셈법

 

[뉴스스페이스=김희선 기자] 서울동부지검이 이마트에 돼지고기를 납품하던 유통업체 6곳과 임직원들을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재판에 넘기면서, 국민 삼겹살값 폭등의 배경에 6년간 이어진 조직적 카르텔이 있었다는 사실이 구체적 수치로 확인됐다. 이번 사건은 단순한 가격 담합을 넘어, 증거 인멸과 처벌의 실효성 문제까지 얽힌 복합적 사안으로 드러난다.

 

무엇이 드러났나…1.2조원, 1억 4200만㎏의 셈법


검찰에 따르면 도드람푸드를 비롯한 국내 돼지고기 유통 1·2위 업체 등 9개사는 2017년 8월부터 2023년 11월까지 약 6년 3개월간 이마트에 돼지고기 견적 가격을 사전에 합의했고, 이 기간 이마트가 이들로부터 사들인 돼지고기는 물량으로 1억 4200만㎏, 금액으로는 1조 2000억원에 달했다.

 

검찰은 이 가운데 담합 가담 정도가 무거운 6개 법인과 임직원 12명을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조사 방해에 가담한 임직원 4명을 별도로 불구속 기소해 총 16명이 재판에 넘겨졌다. 기소된 법인은 도드람푸드, 디허스코리아, 대성실업, 대전충남양돈축산업협동조합, 부경양돈협동조합, 보담 등 6곳이다.

 

담합의 작동 방식… 견적가 조작에서 텔레그램 밀실까지


이마트가 업체 간 경쟁을 유도하려 견적 가격을 비공개로 전환하자, 업체들은 오히려 이를 틈타 매주 견적가 정보를 상호 교환하며 납품가를 일정 수준 이상으로 묶어두는 방식을 택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앞서 조사한 구체적 사례를 보면 담합의 효과는 수치로도 뚜렷하다.

 

2021년 11월 4일 기준 돼지 시세(돈가)는 전날보다 2.2% 오른 데 그쳤지만, 업체들이 담합해 제출한 견적가는 같은 기간 9.8%나 뛰었다. 공정위 문재호 카르텔조사국장은 이를 두고 "시장가격이 오르는 것보다 더 올리고, 낮아지는 것보다 덜 낮아지는 효과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담합은 2017년 8월경 개별 연락 체계로 시작됐다가 2021년 11월부터는 추적을 피하기 위한 텔레그램 단체 비밀 대화방 운영으로 진화했으며, 업무 담당자가 바뀌어도 경쟁사 후임자에게 인계하며 담합 연락망을 대물림하는 등 조직적으로 관리됐다.

 

증거인멸과 조직적 은폐


2023년 11월 공정위 현장조사가 시작되자 일부 업체 관계자들은 대화 기록을 즉시 삭제했다. KBS·SBS 취재에 등장한 통화 녹취에는 "대화 기록이 있으면 다 없애라", "잡아떼면 별 수 없다"는 구체적 지시 내용이 담겨 있었다. 특히 한 업체의 법무팀 직원은 영업팀장에게 경쟁사와 주고받은 메신저 대화 내역과 가격 정보가 담긴 전산 자료를 모두 삭제하라고 직접 지시한 사실이 확인됐다. 검찰은 이정호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장검사의 브리핑을 통해 "상당수 업체에서 관련 증거를 삭제하는 조사 방해 행위가 있었고, 준법 경영 담당자도 이에 가담하는 등 조직적으로 범행이 은폐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물가에 미친 실제 영향, 숫자로 본 파급력


검찰은 이번 담합으로 이마트의 돼지고기 판매가격이 최소 20% 이상 상승했다고 판단했다. 이 여파는 통계로도 확인된다. 2024년 돼지고기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보다 약 1.9% 상승했고, 도매가격 역시 2023년 ㎏당 5134원에서 2024년 5239원으로 올랐다.

 

처벌 실효성 논란과 앞으로의 전망


공정위는 앞서 지난 3월 담합에 가담한 9개 업체에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총 31억 6500만원을 부과하고 이 중 6개 법인을 검찰에 고발했다. 세부적으로 일반육 입찰에서는 2021년 11월부터 2022년 2월까지 14건 중 8건(계약금액 총 103억원)에서 부위별 입찰가와 하한선이 사전 합의됐고, 브랜드육 부문에서는 2021년 7월부터 2023년 10월까지 10차례(계약금액 총 87억원)에 걸쳐 견적가가 사전 조율된 것으로 나타났다.

 

1조 2000억원 규모의 구매액과 최소 20%의 가격 상승률을 단순 대비하면 부당이득 추정치가 2000억원대에 이를 수 있다는 점에서, 31억원대 과징금이 지나치게 가볍다는 지적이 힘을 얻는 배경이 된다. 검찰은 "서민경제에 큰 피해를 주는 담합 범죄를 근절할 수 있도록 공소유지에 만전을 기하겠다"며 담합 주도자와 조사 방해자에 대한 엄정 대응을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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