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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지형의 茶談會

[문지형의 茶談會] 땀이 많이 나면 운동을 잘한 걸까요?

 

주말에 아이와 찜질방에 다녀왔습니다. 뜨거운 방에 들어가 앉아 있으니 땀이 줄줄 흘렀습니다. 가만히 앉아 있을 뿐인데 격렬하게 운동할 때보다 더 많은 땀이 났습니다.

 

땀을 닦다가 문득 요즘 운동하면서 느꼈던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저는 꾸준하게 운동을 하는 편은 아닙니다. 이따금 운동하면, 겨울보다 왠지 운동이 더 잘되는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헬스장까지 걸어가는 동안 이미 땀이 나고, 근력운동을 조금만 해도 옷이 흠뻑 젖습니다. 반면 겨울에는 같은 시간 동안 비슷한 강도로 운동해도 땀이 별로 나지 않습니다. 운동량은 비슷한데도 여름에는 ‘오늘 제대로 했다’는 만족감이 큽니다.

 

땀을 많이 흘렸다고 운동 효과가 더 큰 것은 아닙니다. 그런데도 그렇게 느끼는 걸 보면 사람은 눈에 보이는 결과에 꽤 쉽게 영향을 받는 것 같습니다.

 

찜질방에 있으니 그게 더 분명하게 느껴졌습니다. 운동을 해도 땀이 나고, 뜨거운 방에 가만히 앉아 있어도 땀이 흐릅니다. 둘 다 끝나고 체중계에 올라가면 몸무게가 조금 줄어 있을 수도 있습니다. 드러난 결과만 보면 비슷합니다.

 

당연히 둘은 다릅니다. 찜질방에서 줄어든 체중은 대부분 수분이 빠져나간 일시적인 변화입니다. 운동을 통해 얻으려는 체력이나 근력 향상과는 다른 이야기입니다.

 

그런 생각을 하다 보니 요즘 회사에서 AI를 사용하는 모습도 떠올랐습니다.
요즘 일을 하면서 ‘과정보다 결과가 중요하다’는 말을 자주 듣습니다. 동의합니다. 예전에는 보고서 하나를 만들기 위해 몇 시간을 조사하고, 자료를 찾고, 문장을 고치는 과정이 필요했습니다. 지금은 AI를 잘 활용하면 같은 일을 훨씬 짧은 시간에 끝낼 수 있습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결과물의 완성도도 더 높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사람이 하루 종일 고생해서 만든 결과물과 AI를 활용해 한두 시간 만에 만든 결과물 가운데 무엇을 더 높게 평가해야 할까요.

 

회사라는 곳에서는 결과물의 품질로 판단하는 것이 맞습니다. 하루가 걸리던 일을 한 시간 만에 같은 수준으로 끝냈다면, 그것 역시 능력입니다. 삽으로 하루 종일 땅을 판 사람에게 굴착기를 사용해 한 시간 만에 일을 끝낸 사람보다 높은 점수를 줄 이유는 없습니다.

 

다만 여기에도 찜질방에서 했던 생각이 남습니다.
눈에 보이는 결과가 같다고 해서 반드시 같은 성과는 아니라는 것입니다.

 

땀의 양만 보고 운동 효과를 판단할 수 없듯이 AI가 만들어낸 그럴듯한 문서 한 장을 보고 잘했다고 단정할 수도 없습니다. 얼마나 오래 일했느냐도, 빨리 만들었느냐도 아닙니다. 결과가 쓸모가 있는지, 문제를 제대로 해결했는지를 봐야 합니다.

 

아이와 찜질방에 갔다가 땀을 실컷 흘리고 나왔습니다. 몸은 가벼워졌고요. 체중계 숫자도 줄었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숫자가 줄었다고 살이 건깅하게 빠진 것은 아닙니다.
AI 시대의 우리 일도 어쩌면 비슷한 것 같습니다. 과정보다 결과가 중요해진 시대라면, 필요한 능력은 결과를 빨리 만드는 것만이 아니라 무엇이 진짜 결과인지 구별하는 것인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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